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여행자] 쓸쓸함, 허무함, 무언가에 대한 애잔함..
일상에 안착하지 못하여
생활이 곧 여행이 되어버린 자, 유성용 씨의 <생활여행자>.
<아무 것도 아닌 것들의 사랑><여행생활자>를 썼던 작가.
앞의 두 작품의 딱 중간 정도에 서있는 듯한 이 책은 여행보다는 생활에,
그리고 감상기보다 여러가지에 대한 사랑기(記)에 좀 더 치중해져있었다.
좀 더 센티멘탈해졌다고 할까?
사실 그의 문학적 표현법이나 내용을 읽다보면 확 와닿는 글들이 많지 않다.
몇번 되새김질 하듯이 읽어보거나, 결국은 읽다읽다 무슨 뜻인지 모르고 그냥 넘어가기도.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정처없이 떠도는듯한 느낌은 전해지더라.
쓸쓸함, 허무함, 그리고 무언가에 대한 애잔함.
어떨 땐 시(詩)같기도 하고,
어쩔 땐 혼자만의 꿈 속의 동화같기도 한 글이 즐비했다.
그러니, 그의 정신세계에 잠시 갔다온 것 같다는 말이 나올만 하다.
세상의 저 끝으로 벗어나 산골자락에서 살아갔던 그는 세상의 중심에서 벗어났음에도
왠지 미련과 아쉬움
그리고 만물에 대한 사랑에 대해 그렇게도 애착이 많은지,
속세를 벗어났지만 오히려 벗어나서 그에 대한 생각이 더 많은 것 같았다.
글 중에 '에곤 실레'와 관한 그의 글이 있었는데,
에곤 실레라는 화가에 관한 그림이 흥미로웠다.
사실적이고 에로티시즘이 담겨져있으면서도, 슬픔, 기쁨, 고독과 사랑 등에 담겨져있는
그의 그림들을 보면서 왠지 모를 냉소적인 쓸쓸함이 느껴졌다.
그의 글에도 나왔던 '이중자화상'.
사랑하는 자와 사랑받는 자 어떤 모습이 그려지는가?
룸펜 : 지성적인 지식인이 사회에 실망을 느끼고 좌절하여 그 사회속에 편입되기를 거부하고
자청하여 백수 노릇을 한다는 의미.
글 속에서 그는 자신을 두고 '사랑의 룸펜'이라고 하였다.
무슨 뜻인가 찾아보니 저렇더라. 마치 그를 두고 만들어진 단어같았다, 룸펜.
냉소적이고 허무주의자들이 많다는데, 약간의 그런 느낌이 그의 글에서도 전해져온다.
여름, 가을, 겨울, 봄의 챕터로 나눠진 순서를 따라가다보면,
그 계절의 변화가 느껴지는듯하다.
잘 나온 컬러풀한 사진들이 한껏 그 상상력을 도와준다.
언어를 가지고 유희하는 듯한,
그래서 그만이 아는듯한 단어로 소곤소곤 얘기하는듯한 글들.
최근 이 분의 근황이 궁금해졌다.
또 여행을 하고 계신지, 아니면 이제는 일상에 정착하셨는지 사뭇 궁금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