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한 달간 몸도, 마음도 바쁘다 보니 한동안 집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뜸해졌다. 회사 일이 끝나고 집에 들어와 그저 멍하니 TV를 보며 머리를 식히는 하루가 반복되던 어느 날... 갑자기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단 러닝타임도 짧고 부담 없는 코믹 액션 영화인 [하빗]을 선택했다. 그런데 영화 주인공들이 너무 바보 같아서 헛웃음만 났다. 그런데 바로 그때 떠오른 한 편의 영화가 더 있었다. 바로 [스텔라]이다. 그리하여 뜬금없이 이번 영화 주제는 '바보들의 행진'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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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빗] - 수녀로 위장한 멍청한 여자들... 신도 그녀들의 멍청함은 구원하기 힘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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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자넬 쉬어트클리프

주연 : 벨라 손, 패리스 잭슨, 리비 민츠, 조시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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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에서 특별히 하는 일 없이 놀고먹기를 즐기며 가끔 마약을 팔던 매즈(벨라 손)와 친구들은 이비(리비 민츠)의 실수로 한순간에 돈과 마약을 모두 잃어버린다. 하필 그 마약이 악랄하기로 소문이 난 퀴니(조시 호)의 마약이기에 목숨의 위협을 느낀 매즈 일행은 수녀로 위장하여 모금을 해서 잃어버린 돈을 메꾸고, 퀴니의 추적도 피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퀴니의 끈질긴 추적으로 꼬리가 잡히고,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서게 되는데...

[하빗]은 명백히 [돈 가방을 든 수녀], [시스터 액트]와 같은 수녀로 변장한 범죄자를 소재로 한 범죄 코미디를 표방하였다. 여기에 마약과 얽힌 여러 범죄자들을 통해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스내치]와 같은 가이 리치 감독의 여러 캐릭터들이 얽히고설킨 관계로 재미를 유발하는 범죄 액션도 살짝 모방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어떤 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단 영화는 텍사스에서 예수와 사랑에 빠진 매즈의 어린 시절을 보여 준다. 그리고 곧바로 영화는 홍콩으로 넘어가 남편을 잃은 퀴니가 미국으로 향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그리고 영화는 다시 현재의 LA를 보여 준다. 솔직히 텍사스와 홍콩 장면이 왜 필요했는지 잘 모르겠다. 매즈가 수녀로 변장하려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싶었던 것일까? 굳이? 퀴니는 굳이 홍콩에서의 과거를 보여주지 않아도 그저 미치광이 범죄자라는 평면적인 캐릭터일 뿐인데, 그녀의 과거를 보여준 이유는 뭘까? 이렇게 [하빗]은 처음부터 쓸데없는 장면으로 시작을 한다.

매즈 일행이 돈과 마약을 잃어버리는 장면은 우스꽝스럽다. 그냥 이비와 하룻밤을 보낸 이름 모를 남자가 마약과 돈을 갖고 튀었다. 그게 전부이다. 그런데 그래봤다. 고작 2만 달러어치이다. 매즈의 말대로 금액이 크지 않기에 금방 메꿀 수 있다. 그런데 고작 2만 달러 때문에 퀴니는 마약 중간상인 한물간 배우 에릭(게빈 로스데일)과 신원미상의 아이를 죽이며 언론의 주목을 끈다. 이거 스케일이 작아도 너무 작은 것이 아닌가 싶다.

매즈가 친구들에게 수녀로 위장하여 모금액을 벌자고 제안하는 장면에서부터는 영화의 억지가 심해진다. 그들은 도망자이다. 그렇다면 당장 LA를 벗어나는 것이 우선 아닌가? 그런데 수녀로 위장해서 LA를 배회한다. 게다가 조심성도 없다. 에릭이 살해당했다는 뉴스를 봤다면 문제의 심각성을 느낄 법도 한데 이 멍청한 여자들은 별생각이 없다. 특히 이비는 심심하다며 클럽에 놀러 갔다가 퀴니에게 붙잡히기도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비에게 짜증을 느꼈다. 마약과 돈을 잃어버린 것도 그녀이지만, 그녀는 '그래, 미안해.'라며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에릭에게 전화하라는 매즈에게 '네가 해주면 안 돼?'라며 징징거린다. 이 영화의 모든 문제는 이비에게서부터 시작하고, 매즈는 그 문제를 임시방편으로 해결하는 역할이다. 매즈는 예수를 들먹이지만 그것은 그저 영화의 억지스러움을 신의 뜻이라고 포장하기 위한 얄팍한 수에 불과하다.

영화의 마지막은 그냥 헛웃음이 난다. 포악한 마약상이라는 퀴니는 그저 2인조 뜨내기에 불과하고, 결국 총을 들고 나타난 매즈 일행에게 허무하게 죽는다. 디즈니의 어린이 시트콤 <우리는 댄스소녀>를 통해 젠다야 콜맨과 함께 스타덤에 오른 벨라 손의 섹시한 연기를 보는 것이 이 영화의 유일한 볼거리. 이 영화의 장점을 하나 더 대라고 한다면 러닝타임이 86분으로 짧다는 것이다. 이렇게 짧은데 나는 처음엔 30분 정도 보다가 잠이 들었고, 두 번째 시도에서는 다시 처음부터 보다가 40분쯤에 또 잠이 들었다. 결국 세 번째 시도는 40분에서 이어 보는 것으로 겨우 끝까지 볼 수가 있었다. [하빗]에 대한 나의 집중력은 40분이 한계인 듯. 만약 러닝타임이 2시간짜리였다면 이 영화를 끝까지 보는 것이 나에겐 불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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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 - 추억 팔이로는 주인공들의 멍청함을 커버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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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권수경

주연 : 손호준, 이규형, 허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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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담보 대출업계에서 일하는 영배(손호준)는 서사장(허성태)이 하룻밤 맡긴 슈퍼카를 잃어버린다. 슈퍼카를 가지고 도망친 사람은 다름 아닌 영배의 절친 동식(이규형). 위기의 순간 여동생 영미(김슬기)로부터 소식이 끊겼던 아버지(전노민)의 장례식 소식을 접하고 고향을 찾는다. 하지만 서사장은 영배를 쫓아 장례식장을 덮치고, 살기 위해 영배는 아버지가 몰던 아주 오래된 자동차 1987년식 '스텔라'를 타고 도망을 간다. 서사장 일행은 쫓아오고, 동식은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황. 영배가 가진 것이라는 최대 시속 50km의 똥차뿐이다.

'스텔라' 정말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SF 걸작 [인터스텔라]를 떠오를 사람도 많겠지만, 내가 어렸을 적에 '스텔라'는 고급차 중의 하나였다. 물론 나는 '스텔라'보다는 '에스페로'가 더 멋있어 보였지만... 각설하고, [스텔라]는 이제는 단종된 자동차 '스텔라'를 앞세워 관객에게 추억 팔이를 시도한다. 뭐 어느 정도는 성공했다. 최소한 내가 '스텔라'라는 제목에 이끌려 이 영화를 봤으니...

문제는 영화의 만듦새이다. [하빗]이 그러하듯이 [스텔라]도 멍청한 친구 때문에 위기에 빠진 주인공이 등장한다. 이 영화에서 멍청한 친구는 바로 동식이다. 그는 사채 빚에 시달리다가 영배가 담보로 빼앗아온 슈퍼카를 훔친다. 그래, 이해할 수 있다. 나 살기도 바쁜 세상에 친구 등쳐먹는 것쯤이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뻔했다. 동식이 멍청하게 차량 대금도 받지 않고 차를 넘기는 장면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이건 순진한 것이 아니고 그냥 멍청한 거다. 그리고 그의 멍청함은 자신뿐만 아니라 그를 믿고 슈퍼카 탁송을 맡긴 영배의 숨통도 조인다. 그런데 [하빗]의 이비가 그랬듯이 동식도 영배에게 오히려 큰소리를 친다. 멍청한데 뻔뻔하기까지. 저런 걸 친구라고 생각했던 영배가 불쌍해지는 순간이다. 그런데 영배가 동식과 함께 다니자마자 그 멍청함은 전염된다. 그 순간부터 영화는 코미디가 아니고 그저 답답함 바보들의 행진이 되어 버린다.

[하빗]에서 멍청한 친구 이비 때문에 위기에 빠진 매즈는 신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 난다. [스텔라]도 비슷하다. 멍청한 친구 동식 때문에 위기에 빠진 영배는 죽은 아버지의 혼령이 깃든 '스텔라'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 난다. 특히 마지막 장면. '스텔라'가 경찰들을 사건 현장으로 끌고 오는 장면은 억지가 심하긴 하지만 까짓것 '귀신들린 차'로 이해한다면 뭐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결국 [스텔라]는 능력 없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렸을 적에 능력 없는 아버지에게 배신감을 느낀 영배는 아버지를 미워하면서도 결국 그 자신도 아버지처럼 능력 없이 아빠가 될 위기에 처한다. 영배뿐만이 아니다. 친구의 차를 훔쳐 달아났으면서도 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동식은 또 얼마나 능력 없는 아버지란 말인가. [스텔라]에서 유일하게 내 마음을 찡하게 움직였던 것은 영배의 아버지가 아내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신장을 팔았다는 것이 밝혀지는 장면이다. 그래, 능력 없다고 나쁜 아버지는 아니다. 이 세상에는 능력이 있지만 나쁜 남편, 나쁜 아버지인 사람들이 얼마나 많단 말인가.

[스텔라]는 소위 말하는 슬픈 코미디이다. 영배와 동식의 '바보들의 행진'으로 웃음을, 영배 아버지의 사연을 통해 눈물을 자아내려 한다. 하지만 '바보들의 행진'은 전혀 웃기지가 않았고, 영배 아버지의 사연 또한 아주 잠깐 내 마음을 찡하게 만들었을 뿐, 내 눈시울을 뜨겁게 적시지는 못했다. 추억의 자동차 '스텔라'를 통해 추억 팔이를 하려던 권수경 감독의 계획도 시도만 좋았다. 추억 팔이가 성공하려면 어느 정도는 만듦새가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하빗]보다는 분명 낫지만, 솔직히 오십 보 백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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