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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 - 가부장제로 인하여 상처받은 그들, 그래도 우리는 가족이니까...
13  쭈니 2020.08.04 08:56:32
조회 72 댓글 0 신고

감독 : 정승오

주연 : 장리우, 이선희, 공민정, 윤금선아, 곽민규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한국 독립 영화에 큰 관심이 없다. 물론 상업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상상력이 발휘된 영화에는 호기심이 생기지만 대부분의 독립 영화들은 현실 풍자, 혹은 비판을 영화적 가치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통해 2시간가량 현실 도피를 꿈꾸는 내게 오히려 현실과 맞닥뜨려야 하는 독립 영화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리가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장]도 마찬가지이다. 이 영화는 아버지의 묘를 '이장'하기 위해 모인 4녀1남 남매의 이야기이며,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남아 있는 가부장제에 대해 풍자를 하는 영화이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가 궁금했다. 어쩌면 나 역시도 가부장제의 혜택(?)을 받으며 성장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1남 2녀 중 둘째인 나는 어렸을 적부터 몸이 약해서 부모님이 많이 챙겨주셨는데, 요즘도 여동생은 가끔 엄마가 맛있는 거 있으면 오빠만 줬다며 투덜거린다. 솔직히 나는 별 기억이 없는데 여동생은 은근히 한이 맺혔나 보다.

그것 외에도 누나, 여동생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나는 외아들이라는 이유로 많은 특권을 누렸다고 한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까지 내 방조차 변변히 없었던 내가 무슨 특권을 누렸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 3남매 중에서 유일한 대졸자가 나인 것을 보면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가부장제의 혜택을 누리면서 성장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힘들 것 같다. 그렇기에 더욱 [이장]은 왠지 꼭 봐야 할 영화처럼 느껴졌다.

[이장]은 5남매를 소개하면서부터 시작한다. 첫째인 장녀 혜영(장리우)은 싱글맘이다. 아들 동민(강민준)은 영화에서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혜영은 동민을 위해 육아휴직을 신청하지만 오히려 휴직 후 퇴사 압박을 받는 처지에 놓인다. 가정주부인 둘째 금옥(이선희)은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남편의 뒷조사를 하고 있으며, 결혼을 앞둔 셋째 금희(공민정)는 돈 없는 약혼자 때문에 돈이 궁하다. 몇 년째 대학에 다니고 있는 넷째 혜연(윤금선아)은 열렬한 페미니스트로 가부장제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막내아들 승락(곽민규)은 여자친구 윤화(송희준)가 임신을 하자 잠수를 타버릴 정도로 책임감 제로이다.

문제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이장]의 5남매는 만나자마자 티격태격, 서로에게 악담을 퍼붓다가도, 또 언제 그랬냐는 듯 가족의 정으로 끈끈히 뭉치기도 하는 등 얼핏 봐도 참 문제가 많은 사람들이다. 게다가 아버지의 '이장'으로 보상금 5백만 원이 나온다고 하자 은근 그 돈을 탐내며 분열을 일으킨다. 더 큰 문제는 그들의 큰아버지 관택(유순웅)이다. 전형적인 가부장인 그는 5남매에게 어떻게 아버지를 화장할 수 있느냐며 장남인 승락이 결정하라며 혜영의 의견을 노골적으로 무시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5남매는 아버지의 '이장'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을까?

[이장]은 아버지의 묘 '이장'과 가부장제에 상처받은 5남매의 이야기라는 소재만 봐도 숨이 턱하고 막힐 정도로 무겁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의외로 이 영화는 무겁지 않다. 오히려 피식거리며 웃을 수 있다. 장르를 엄밀하게 따진다면 코미디에 가깝다. 현실은 암울하고, 관계는 답답하고, 미래는 답이 없지만 우리의 인생이라는 것이 원래 그렇지 않던가. 영화의 마지막 장면 5남매가 나란히 앉아서 서로를 다독이는 장면을 보며 그래도 그들은 가족이구나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무거운 주제의 영화를 가볍게 풀어내는 정승오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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