보이지않는 쇠사슬처럼 묶인 속박당한 개인과 가족의 삶. 가족의 나라.
<디어 평양><굿바이, 평양> 작품을 선보였던 '양영희 감독'의 <가족의 나라>.
오빠가 25년만에 북한에서 일본으로 돌아왔다. 물론, 뇌종양이라는 병의 치료차 3개월 한정으로 돌아온 거지만, 일단 그들 가족에게는 기쁜 일이다. 하지만, '감시자'도 같이 왔다. 어디 탈출이나 탈북이나 하지않을까싶어서 보냈는지, 자신들을 지켜보는 그 '매의 눈'이 부담스럽기만 한데.. 이제 그들 가족의 이야기가 진하게 펼쳐진다.
이 영화의 이야기 역시 '양영희 감독'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영화로, <가족의 나라>라는 독특한 제목처럼, 일단 중심에는 '가족'이 있다. 16세때 아버지의 권유로 북한으로 건너가서 살고있던 아들 '성호'는, 병을 얻고 일시적으로 돌아왔다. 가족은 북한국적으로 일본에서 살고있다. 아들이 돌아온 건 반갑지만, 병을 얻고 왔고, 감시자까지 따라붙었다. 아들 '성호'는 조용하고 말수가 적으며, 행복하다고 하기에는 너무 일시적인 가족간의 만남이다.
잔잔한듯 감동적인 가족간의 해후가 끝난 뒤에는, 아들의 치료와 함께 일상이 그려진다. 25년 전에 헤어졌던 친구들과 첫사랑을 만나 동창회도 하고, 일상의 맛을 잠시나마 맛보는 아들 '성호'. 하지만, 감시자의 눈과 함께, 그에게는 비밀지령이 있었는데... '북한'이라는 나라에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속박이, 이들 가족에게까지 파고드는 영향력은 일상 전부를 지배하고 있었다.
나는 말했다. “당신도, 당신의 나라도 싫다...”
감시자가 말했다. “그 나라에서 네 오빠도, 나도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한다”
오빠가 말했다. “넌 여행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라”
영화에 북한이 배경으로 전면적으로 나오지도 않고, 실제배경도 일본이고 거의 일본영화와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이들 가족을 통해서 보여지는 대사와 행동, 그 분위기만으로도, 우리는 '그 곳'이 이들 가족과 일상에게 전하는 그 파급력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영화는 그렇게 보이지않는듯, 하지만 확실하게 느껴지는 방법으로 '그 곳에서의 생활과 영향력'을 간접적으로 전하는 방식을 택했다.
가족의 나라.는 어디를 말하는 것일까? 나의 가족이 있는 그 곳? 아니면 무엇하나 마음대로 행하지못하는 조국이라 부르는 그 곳? 그 곳이 어디든 성호에게는 크게 중요치않았을 듯. 나의 가족이 있는 곳이든, 나의 조국이라 불리는 곳이든, 그 어느 곳에서도 '성호'는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보이지않는 쇠사슬로 속박당한 그의 삶을 보면서, 뇌종양의 병 하나조차도 제대로 치료할 수 없는 환경에서 살아가야하는 그의 남은 인생의 고단함이 마지막 뒷모습에서 느껴졌다. 그 모든 짐을 안고 그대로 걸어가는듯한 모습.
감독의 가족이야기를 실화바탕 극영화로 구성해낸 이 영화를 보면서, 진한 가족애와 그들이 조국이라 부르는 나라로부터의 속박성을 느끼면서, 한 나라의 이념이 한 개인과 가족에게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무섭고 큰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내 의지대로 가족을 만날 수 없고, 가족에게 안녕을 마음대로 고할 수도 없는 그 나라에 대해 말하고있지만, 결국 '나의 가족'을 진하게 얘기하고도 있었던 영화 <가족의 나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