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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제이슨 라이트만

주연 : 맥케나 그레이스, 핀 울프하드, 캐리 쿤, 폴 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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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영화광으로 만든 30년 전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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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내가 중학교 3학년 때의 일이었을 것이다. 단칸방에서 다섯 식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았을 정도로 가난했던 우리 집에 비디오비전이라는 것이 새로 생겼다. 비디오비전이란, TV와 비디오 플레이어 일체형이다. 그때부터 나는 동네 비디오 대여점을 내 집 드나들듯이 했고, 주말이면 해주는 영화들을 녹화해서 보고 또 봤다. 당시 내가 흠뻑 빠졌던 영화들은 [빽 투 더 퓨쳐], [그렘린] 그리고 [고스트버스터즈]이다. 80년대 오락 영화를 대표하던 이들 영화를 보며 나는 점차 못 말리는 영화광이 되어 가고 있었다.

2016년에 폴 페이그 감독이 여성판 [고스트버스터즈]를 내놓으며 1984년 영화인 이반 라이트만 감독의 [고스트 버스터즈]에 대한 내 추억은 30여 년 만에 소환되었다. 당시 나는 폴 페이그 감독의 [고스트버스터즈]를 보기에 앞서서 이반 라이트만 감독의 [고스트버스터즈]와 [고스트버스터즈 2]를 다시 보며 철저하게 복습을 마쳤다. 하지만 폴 페이그 감독의 [고스트버스터즈]는 실망스러웠고, 흥행에도 실패하며 시리즈로 제작하려던 계획이 전면 취소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쿠키영상에서 '주울'이 언급된 것만으로도 반가웠다. '주울'은 이반 라이트만 감독의 [고스트버스터즈]에서 고대 악마인 '고저'를 수호하는 괴물(게이트키퍼)의 이름이다. 폴 페이그 감독은 쿠키영상에서 '주울'을 언급함으로써 속 편에서는 '고저'를 다시 소환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지만, 영화의 흥행 실패로 인하여 결국 이뤄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 폴 페이그 감독이 이루지 못한 것을 제이슨 라이트만 감독이 해냈으니까. 이반 라이트만 감독의 아들인 제이슨 라이트만 감독은 폴 페이그 감독처럼 어설픈 리부트가 아닌, 원작의 1, 2편의 세계관을 고스란히 잇고 있는 3편인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를 통해 결국 '고저'를 소환해냈다. 그것만으로도 너무나 반가운데, 제이슨 라이트만 감독은 원작의 멤버들을 한데 모았고, 2014년 사망한 해롤드 래미스를 추모했다. 나처럼 30년 전의 추억을 앉고 있는 팬이라면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는 뜻깊은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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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곤 스펭글러의 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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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는 한 남자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한다. 그 남자는 폐광에서 괴물을 봉인한 후 자신의 집으로 다른 괴물을 유인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죽임을 당한다. 어두운 밤에 이루어진 이 장면은 죽임을 당하는 남자의 얼굴을 자세히 보여주지는 않지만, [고스트버스터즈]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관객이라면 그가 이곤 스펭글러(해롤드 래미스)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곤은 피터 뱅크먼(빌 머레이), 레이 스탠츠(댄 애크로이드)와 더불어 '고스트버스터즈'의 원년 멤버이다. 그런 그가 왜 외딴 시골 마을에서 동료도 없이 혼자 괴물을 처지 하려다가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일까?

화면은 곧바로 혼자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칼리(캐리 쿤)에게로 넘어간다. 집세가 밀리는 바람에 퇴거 조치를 당한 칼리는 어쩔 수 없이 어린 시절, 자신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이곤 스펭글러)가 죽으며 남긴 농장으로 아이들과 함께 이사를 간다. 집이라고 하기엔 거의 폐가에 가까운 수준이지만 칼리에겐 다른 선택사항이 없다. 이 시골 마을에서 적응하며 살아가는 수밖에. 칼리의 아이들도 나름 잘 적응해 나가는데, 장남 트레버(핀 울프하드)는 동네 식당에서 알바를 하며 럭키 도밍고라는 여자아이에게 흠뻑 빠져 있고, 막내딸 피비(맥케나 그레이스)는 자신을 팟캐스트라고 소개한 괴짜 와 친구 사이가 된다. 칼리 역시 피비가 다니는 대안 학교의 교사 개리 그로버슨(폴 러드)과 사랑에 빠지니 이 정도면 낯선 마을에서 칼리 가족은 완벽하게 적응하며 잘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문제는 이 마을에 뭔가 수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지진이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는 가운데 피비는 할아버지가 감춰 놓은 이상한 트랩을 발견한다. 한때 '고스트버스터즈'의 광팬이었던 개리가 트랩을 열게 되면서 사달이 나는데, 결국 마을 폐광에 봉인되어 있던 '고저'가 깨어나고 만다. 이제 마을은 유령의 놀이터로 전락하고, 피비와 트레버는 스펭글러의 후손답게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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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 전 미처 끝마치지 못한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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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컨대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를 재미있게 보기 위해서는 필히 1984년 영화인 [고스트버스터즈]를 봐야 한다. (다행히 1989년 영화인 [고스트버스터즈 2]는 안 봐도 된다.) 이 영화는 [고스트버스터즈]와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접점을 보이고 있다. 비단 영화의 주인공이 이곤 스펭글러의 손자, 손녀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고스트버스터즈]에서 미처 정리하지 못했던 수메르의 파괴신 '고저'에 대한 떡밥이 37년이 지난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에서 완벽하게 회수되었기 때문이다.

1984년 영화인 [고스트버스터즈]의 메인 무대라고 할 수 있는 다나(시고니 위버)의 아파트는 '고저'를 현세에 불러오는 포탈이었다. '고저'를 현세에 강림하게 하기 위해서는 '고저'의 두 하수인 게이트키퍼(주울)와 키마스터(빈츠)가 서로 결합을 해야 한다. [고스트버스터즈]에서는 다나가 게이트키퍼에, 다나를 짝사랑하는 이웃집 남자 루이스(릭 모라니스)가 키마스터에 빙의되어 서로 결합하고, 결국 '고저'가 강림하게 된다. 하지만 [고스트버스터즈]에서 '고저'는 마시멜로맨을 파괴자로 대신 보내면서 어정쩡하게 퇴장한다. 결국 '고스트버스터즈'가 '고저'의 포탈에 프로톤팩의 레이저를 교차시켜 파괴함으로써 마시멜로맨은 사라지게 되지만, '고저'를 완전히 무찌른 것은 아니라서 '고저' 퇴치는 미완성인 채로 남아 있었다.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는 잠시 봉인한 것에 불과한 '고저'를 완전히 퇴치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애초에 이곤이 가족을 버리고, 동료도 배신한 채 오클라호마 주의 작은 시골 마을 섬머빌에 정착한 이유도 '고저'의 본거지를 찾기 위해서였다. 동료들은 '고저'에 집착하는 이곤의 말을 믿지 않았고, 가족들을 '고저'의 위험에 빠뜨릴 수가 없었기에 이곤 혼자 모든 짐을 지고 섬머빌에 정착하여 '고저'를 없애기 위한 준비를 한 것. 섬머빌의 폐광에서 채취한 셀레늄은 이보 샨도르(J.K. 시몬스)가 다나의 아파트 건축 당시 사용이 되었으며, 폐광 안 '고저'의 신전 옆에는 이보 샨도르가 '고저'의 강림을 기다리며 미라 상태로 잠들어 있다. 이렇게 이곤은 37년 전 미처 해결하지 못한 숙제를 마저 해내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고, 이곤이 끝내 마치지 못한 숙제를 이곤의 후손인 트레버와 피비가 할아버지를 이어 끝마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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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팬들을 위한 최고의 팬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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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제이슨 라이트만 감독은 아주 작정하고 [고스트버스터즈]에 열광했던 올드팬에게 팬 서비스를 제공하려 만반의 준비를 마친 듯이 보인다. 37년 동안 방치된 '고저' 퇴치를 끝마친 것도 눈물겹도록 반가운 일인데,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에는 [고스트버스터즈]를 추억할 만한 모든 것들이 준비되어 있다. 일단 이곤의 농장 창고에서 1959년식 캐딜락을 개조한 엑토 1이 먼지가 쌓인 채로 발견되는 장면은,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에서 레이(데이지 리들리)와 핀(존 보예가)이 '밀레니엄 팔콘'을 발견하는 장면과 맞먹을 정도로 짜릿했다.

피비가 가장 먼저 발견하는 유령이 '먹깨비'라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먹깨비'는 [고스트버스터즈]의 상징과도 같은 유령으로 애니메이션 <고스트버스터즈>에서 거의 주인공 4인방과 맞먹는 비중을 차지하며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당연하지만 마시멜로맨도 나온다. 동네 마트에서 작고 귀여운 외모로 등장한 마시멜로맨은 작고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사악하고 위험한 행동으로 영화의 재미를 더해준다. 기왕이면 거대한 마시멜로맨도 나왔으면 좋았겠지만, 뭐 작고 귀여운 마시멜로맨이 나온 것만으로도 팬 서비스가 충분히 된 듯하다.

칼리가 게이트키퍼에 빙의되고, 개리가 키마스터에 빙의되는 장면도 [고스트버스터즈]를 떠오르게 했다. 비록 게이트키퍼에 빙의된 시고니 위버의 모습만큼 강력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게이트 키퍼에 빙의된 캐리 쿤의 모습은 추억을 회상하기에 딱 좋았다. 그리고 역시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위기의 순간 나타난 피터와 레이 그리고 윈스턴이다. 이 장면에서 더욱 가슴이 찡했던 것은 이곤의 유령도 힘을 보탠다는 점이다. 제이슨 라이트만 감독은 잊지 않고 이곤과 칼리를 화해시키며 이곤의 명예로운 퇴장을 마련하고, 자막으로 해롤드 래미스를 추모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 정도면 올드팬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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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쿠키영상, 과연 4편은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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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완벽한 마무리였다. 이대로 '고스트버스터즈 3부작'을 끝마쳐도 여한을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돈이 되는 것이라면 아름다운 이별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게 파기할 수 있는 할리우드이기에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의 흥행 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4편이 제작될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일까?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에는 두 개의 쿠키영상이 존재한다. 첫 번째 쿠키영상에서는 다나와 피터가 등장한다. 이는 [고스트버스터즈]를 좋아하는 올드팬을 위한 팬 서비스의 일환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긴 올드팬이라면 시고니 위버도 [고스트버스터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배우인데 이렇게라도 보게 되었으니 반가웠다.

모든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후 나온 두 번째 쿠키영상은 4편을 기대하게 만든다. 제닌과 윈스턴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인데 다국적 기업의 총수가 되어 엄청난 부를 축적한 윈스턴은 알게 모르게 '고스트버스터즈'의 옛 동료들을 도와주고 있었다. '고저'를 물리친 후에도 옛 '고스트버스터즈' 기지였던 소방서 건물을 매입하고, 엑터 1도 완벽하게 수리를 했다. 만약 4편이 제작된다면 윈스턴의 후원 아래 '고스트버스터즈'는 다시 신나는 유령 퇴치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문제는 피터와 레이는 이제 너무 늙었고, 트레버와 피비는 너무 어리다는 것. 어쩌면 완전히 새로운 멤버를 구성해서 새로운 '고스트버스터즈'를 이어나가지 않을까?

추억을 소환당하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나이가 드니 더욱 그러하다.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를 보며 단칸방에서 모두가 잠든 밤에 TV 옆에 바짝 앉아 영화를 보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그때는 그것 자체만으로도 즐거웠다. 가난했고, 가진 것은 없지만 비디오비전 하나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때보다 영화 하나로 느끼는 행복은 줄어든 것 같다.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의 추억 소환은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나도 행복했던 그 시절의 기분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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