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미술] 그림에서 내 아이의 정체성이 보여요
그림에서 내 아이의 정체성이 보여요
나는 송아트를 통해 그림 지도를 하면서, 그림 속에서 아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발견한다. 아이의 정체성은 가족과 함께하는 일상 속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일상 속에서 가족과 친구 관계가 잘 형성되고 일상에 필요한 하나하나의 방법을 배우고 익히며 다양한 언어를 이용하며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아이가 미래에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아이가 될 것이다.
(만 5세, 남)
앞의 그림에서 보듯 아이의 정체성은 매우 자신감과 활기가 넘친다. 이 경우, 아이가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성장하지 않도록 부모는 아이들에게 위인전을 읽히거나 그들의 업적에 대해 알게 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타인을 도와주고 용서할 수 있는 의견을 갖춘 정체성의 소유자로 자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만 5세, 남)
위의 그림은 ‘손바닥이 변하여 무엇이’라는 주제로 그린 그림이다. 이 그림은 손바닥에 물감을 바르고 찍어내는 작업을 한 후 ‘그곳에서 무엇을 하고 놀았니?’에 대해 만 5세 아이가 표현하고 있다. 엄지손가락은 “여보 다녀올게”, 검지손가락은 “다녀오세요” 그리고 중지, 약지, 새끼손가락의 표현을 통해 아이의 가족관계에 대한 의견을 볼 수 있다. 학교와 공원, 전화기역, 묘지를 지나 할머니 할아버지의 집이 나오기도 한다. 부모의 생활과 환경을 엿볼 수 있다.
이렇게 그림을 살펴보면 아마 ‘내 아이의 눈 속에 이 모든 것들이 비추어지고 있구나’하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실제로 가족 간의 관계는 아이들의 정체성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유아기에 가족 관계는 아이가 앞으로 삶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일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시기에 아이들에게 충분한 애착과 사랑을 채워주고 아이의 의견과 하고자 하는 것들을 인정해주며 응원해주는 부모의 양육 태도는 아이의 행복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만 3세, 영우의 첫 번째 그림)
네 살짜리 남자 아이의 손을 잡고 나를 찾아온 한 어머니. 엄마의 옷자락을 잡은 채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나를 보고도 제대로 얼굴을 마주하지 못하고 쭈뼛쭈뼛 엄마 뒤로 숨던 아이의 이름은 영우였다. 영우에겐 특별한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워낙 내향적인 성향이 짙다 보니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쉽지 않은 듯 보였다. 유치원 생활을 시작했지만 이런저런 활동들에 잘 못 어울리거나 적응시간이 다른 친구들에 비해 조금 더 걸리는 편이었다. 영우가 또래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도와야 했다.
영우의 첫 그림은 ‘생각나는 것을 그려보세요’라는 주제로 그린 그림이었다. 이 그림을 보고 영우에게 “이게 무슨 그림이니?”하고 묻자 영우는 “아빠는 놀이터에서 혼자 놀아요. 영우는 집에서 장난감을 타고 놀아요.”하고 대답했다. 위 그림을 보면 그림 옆에 선생님이 써둔 기록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발문 기록’이다. 이 발문 기록들을 보면 영우는 일상에서 주로 혼자 있으며 대상관계인 아버지와 편안하게 함께하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우의 세 번째 그림)
‘크고 작은 나무들이 많이 있어요’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리게 하자 영우는 자신의 아빠, 엄마, 그리고 자기 자신을 나무로 그렸다. 맨 왼쪽에 크고 넓적하게 그려놓은 나무를 가리키며 발문하자 “엄마 나무는 지금 숲에 있어요”라고 영우가 대답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키가 크고 멋지게 생긴 나무를 가리키자 “아빠 나무는 바다에 있어요”라고 대답했다. “오, 그럼 영우 나무는 어디에 있을까?”라고 묻자, 넓적한 엄마 나무와 높은 아빠 나무 사이의 까맣고 작은 나무 하나를 가리키며 “영우 나무는 아래에서 놀고 있어요”라고 대답했다. 엄마와 아빠 나무를 크고 멋지게 그렸지만 자신은 검고 작게 그린 걸 보니 영우는 지금 그리 기쁘지 않고, 정체성도 매우 낮아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영우에게는 조금 더 선생님의 관심이 필요했다. 자신을 표현해내기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볼 때 자신감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이의 표현에 신중하게 경청하고 수용해주지 못하고 거절하거나 틀렸다고 결정을 내렸을 때 아이는 위축되기 쉽다. 영우와 함께하는 시간들이 조금씩 흘렀다. 나는 영우가 어느 날 그림 한 점을 보고 나도 모르게 웃음 지었다. 바로 다음 그림이다.
(영우의네 번째 그림)
이 그림을 보면 두드러지는 것이 바로 영우의 모습이다. 아주 작은 나무로 자신을 표현했던 그 전의 영우와는 달리 영우의 모습이 매우 과장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몇 개월에 걸쳐 영우에게는 계속해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는데, 바로 대상관계와 정체성에 관한 것이었다. 영우는 내향적이고 수줍음이 많았는데, 그 부분이 점차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림 속에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기 시작했고, 그 의견을 찬찬히 잘 설명해나갔다. 낮은 정체성을 보이던 영우는 자신의 모습을 점차 그림 속에 드러내 보이며 정체성을 회복해가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