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eezn에서 한국 영화를 몰아 보기도 했고, 유럽 영화를 몰아 보기도 해고, 아시아권 영화를 몰아 보기도 했다. 처음부터 의도했던 것은 아닌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나라별로 보게 되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미국 영화도 몰아서 보자는 생각에 그동안 미루었던 영화들, [카메론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 [미드웨이], [해피 디 데이]를 몰아 봤다. 보고 난 후의 느낌은... 역시 미국 영화는 최소한의 영화적 재미는 보장이 되더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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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론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 - 우리는 혹시 아이들에게 정서적 학대를 하고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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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디자이리 아카반

주연 : 클로이 모레츠, 제니퍼 엘, 사샤 레인, 포레스트 굿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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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소녀 카메론(클로이 모레츠)는 동성애를 했다는 이유로 보수적인 가족들에 의해 교회가 운영하는 동성애 치료 센터로 보내진다. 엄격한 규율 속에서 동성애는 병에 불과하다고 가르치는 리디아(제니퍼 엘) 원장. 카메론은 조금씩 치료 센터에 적용하면서 제인(사샤 레인), 애덤(프레스트 굿럭)과 소소한 일탈을 즐긴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에게 거부당한 소년이 자해를 시도하면서 센터는 발칵 뒤집히고, 카메론은 제인, 에덤과 함께 센터를 빠져나와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아 여행길에 오른다.

영화의 내용만 본다면 [카메론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은 굉장히 자극적인 영화처럼 보인다. 일단 영화의 소재가 동성애이고, 동성애를 금기시하는 엄격한 기독교적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카메론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억압받아야 한다. 이 정도 내용이라면 영화의 분위기가 쉽게 그려진다. 교육을 빙자한 리디아 원장의 학대 속에서 카메론은 반항하고, 결국 센터에서 탈출하여 자유를 찾아 떠나는 그림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하지만 놀랍게도 [카메론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은 그런 영화가 전혀 아니다. 관람등급이 15세 관람가이기 때문에 동성애 장면이 자극적으로 그려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상했던 바이다. (그래도 아들과 함께 봤다면 민망했을 장면이 여럿 있었다.) 하지만 리디아 원장이 전혀 폭력적이지 않다는 것은 꽤 충격적이다. 카메론이 동성애 치료 센터에서 학대를 당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리디아 원장과 센터의 선생들은 전혀 폭력적이지 않다. 자해를 시도한 학생 역시 아버지에게 버림을 받았기 때문이지 센터의 학대 때문은 아니다.

잔잔하기만 한 이 영화의 분위기에 당혹스러워할 때쯤 카메론은 학생의 자해로 인하여 감사를 나온 교육부 조사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 "자신을 미워하도록 훈련하는 과정이라면, 정서적 학대가 맞잖아요." 그 한마디에 나는 뒤통수를 한대 맞은 듯했다. 나는 육체적 학대만을 학대로 단정 지은 채 오히려 이 영화가 너무 잔잔해서 놀랍다는 반응이었는데, 카메론은 그런 나와 같은 관객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정서적 학대 또한 육체적 학대만큼 가혹한 것이라고...

앞서 언급했듯이 [카메론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은 꽤 잔잔한 영화이다. 동성애 치료 센터에 강제 입소했다고 하지만 카메론을 비롯한 아이들은 꽤나 자유롭다. 카메론은 제인, 애덤과 함께 등산을 핑계로 산에서 대마초를 피우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자신을 부정해야 하는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가족에게 버림받은 그들은 센터를 떠난다고 하더라도 갈 곳이 없다. 스스로 동성애를 부정하여 리디아 원장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는 한 가족은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에 그들은 센터에서 자기 자신을 부정하기 위해 온갖 애를 쓴다.

그것이 바로 학대이다. 어린아이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 하는 어른들이 자신들이 정해놓은 규칙에 맞게 아이들을 재단하려 하면서 그러한 규칙에서 벗어나면 잘못된 것이라고 강요하는 것. 영화의 제목이 잘못된 교육'이라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것은 비단 동성애 문제만이 아닐 것이다. 한때 일반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금기시되었던 모든 것들. 우리는 혹시 우리의 아이들에게 잘못된 교육을 통한 정서적 학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센터를 벗어나 길을 떠난 카메론 일행. 그들은 가족에게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자기 자신을 부정해야 하는 삶을 살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모습은 자유로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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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웨이] - 단언컨대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영화 중 가장 복잡한 내용을 가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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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롤랜드 에머리히

주연 : 에드 스크레인, 패트릭 윌슨, 루크 에반스, 아론 에크하트, 우디 해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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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의 마지막 날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전쟁 영화 [미드웨이]가 개봉했다. 사실 나는 전쟁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이성이 지배하는 인간 사회에서 전쟁은 비이성적인 행위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서로 미워하고, 증오하고, 결국 서로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되는 전쟁의 상황은 그 자체만으로도 끔찍하다. 하지만 [미드웨이]는 오히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영화라는 사실 때문에 보고 싶어졌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누군가. [인디펜던스 데이], [고질라], [투모로우], [2012] 등 '사이즈로 승부하겠다'라며 블록버스터를 주로 만들어온 감독이 아니던가. 그렇기에 나는 [미드웨이]에서 전쟁 영화가 아닌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를 기대했었다.

무려 1년하고 9개월이 흐른 후 드디어 [미드웨이]를 관람했다. [미드웨이]는 2019년 나의 기대작 리스트 중에서 마지막으로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던 영화였기에 [미드웨이]를 관람함으로써 나는 드디어 2019년에 보려고 계획했던 모든 영화를 말끔하게 클리어 한 셈이다. 그리고 막상 [미드웨이]를 보고 나니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영화답지 않아서 깜짝 놀랐다.

[미드웨이]는 제목 그대로 1942년 6월에 벌어진 '미드웨이' 해전을 소재로 한 영화이다. 내가 이 영화를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영화답지 않다고 생각한 이유는 영화가 꽤 섬세하게 '미드웨이' 해전의 상황을 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1941년 진주만 공습 이후 제국주의를 향한 일본의 야욕은 거세지고, 모든 해상 병력을 집중하여 '미드웨이' 공략을 준비한다. 이에 미군은 진주만 다음 일본의 공격 목표가 어디인지 암호를 해독하여 '미드웨이' 공격을 준비하며 오히려 역습에 성공하여 '미드웨이' 해전을 승리로 이끈다.

내가 예상한 [미드웨이]는 복잡한 전쟁의 상황은 모두 집어치우고 최대한 단순화시킨 전쟁 영웅의 활약담이다. 물론 [미드웨이]에 전쟁 영웅이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마치 [탑건]의 매버릭(톰 크루즈)를 연상시키는 반항적인 전투기 조종사 딕 베스트(에드 스크레인)가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영화는 딕 베스트를 중심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오히려 '미드웨이' 해전을 승리로 이끈 다양한 전쟁의 주역들을 등장시켜 딕 베스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전쟁의 복잡한 상황에 집중한다.

정보 장교인 레이튼(패트릭 윌슨)을 비롯하여 맥클러스키(루크 에반스), 지미 둘리틀(아론 에크하트) 등 '미드웨이' 해전을 승리로 이끈 모든 이들을 영화 속으로 끄집어 낸다. 문제는 등장인물들이 너무 많다 보니 조금만 집중력이 흐트러져도 영화의 스토리를 따라잡기 힘들다는 점이다. 게다가 러닝타임도 2시간 16분으로 긴 편이라 전쟁의 복잡한 상황, 다양한 캐릭터를 쫓느라 영화를 보는 내내 정신이 없었다. 그동안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영화는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되었는데, [미드웨이]를 그렇게 봤다가는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내가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영화를 모두 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단언컨대 지금까지 내가 본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영화 중에서 [미드웨이]는 가장 복잡한 내용을 가진 영화였다. 나는 영화의 초반 너무 가볍게 [미드웨이]를 보기 시작하는 바람에 영화 중반쯤 영화의 내용을 쫓아가지 못해 조금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미드웨이]의 초반 부분을 다시 볼 예정이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영화인데 복잡해서 다시 봐야 하다니... 그 자체만으로도 [미드웨이]는 분명 흥미로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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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디 데이] - 사랑을 배달하는 반려견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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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켄 마리노

주연 : 니나 도브레브, 바네사 허진스, 에바 롱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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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개 키우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어머니는 반려견 두 마리를 키우고 계시고, 누나네 집은 수 마리의 개와 동거하는 관계로 내 입장에서는 개판이며, 여동생은 비록 반려견을 키우지는 않지만 SBS 예능 <TV 동물농장>에 취재된 적이 있을 정도로 애완, 애묘인이다. 우리 집에서 나만 개, 고양이에 시큰둥하다. 하지만 그러한 나조차도 [베일리 어게인]과 [안녕 베일리]를 보고 나서는 반려견을 키워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었다. 물론 대형견을 키울 수 있는 마당이 있다면...이라는 전제조건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해피 디 데이]는 정확히 [베일리 어게인] 류의 영화이다. 특히 외로운 솔로라면 반려견을 통해 사랑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환상을 갖게 된다.

TV 뉴스 캐스터 엘리자베스(니나 도브레브)는 애인의 바람을 피우는 현장을 목격하며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회사에서 뜬금없이 은퇴한 스포츠 스타 지미(톤 벨)를 공동 진행자로 영입하면서 엘리자베스의 심기는 더욱 불편해진다. 처음엔 티격태격하던 엘리자베스와 지미는 하지만 각자의 반려견인 샘 브랜디 덕분에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된다.  

 

 

대학에서 마케팅을 배운 후 카페에서 서빙을 하는 타라(바네사 허진스)는 인근 동물 병원의 얼짱 의자 마이크(마이클 캐시디)에게 홀딱 반해 있다. 카페 근처에서 유기견 거트루트를 발견한 타라는 이를 핑계로 마이크에게 접근한다. 하지만 의외로 그녀가 친해진 것은 유기견 보호 센터의 가렛(존 베이스). 꿈에도 그리던 마이크에게 데이트를 하던 날, 타라는 자신의 진정한 짝은 마이크가 아닌 가렛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가족에게 늘 골칫덩어리인 무명 밴드의 리더 댁스(아담 팔리)는 쌍둥이를 임신한 누나를 대신해서 누나의 반려견 찰리를 며칠간 떠맡게 된다. 혼자 사는 것이 편한 댁스에게 찰리는 귀찮은 존재이지만, 찰리를 챙겨주고, 찰리와 함께 생활을 하며 어느새 정이 들어 버린다. 누나가 쌍둥이를 출산을 하고 안정을 찾으며 이제 댁스와 찰리에겐 이별의 시간이 다가온다.  

 

아이를 입양하기로 결정한 초보 부모 그레이스(에바 롱고리아)와 커트(롭 코드리).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아멜리아의 마음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그런데 아멜리아가 주인을 잃어버린 반려견 메이블과 만나며 마음의 문을 열게 되고, 그레이스와 커트를 부모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메이블을 애타게 찾고 있는 주인이 있기에 아멜리아와 메이블은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 

 

 

아내의 죽음 이후 반려견인 메이블과 사는 깐깐한 노인네 월터(론 세파스 존스). 그런데 어느 날 메이블이 사라진다. 유일한 가족이자 친구인 메이블을 잃고 상심에 빠진 월터에게 피자 배달부 타일러(핀 울프하드)가 같이 메이블을 찾겠다며 방문한다. 사람과의 관계를 단절했던 월터는 타일러와의 만남을 통해 활기찬 삶을 되찾는다. 그리고 메이블의 진정한 주인은 자신이 아닌 아멜리아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해피 디 데이]는 다섯 개의 에피소드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공통된 주제는 반려견을 통해 사랑을 깨닫는 주인공들의 이야기이다. 솔직히 뻔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영화를 보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고, 귀여운 개들로 인하여 입가엔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 나처럼 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미국은 참 이렇게 뻔한 영화도 재미있게 포장할 줄 아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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