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산업의 조류가 바뀌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산업의 조류가 바뀌고 있다
불과 30~40년 전만 해도 명태는 세계에서 가장 어획량이 많은 어류였고, 우리나라도 1980년대 초반엔 16만5000톤이라는 기록적인 어획량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물만 던지면 잡히던 명태가 이제는 우리나라 바다에서는 잡히지 않은 지 오래 됐다. ‘2008년 명태 어획량 0마리’ 어획량이 급감하더니 급기야 아예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 많던 명태는 어디로 간 것일까. 이제는 동해안에서 명태 대신 오징어가 잡히고 영광 굴비로 유명한 서해안의 조기도 고등어로 바뀐 지 오래다. 이미 제주 바다에서도 아열대 해역에서 주로 잡히는 대표적인 어종인 청줄돔, 가시북, 철감둥어 등 아열대 어종이 큰 폭으로 늘어 어획물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기후가 바뀌어 조류가 바뀌었고, 조류가 바뀌어 이제까지와는 다른 어종들이 나오게 된 것이다.
기업경영에 있어서도 조류의 변화와 같은 메가 트렌드가 있다. 그런데 이미 사라진 명태를 찾아 헤매는 것과 같이 과거의 고객에게 통했던 성공방식에 집착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조류가 변하면 어종이 달라지듯 환경이 변하면 고객도 달라진다. 지금과 같은 격동기에는 고객들의 가치기준, 구매 패턴 등이 크게 변해 이미 예전의 고객이 아니다.
고객이 변하는 것을 인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달라진 고객에 맞춰 경영방식도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마치 과거의 어종인 명태는 그물로 잡았지만, 새로 등장한 오징어는 밤에 집광등을 달고 낚시로 잡아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디지털 혁신에 따른 조류의 변화를 직시하고, 달라진 고객에게 선택받기 위한 대응전략을 세워야 하는 것이다.
일본은 장기 불황의 늪에 빠져드는 초기에, 이 조류의 변화를 애써 외면하고 기존의 방식을 고집하다가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시간을 허비했다. 이미 사라진 명태를 잡으러 더 멀리, 더 열심히 바다를 헤매다가 더 이상 명태를 잡아서는 못 산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10년이 걸린 것이다.
산업계에도 마치 쓰나미와 같이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조류가 서서히, 분야에 따라서는 급속도로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고객을 변화시키고 있다. 기존 고객들이 명태가 사라지듯 순식간에 사라지는 현상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다양한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개념의 비즈니스들이 등장하면서 2025년에는 디지털 경제가 25%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올 정도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기업들은 비즈니스 모델과 업무 프로세스, 조직문화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기반으로 경영 전반을 혁신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내몰리고 있다. 전통 산업의 경영자들에게는 쉽지 않은 과제다. 그러나 역량 파괴적 기술이 기존의 전략을 무력화시키고, 무엇보다도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가 고객의 의식과 행동,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에 기업 생존의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이 되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는 시기에 현실을 직시하고 빠른 사업 전환으로 글로벌 기업이 된 삼성의 사례를 보자. 1980년대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는 일본을 가자 열심히 벤치마킹하는 기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소니, 히타치, 파나소닉 등 일본의 전자회사 10개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내는 회사가 되었다. 나는 지금의 세계 일류 기업 삼성을 있게 한 것은 무엇보다도 산업계의 조류가 바뀌는 변곡점에서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캐치업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는 길목에서 삼성은 반도체라는 디바이스를 무기로 디지털 기업으로 과감히 변신했다. 이어 스티브 잡스가 2008년 6월에 아이폰을 출시하며 스마트폰 시대의 서막을 열었을 때, 2008년 7월 안드로이드폰을 출시하며 모바일 시장에 머리를 들이밀었다. 모바일로의 변환기에 캐치업에 성공한 것이다.
삼성의 두 번에 걸친 캐치업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지금 산업계에 몰아치고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파고에 수세적으로 대응해 피해자가 되기보다는,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 새로운 미래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디지털 혁신이라는 거대한 조류가 사회를, 고객을, 비즈니스 모델을, 게임의 룰을 바꿔 놓고 있는 격동기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삼성이 그러했듯, 조류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성장의 모멘텀을 찾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임에 틀림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