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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김한민

주연 : 박해일, 변요한, 안성기, 손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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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천만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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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는 내게 있어서 역대급으로 힘든 한 주였다. 아니, 따지고 보면 지난 6월부터 나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일이 회사에서 연달아 일어나더니, 급기야 7월부터는 육체적으로도 압박을 하기 시작했다. 그 최절정이 7월의 마지막 주인 지난주였다. 육체적, 심리적으로 힘이 드니 견디기 힘들었다. 그래도 참아야 한다. 조금만 더 버티면 8월 둘째 주 여름휴가가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참자. 참아야 하느니라를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되뇌며, 지난 주의 위기를 잘 넘겼다.

새로운 한 주를 위해서 주말을 잘 보내야 한다. 그런데 토요일에는 조금만 움직여도 땀줄기가 온몸으로 흘러내리는 역대급 무더위 때문에 불쾌지수만 올라가고 말았다. 그래도 다행히 일요일에 비가 내려서 더위가 한풀 꺾였다. 원래 옷 젖는 것이 싫어서 비 오는 날에는 집 밖으로 나가지 않지만 지난 일요일에는 달랐다.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아들과 함께 [한산 : 용의 출현]을 보러 가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올여름 한국 영화 빅 4 중에서 두 번째 영화인 [한산 : 용의 출현]은 지난주의 업무 스트레스를 날리는데 최적의 영화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한산 : 용의 출현]에 대한 나의 기대는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이미 지난 2014년 김한민 감독은 [명량]을 통해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가 아직도 우리나라 관객에게 통한다는 사실을 밝혀 냈다. [명량]은 1,76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아직까지도 국내 박스오피스 역대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2위는 1,626만 명의 [극한직업]이다.) 나 역시 2014년 여름 아들과 함께 [명량]을 보고 극한 감동을 느꼈다. 그러니 [명량]에 이은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장군 3부작의 두 번째 영화 [한산 : 용의 출현]에 [명량]과 같은 영화적 쾌감은 기대하는 것은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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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배우가 모두 교체되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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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산 : 용의 출현] 제작 발표 당시 가장 우려를 샀던 것이 주연 배우의 교체였다.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을 맡은 최민식의 연기는 가히 압도적이었다. 최민식의 연기력은 국내에서도 둘째가라고 하면 서러워할 정도이고, 그의 카리스마 연기는 이순신 장군의 찰떡궁합이라고 해도 과연이 아니었다. 하지만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 장군을 최민식에서 박해일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물론 박해일 또한 연기를 못하는 배우는 아니다. 하지만 한산도대첩이 벌어진 것이 1592년으로 1597년에 벌어진 명량해전의 5년 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최민식의 이순신 장군과 박해일의 이순신 장군의 나이 격차가 너무 커 보였다. 실제로 [한산 : 용의 출현]을 같이 본 아들이 ' 한산도대첩이 명량해전보다 그렇게 오래전 일이에요?'라고 물어볼 정도였다.

이순신 장군의 배우만 바뀐 것은 아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야 알았지만 적장인 와키자카 야스하루는 조진웅에서 변요한으로, 준사는 오타니 료헤이에서 김성규로, 정씨 부인은 이정현에서 김향기로, 임준영은 진구에서 옥택연으로, 거의 모든 배역의 배우가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한산 : 용의 출현]은 [명량]의 프리퀄이라는 개념으로 보는 것보다는 그냥 또 다른 이순신 장군의 영화로 보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나는 좋았다. 물론 최민식의 카리스마 넘치는 이순신 장군 연기도 좋았지만, 박해일의 기품 있는 이순신 장군 연기 또한 좋았다. [한산 : 용의 출현]에서 이순신 장군은 그는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아마도 경상우수사인 원균(손현주)이 좌수영에 합류하였기 때문인듯하다. 그는 좌수영을 견고하게 지키자는 수성을 주장한다. 원균의 의견을 대놓고 무시할 수가 없었던 좌수사 이순신(박해일)은 부하들에게도 자신의 의견을 숨긴 채 조용히 한산도대첩을 준비했던 것이다. 아마도 김한민 감독이 박해일을 캐스팅한 이유는 당시 이순신 장군이 처한 상황에 대한 판단이 있었을 것이고, 그 선택은 개인적으로 탁월했다고 생각된다. (3편 [노량 : 죽음의 바다]에서는 김윤석이 이순신 장군으로 캐스팅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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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카이센과 메구라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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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의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거북선이다. [한산 : 용의 출현]에서는 [명량]과는 달리 거북선이 영화 초반과 영화 후반 가장 극적인 장면에서 등장한다. 일단 영화 초반에서는 거북선의 약점이 노출된다. 거북선의 용머리는 일본군 진영에서는 '복카이센'이라며 두려움의 대상이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적군의 배와 부딪혔을 경우 용머리가 적군 배의 선박에 끼어서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가 된다. 이에 야스하루는 두려움은 전염병이라며 아군 패잔병들을 몰살시키고, 자신의 조카인 사헤에(이서준)를 첩자로 보내 거북선의 약점을 파악한다.

이순신 장군과 나대용(박지환) 또한 거북선의 문제를 파악했고, 그렇기에 새로운 거북선 제작에 들어간다. 새로운 거북선의 위용은 영화 후반 아주 제대로 펼쳐진다. 특히 새로운 거북선이 적군의 배와 부딪히는 장면에서 거북선의 용머리가 적군의 배에 끼지 않도록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에서는 영화를 보며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그것이 고증을 바탕으로 한 장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거북선의 용머리가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은 그야말로 [한산 : 용의 출현]의 최고 명장면이라 할만했다.

한편 야스하루는 거북선에 대한 두려움을 일축시키기 위해 거북선을 해저괴물 '복카이센'이 아닌 '메구라부대'로 명칭한다. '메구라부대'는 장님배라는 뜻으로 거북선을 낮춰 부르는 용도로 사용된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 새로운 거북선에 의해 야스하루의 부대가 전멸당하자, 사헤에는 거북선을 '복카이센?'이라며 두려움에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기껏 '메구라부대'라며 거북선을 낮춰 불렀지만 거북선에 대한 두려움은 결코 낮춰 부른다고 해소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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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한산도대첩 장면만으로도 영화 관람비가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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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하게 [한산 : 용의 출현]을 평가한다면 전반부가 솔직히 지루했던 것은 사실이다. 너무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전쟁의 양상은 복잡하게 흘러간다. 그 와중에 이순신 장군은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조선군은 부산포를 공격해야 한다는 이순신 장군 진영과 좌수영에서 방어를 해야 한다는 원균 장군 진영이 팽팽한 의견 대립을 하게 된다. 일본군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인데 견원지간인 야스하루와 가토 요시아키(김성균) 사이에서 신경전을 펼쳐치며 사분오열된다. 영화는 그러한 각 진영의 복잡한 정치적 사항들을 그저 단순 나열 형식으로 지나가 버린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준사가 이순신 장군에게 투항하는 장면이다. 물론 그에겐 이유가 있었다. 자신의 상관은 혼자만 살겠다고 부하들을 방패막이로 쓴 반면, 이순신 장군은 부하를 지키기 위해 활을 집어 들었다가 준사의 총탄에 맞아 부상을 당하는 모습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이 전쟁이 의와 불의의 싸움이라는 이순신 장군의 한마디는 명대사이긴 하지만 이 한마디에 준사가 조국을 버리고 조선의 편에서 위험천만한 첩자 노릇을 한다는 것 또한 비약이 심하다. 준사가 [명량]에서도 주요 캐릭터였음을 감안한다면 [한산 : 용의 출현]에서는 준사가 이순신 장군에게 투항하는 장면을 모든 관객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정도로 좀 더 심혈을 기울여 그려냈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 모든 아쉬움은 영화 후반부 한산도대첩 장면으로 인하여 깡그리 씻게 나간다. 정말 압도적이었다. 우리에겐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하다는 이순신 장군의 의지를 영화를 고스란히 재현해 낸다. 특히 수세에 몰렸던 조선군의 함대가 위기를 맞이하자 위풍당당하게 나타나 일본군의 함대를 초토화시키는 거북선의 위용과 바다 위에 성을 구축한 이순신 장군의 학익진이 완성되는 장면은 요즘 오를 대로 오른 영화 관람비가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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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승리의 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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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속이 후련했다. 지난주 내내 꽉 막혔던 내 속이 뻥하고 뚫리는 기분이었다. 솔직히 [명량]이 개봉할 때만 하더라도 '또 이순신이야?'라고 생각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임진왜란에서 이순신 장군의 활약은 TV 드라마에서 여러 차례 방영되었었다. 특히 김명민이 이순신 장군을 연기한 <불멸의 이순신>은 굉장히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2004년에서부터 2005년까지 국민 드라마로 등극했었다. 그러니 더 이상 비싼 극장 관람비를 내며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영화로 보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니다. [명량]은 국내 박스오피스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했고, 후속작인 [한산 : 용의 출현] 또한 압도적인 성적으로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코로나 시국 이래 [범죄도시 2] 이후 두 번째 천만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안겨줬다. 영화를 보고 나니 그 이유를 알겠더라. 관객들은 속 시원한 한방을 원했던 것이다. 요즘처럼 물가는 오르고, 고용은 불안정하고, 변이 바이러스 출몰로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암울한 시기를 깨끗이 잊어버릴 속 시원한 한방. [범죄도시 2]의 마동석의 주먹과 [한산 : 용의 출현]에서 한산도대첩의 압도적인 승리가 그러한 관객의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긁어준 것은 아닐까?

확실히 [한산 : 용의 출현]은 개봉 시기가 절묘했다. 나만 하더라도 6, 7월 육체적 심리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잠시 동안이라도 그러한 힘듦이 깨끗이 잊혔다. 임진왜란 당시, 망국의 위기에까지 몰렸던 조선을 구해냈던 이순신 장군의 활약처럼, 지금 당장 힘들더라도 우리에겐 아직 희망이 있다. 내겐 12척의 배가 남아 있지 않은가! (아차, 이건 [명량]의 명대사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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