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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바르바라 비아워봉스, 토마시 만데스

주연 : 미켈레 모로네, 안나마리아 시에클루츠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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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넷플릭스에 접속할 때마다 자꾸 내 눈에 띄는 영화가 있다. 바로 [365일]이다. 포스터에서부터 '나, 굉장히 야한 영화입니다.'라고 아예 대놓고 선언하는 이 영화는 야한 영화를 싫어하는 아내와 함께 보기도, 그렇다고 사춘기 소년처럼 가족의 눈을 피해 몰래 보기도 망설여지는 영화이다. 그래도 화제작을 놓칠 수는 없어서 일요일 아침, 아내가 곤히 잠든 시간에 [365일]을 플레이시켰다. 볼륨은 최대한 낮춰 놓고... 하지만 아내가 예상보다 일찍 잠에서 깨어나 거실로 나올 때 하필 영화에서 오럴 섹스 장면이 나오는 바람에 "아침부터 뭐 이런 영화를 보고 있어!"라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아! 이게 아닌데...

[365일]은 분명 논란이 될만한 영화이다. 마피아 보스인 마시모(미켈레 모로네)가 반대파에 의해 총에 맞고 쓰러지던 순간 한 여성의 환영을 보게 되고 그녀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5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마시모는 폴란드에서 여행을 온 라우라(안나마리아 시에클루츠카)를 우연히 보게 되는데, 그녀가 자신이 찾던 환영 속의 여인이라 확신을 하고 그녀를 납치한다. 마시모는 라우라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365일' 안에 자신을 사랑하게 될 것이라는... 만약 '365일'이 지나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집에 보내 주겠다는... 꼼짝없이 '365일' 동안 갇히게 된 라우라는 이 상황을 즐기기로 하고, 점점 마시모의 매력에 빠져든다.

이 영화의 논란 포인트는 바로 이 부분이다. 마시모는 라우라를 납치하고, 라우라는 자유가 빼앗긴 상황에서 자신을 납치한 마시모와 사랑에 빠진다. 스톡홀름 증후군이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동화되어 가해자의 행위에 동조하거나 가해자를 변호하는 피해자의 심리를 일컫는 것으로 일본 영화 [완전한 사육], [007 언리미티드] 등이 스톡홀름 증후군을 소재로 하고 있으며, 엄밀하게 따진다면 [미녀와 야수]도 스톡홀름 증후군을 소재로 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스톡홀름 증후군을 소재로 한 영화는 지금까지 꽤 많았다. 하지만 유독 [365일]만 개봉 당시 납치를 미화했다며 논란이 되었다. 그 이유는 라우라를 대하는 마시모의 태도에 있다. 마시모는 라우라에게 원하지 않는다면 당신 몸에 손을 안 대겠다고 선언하자 라우라는 대담하게도 마시모를 도발한다. 그러한 상황에서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을 뻔하는 장면이 여럿 나온다. 마치 라우라에게 색녀 프레임을 씌워놓고 마시모와 라우라의 사랑을 정당화하려는 듯이...

물론 이 영화도 할 말은 있다. 변태적인 성 취향을 가진 미남 재벌과 순수한 여대생의 사랑을 그린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서 변태 미남 재벌을 핸섬한 마피아 보스로 변경했을 뿐이다. 마시모가 라우라에게 핸드폰과 노트북을 건네줬기에 라우라는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신고를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마시모의 재력과 매력을 즐기며 스스로 납치 상황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결국 이 영화는 납치 미화가 아닌,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두 남녀가 납치라는 독특한 상황 속에서 서로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라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솔직히 나는 이 영화의 그러한 논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대략적인 내용만 놓고 본다면 납치를 미화한 영화 같기도 하지만, 정작 영화에서는 라우라가 마시모의 납치에 별 저항이 없는 듯 보여서 논란 자체가 확대 해석된 경향도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논란보다 나는 이 영화의 만듦새가 더 실망스럽다. 3부작 중 1부라서 그런지 몰라도 영화 자체가 상당히 띄엄띄엄 진행되다가 뜬금없이 끝나는 느낌이다. 특히 라우라가 마시모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 그러한데, 바다에 빠진 자신을 구해줬다며 곧바로 마음의 문을 열어버리는 라우라의 모습은 쉽게 수긍이 안된다. 마지막 부분은 이게 뭔가 싶다. 2부를 위해 이렇게 어정쩡하게 끝낸 것 같은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영 찝찝하다. 많은 이들이 [365일]의 야한(!) 부분에 기대를 걸고 영화를 볼 텐데, 내 개인적인 견해로는 기대만큼 야하지 않다. 노출 수위로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보다 약하다. [365일]을 보고 나니 그냥 일요일 아침을 별 의미 없이 소모해버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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