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서 여러 번 밝혔지만 나는 중년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철없는 어른이다. 특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데,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은 될 수 있으면 극장에서 보려고 노력 중이다. 그러다 보니 어린이 관객이 가득한 극장에서 나 혼자 뻘쭘하게 영화를 본 적도 여러 번이다. 그리고 막상 극장에서 놓친 영화들도 꽤 있다. [보스 베이비 2], [스피릿]도 그중 하나이다. 이번 주말, 내 소중한 Seezn 코코를 모두 투자하여 [보스 베이비 2]와 [스피릿]을 봤다. 비록 극장이 아닌 거실 TV에서의 영화 관람이지만, 그래도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것 같아 나름 뿌듯한 관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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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 베이비] - 부모의 입장에서 공감되는 귀여움으로 무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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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톰 맥그라스

더빙 : 알렉 볼드윈, 제임스 마스던, 에이미 세다리스, 아리아나 그린블랫, 제프 골드브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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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들을 향한 부모의 사랑을 반려동물들로 빼앗으려는 '퍼피 주식회사'의 음모를 막아내고 진정한 가족이 된 팀(제임스 마스던)과 테드(알렉 볼드윈)는 이제 어른이 되었다. 팀은 쇼호스트로 일하고 있는 아내를 완벽하게 내조하며 미국 최고의 영재 학교에 입학한 우등생 맏딸 타비사(아리아나 그린블랫)과 갓 태어난 막내딸 티나(에이미 세다리스)를 돌보는 살림남이 되었고, 테드는 거대 금융 기업의 CEO가 되어 독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티나에게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팀은 사실 티나가 '베이비 주식회사'에서 파견 나온 특수 요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티나는 암스트롱(제프 골드브럼) 박사의 음모를 막아야 한다며 팀과 테드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암스트롱 박사는 타비사가 다니는 영재 학교의 교장. 다시 한번 의기투합한 팀과 테드는 어려지는 특수 분유를 나눠 마신 후 영재 학교에 학생으로 잠입하며 암스트롱 박사에 얽힌 엄청난 비밀을 알아내고, 음모를 막아낸다.

2017년이었다. 아들과 함께 5월의 황금연휴를 [보스 베이비] 관람으로 마감했었다. 사실 내가 [보스 베이비 2]를 극장에서 보지 못한 이유는 2017년과는 달리 아들과 함께 극장에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보스 베이비]를 함께 극장에서 본 만큼 [보스 베이비 2]도 꼭 극장이 아니더라도 아들과 함께 보고 싶었지만, 나와는 달리 4년 만에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이 식어 버린 아들은 [보스 베이비 2]를 같이 보자는 내 부탁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래서 쓸쓸하게 이 영화를 혼자 볼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보스 베이비 2]에서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살림남 팀의 심정이 너무나도 이해가 되었다. 팀은 타비사와 티나의 육아를 전담하여 최고의 아빠가 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훌쩍 커버린 타비나는 더 이상 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잠들기 전에 자장가를 불러 주겠다는 팀에게 ASMR를 들으면 더 잠이 잘 온다며 이어폰으로 귀를 막아 버리고, 뽀뽀를 하려는 팀에게 '이제 뽀뽀할 나이는 지났잖아요'라며 거부를 한다. 4년 전 나와 함께 [보스 베이비]를 보며 해맑게 웃었던 아들이 훌쩍 커버리면서 [보스 베이비 2] 관람을 거부했듯이, 팀 역시 훌쩍 커버린 타비사 앞에서 섭섭함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그것이 전부 암스트롱 박사의 음모라고 한다. 팀 입장에서 신나는 일이다. 어린아이들을 빨리 성장시켜 어른의 역할을 시켜야 한다는 암스트롱 박사의 주장은 팀의 입장에서는 극악무도한 음모이다. 아마 나를 포함한 모든 부모들이 같은 마음이 아닐까? 내 아들이, 내 딸이 조금 천천히 어른이 되어 오랫동안 내 귀여운 아들, 딸로 머물렀으면 좋겠다. 그런데 암스트롱 박사는 오히려 그러한 어린 시절을 단축시켜 부모와 자식 간의 추억 쌓기조차 방해하려고 했던 것이다. 팀이 의욕을 불태우며 암스트롱 박사의 음모를 저지하겠다고 오버하는 이유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팀의 의욕과는 달리 암스트롱 박사의 음모를 막아내는 실질적인 활약은 테드가 해낸다. 하긴 테드는 '베이비 주식회사'의 전설적인 요원으로 '베이비 주식회사' 입구에 동상까지 있는 존재가 아니던가. 암튼 팀이 헤매는 사이 테드는 암스트롱 박사의 충격적인 정체를 밝혀 낸다. 이제 그의 음모를 막아 내야 한다. 하지만 그건 혼자 할 수가 없다. 팀과 테드가 힘을 합쳐야만 가능한 일이다. 어렸을 적에는 끈끈한 형제애를 과시했던 팀과 테드는 어른이 되면서 관계가 소원해졌다. 하지만 타비나에 대한 사랑만큼은 결코 팀에 못지않은 테드는 결국 팀과 힘을 합쳐 암스트롱 박사의 음모를 저지한다.

혼자 거실 소파에 비스듬히 앉아 [보스 베이비 2]를 보며 참 많이 웃었다. 아내가 그런 내 모습을 봤다면 '언제 철들래?'라고 한마디 했을 것이다. 그런데 철들기 싫다. 언제까지만 아들과 함께 극장에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을 즐기고 싶다. 하지만 아들이 먼저 철이 들어 버렸으니 나 역시도 언젠가는 철이 들어야 하겠지? 이젠 컸다며 팀에게 뽀뽀를 거부하던 타비나가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팀의 볼에 뽀뽀를 해주는 장면이 유난히 내게 가슴 찡했다. 나에겐 암스트롱 박사의 음모도 없고, 다시 어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특수 분유도 없으니 이렇게 영화를 보며 입맛만 다시는 수밖에... 내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대한 사랑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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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릿] - 드림웍스의 가장 혁신적인 셀 애니메이션이 평범한 3D 애니메이션으로 변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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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일레인 보겐, 엔니오 토헤산

더빙 : 이사벨라 머세드, 줄리안 무어, 제이크 질렌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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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엄마를 잃고 할아버지의 손에서 자란 호기심 많은 말괄량이 소녀 럭키(이사벨라 머세드)는 주지사 선거를 앞둔 할아버지에게 큰 사고를 치고 만다. 결국 여름방학 동안 고모 코라(줄리안 무어)와 함께 아빠 짐(제이크 질렌할)이 혼자 살고 있는 서부의 시골 마을로 보내진다. 아빠와의 서먹한 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던 럭키는 우연히 야생마 '스피릿'과 함께 특별한 교감을 나눈다. 하지만 '스피릿'의 동료 야생마들이 악당에 의해 잡히게 되고, 럭키는 새로 사귄 친구들인 아비게일, 프루, 그리고 '스피릿'과 함께 위험에 처함 야생마들을 구하기 위해 위험한 여정에 나선다.

[보스 베이비 2]가 내게 4년 전의 추억이 있는 영화라면 [스피릿]은 무려 19년 전의 추억이 깃든 영화이다. 2002년 7월 드림웍스의 셀 애니메이션 [스피릿]이 국내에 개봉했었는데, 당시는 내가 최악의 상황에 처했었다. 내 인생의 구세주인 아내를 만나기 전이었고, 다니던 회사에서도 정리해고를 당해 실업자 신세가 되어 자존감이 바닥을 치던 시절이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본 [스피릿]은 내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동물이 주인공이 애니메이션이면서 주인공인 동물을 결코 의인화하지 않았고, 자유와 자연에 대해 진지한 성찰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몇 년 후 [스피릿]은 이제 막 걸음마를 떼던 아들에게도 특별한 영화가 되었다. 공룡에 열광하기 이전 아들은 말을 좋아했는데, 그런 아들을 위해 내가 몇 번이나 보여줬던 영화가 바로 [스피릿]이었던 것이다.

물론 지난 월에 개봉한 3D 애니메이션 [스피릿]이 2002년에 개봉한 셀 애니메이션 [스피릿]의 리메이크 버전은 아니다. 드림웍스에서 제작을 했고, 서부 시대가 배경이며, '스피릿'이라는 이름을 가진 야생마가 주인공이라는 점이 같지만, 기본적으로 2002년 [스피릿]이 야생마 '스피릿'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2021년 [스피릿]은 럭키 프레시콧이라는 어린 소녀가 메인 주인공이다. 사실 [스피릿]을 혼자 집에서 보기 전에 아들에게 '네가 어렸을 적에 좋아했던 애니메이션이 최근에 3D 버전으로 리메이크되었는데(착한 거짓말) 같이 보자'라고 했다가 역시나 단호하게 거절당했다. (아, 냉혹한 아들이여!)

앞서 언급했던 대로 2002년 [스피릿]과는 달리 이번에 개봉한 [스피릿]은 말괄량이 소녀 럭키가 주인공이다. 영화는 럭키의 엄마가 공연 도중 낙마사고로 사망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엄마의 죽음 이후 할아버지의 집에서 자라게 된 럭키. 하지만 정치인을 꿈꾸는 할아버지의 집은 럭키와는 상극이다. 결국 사고를 치는 럭키는 아빠가 살고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고 그곳에서 야생마 '스피릿'을 만나고, 친구들과 생각지도 못했던 위험한 모험을 하며 럭키는 새롭게 태어난다. 할아버지가 바라는 요조숙녀가 아닌,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펼치고 행동하는 주체적인 여성으로 말이다.

2002년 [스피릿]은 굉장히 혁신적인 애니메이션이었다. 요즘도 그렇지만 당시도 디즈니와 픽사가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대세를 이루고 있었고, 신생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드림웍스가 디즈니와 픽사에 도전을 하던 형국이다. ([스피릿]은 드림웍스의 일곱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그렇기에 드림웍스는 디즈니와 픽사가 시도하지 않은 새로움으로 차별화를 가지려 했는데, 그러한 새로움이 [스피릿]에서 드러난다. 의인화하지 않은 야생마, 맷 데이먼의 차분한 내레이션, 그리고 웃음기를 쫙 뺀 진중한 스토리 전개와 주제를 갖추고 있다. 그와는 달리 2021년 [스피릿]은 조금 뻔하다. 악당들에게 잡혀간 야생마들을 구하기 위해 말괄량이 소녀 럭키, 아비게일, 프루가 펼치는 신나는 모험은 새로울 것이 전혀 없다. 여기에 비록 야생마 '스피릿'이 말을 하지는 않지만, 표정과 행동만으로도 충분히 의인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덕분에 재미는 있다. 다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처럼 재미있게 즐길만하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19년 전 봤던 [스피릿]이 그리워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지금은 좀처럼 보기 힘든 셀 애니메이션이었기 때문에 더욱더 그럴 것이다. 당시 [스피릿]은 내 인생 최악의 순간에 처한 내게 작은 위안을 안겨줬었다. 확실히 영화적 재미 면에서 2021년 [스피릿]이 2002년 [스피릿]보다 낫다고 할 수는 있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오랫동안 내 기억 속에 남아 있을 영화는 2002년 [스피릿]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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