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네 편 연속 넷플릭스 SF 영화를 보다... [ARQ], [디스커버리], [어제가 오면], [림 오브 더 월드]
이제 토요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넷플릭스 영화를 보는 것은 내 일상이 되어 버렸다. 주말에도 갈 곳이 없으니 토요일 아침 조조 영화를 본다는 기분으로 넷플릭스 영화들을 탐닉하는 중이다. 하지만 지난 토요일은 조금 더 특별했다. 전날 1박2일로 제주도 출장을 다녀온 아내는 여독(?)으로 인하여 토요일 오후 4시까지 내리 잠만 자고 있었고, 5월 27일 등교를 앞둔 아들은 6월 10일로 예정되어 있는 시험 때문에 열공 중이다. 결국 나만 혼자 거실에 덩그러니 남겨졌는데 그래서 평소엔 한 편, 많으면 두 편정도 봤던 넷플릭스 영화를 무려 네 편이나 연달아 볼 수 있었다. 기왕으면 테마를 정하고 영화를 보자는 생각에 네 편의 영화 모두 SF 영화들로 채워졌다. (본문에 영화의 스포가 다수 포함되어 있음을 알린다.)
[ARQ] - 타임루프 영화의 나쁜 예
감독 : 토니 엘리엇
주연 : 로비 아멜, 레이첼 테일러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중에서는 SF 영화가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SF 영화들은 저예산 영화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타우], [나의 마더], [IO : 라스트 온 어스] 등인데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정된 공간, 한정된 캐릭터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영화들이가. [ARQ]도 정확히 그런 영화이다. 영화의 배경은 에너지 고갈로 인하여 위기를 맞이한 가까운 미래이다. 렌(로비 아멜)은 연인 해나(레이첼 테일러)과 함께 6시 16분 잠에서 깬다. 그 순간 괴한이 렌의 집에 침입하고 렌과 해나는 괴한에 붙잡힌다. 이대로 당할 수는 없다며 렌은 괴한들을 죽일 계획을 세우지만 실패하고 결국 괴한의 총에 맞아 쓰러진다. 그런데 다시 눈을 뜨니 같은 날 6시 16분. 렌의 시간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같은 시간이 계속 반복되는 영화를 타임루프 영화라고 한다. 타임루프 영화는 뚜렷한 단점이 있다. 같은 시간이 계속 반복되기 때문에 관객 입장에서도 같은 장면을 계속 봐야하는 점이다. 같은 장면을 계속 본다면 당연히 지루할 수밖에... 하지만 그러한 지루함에도 불구하고 잊을만하면 타임루프 영화가 제작되는 이유는 그 반복되는 시간을 약간만 비틀면 오히려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영화가 1993년 개봉작 [사랑의 블랙홀]이다. 반복되는 시간을 이용하여 리타(앤디 맥도웰)의 사랑을 쟁취하는 필(빌 머레이)의 모습을 통해 [사랑의 블랙홀]은 타임루프와 로맨틱 코미디를 완벽하게 결합해 놓았다.
그렇다면 [ARQ]는 어떠한가. 렌은 6시 16분에 괴한이 집을 침입한다는 사실을 안다. 그래서 반복되는 시간을 이용해서 괴한을 처치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한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죽임을 당한다. 그 이유는 곧 밝혀진다. 해나 역시 괴한과 한 패였던 것. 그들이 원하는 것은 에너지를 장악한 거대 기업의 증권뿐이다. 까짓것 증권만 내주면 모두 해결될 것 같은데 그렇지도 않다. 괴한들 속에서는 거대 기업이 심어 놓은 용병이 있었던 것.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한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그리고 오작동으로 타임머신 기능까지 갖춘 'ARQ'이다. 만약 'ARQ'가 그들의 손에 넘어간다면 거대 기업이 'ARQ'를 이용해서 어떤 만행을 저지를지도 모른다. 그것만은 막아야 하는 렌과 해나. 어느새 그들의 상대는 괴한 따위가 아닌 군대를 거느린 거대 기업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대부분의 타임루프 영화에서 시간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은 주인공 하나뿐이다. 다른 사람들은 시간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주인공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ARQ]는 다르다. 처음엔 렌만 시간 반복을 느끼지만, 나중엔 해나도 시간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급기야는 거대 기업의 용병도 시간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도대체 어떤 기준에서 그들이 반복되는 시간을 알게 되는 것인지 영화는 명확한 설명을 해내지 못한다. 그저 렌은 시간이 반복될수록 점점 힘든 싸움만 해나갈 뿐이다. 그러면서 영화의 후반부는 타임루프 영화의 매력을 점점 잃어갈 뿐이다. 타임루프 영화의 매력은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점점 사건 해결 능력을 갖추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는 것인데, [ARQ]는 그 반대로 시간이 반복될수록 점점 어려움에 처해지는 주인공만 보여줄 뿐이다.
이렇게 렌과 해나는 시간이 반복될수록 오히려 그것을 이용하는 거대 기업의 용병 때문에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해결 방안은 없다. 렌은 'ARQ'를 해나가 소속된 지하 저항 단체에 넘기고 싶지만 이미 거대 기업의 군대는 렌의 집을 공격 중이다.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사건을 벌여 놓으면 어떻게 수습하려고 저라나?'라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니다 다를까 [ARQ]는 사건을 수습할 의지가 없어 보였다. 그러더니 그냥 영화를 끝내 버린다. 좋게 말하면 열린 결말이지만 솔직히 나는 그것이 무책임한, 그리고 허무한 결말이라 생각한다.
[ARQ]는 타임루프 영화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갖춘 것이 없는 영화이다. 에너지 위기, 거대 기업의 횡포 등은 수많은 암울한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영화에서 익히 봤던 소재이기에 저예산 영화의 기발한 상상력이 부재하다. 해나가 괴한과 한 패이다. 괴한의 무리 속에 거대 기업의 끄나풀이 있다는 두 개의 반전도 그다지 놀랍지는 않다. 게다가 끝을 맺지 않은 허무한 결말까지... 타임루프 영화를 꽤 좋아하는 편인데 도저히 [ARQ]에 대해서는 좋게 평가할 수가 없다. 솔직히 좋게 평가할만한 요소 자체가 없다.
[디스커버리] - 사후 세계에 대한 로맨틱한 상상력
감독 : 찰리 맥도웰
주연 : 제이슨 세걸, 루니 마라, 로버트 레드포드
아마도 [ARQ]가 끝나자마자 곧장 [디스커버리]를 플레이시켰던 이유는 [ARQ]가 너무 실망스러웠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가끔 이런다. 기대했던 영화가 실망스러우면 다른 재미있는 영화로 실망스러웠던 영화의 기억을 덮어 버리려 한다. 기껏 영화를 보기 위해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났는데 막상 남은 기억이 재미없는 영화의 실망감이라면 일찍 일어난 보람이 없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디스커버리]는 [ARQ]의 실망감을 덮어버리기에 충분했던 꽤 흥미진진한 저예산 SF 영화였다.
저명한 물리학자 토마스 하버(로버트 레드포드)가 사후 세계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밝혀낸다. 이에 사람들은 현재의 삶을 포기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사후 세계에 가기 위해 자살을 하기 시작한다. 급기야 토마스의 인터뷰 현장에서 방송국 스텝이 자살을 하자 토마스는 자취를 감춘다. 그로부터 6개월 후 토마스의 아들 윌(제이슨 세걸)은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외딴섬으로 향하는 배를 탔다가 그곳에서 신비로운 매력을 지닌 아일라(루니 마라)라는 여성을 만나다. 사실 아일라는 어린 아들의 죽음 이후 자살을 결심한 상태. 우연히 아일라의 자살을 막은 윌은 아일라를 토마스에게 데려간다. 그러면서 윌은 아일라와 함께 사후 세계가 어떤 곳인지 밝히려는 토마스의 위험한 실험에 참가하게 되는데...
인류는 필연적으로 죽음을 두려워했다. 끊임없이 위협이 되는 존재들을 제거했고, 생명 연장을 위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어쩌면 종교라는 것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생겨난 것은 아닐까? 대부분의 종교는 죽음 이후의 삶을 신자들에게 설교한다. 우리 종교를 믿으면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면서... 그렇기에 [디스커버리]의 소재는 굉장히 흥미진진하다. 실제로 사후 세계의 존재가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다면 영화의 설정대로 자살률은 급속도로 증가할지도 모른다. 문제는 사후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은 증명이 되었지만 그곳이 어떤 곳이라는 것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만약 사후 세계가 끔찍한 지옥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어떨까? 그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 확산되어 사회는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그 반대로 천국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살을 선택할지도 모른다. 이미 판도라의 상자를 연 토마스는 결과가 어떻든 위험할 수밖에 없는 실험을 시작한다.
[디스커버리]는 끊임없이 내 호기심을 자극한다. 나 역시 사후 세계가 궁금한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기에 영화 속 사후세계가 어떤 곳일지 집중을 하게 된다. 그런데 [디스커버리]는 쉽게 그 결과물을 내게 보여주지 않는다. 시체를 통한 실험을 통해 시체가 가지고 있는 13년 전의 기억을 영상을 보게 된 윌과 아일라는 처음엔 토마스가 사후 세계를 보겠다며 만들어낸 기계가 깊숙한 곳에 숨겨진 기억을 보여주는 것뿐이라고 추정한다. 하지만 영상 속의 사건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게다가 토마스가 자신에게 한 실험의 결과는 토마스의 가장 아픈 기억이 전혀 다르게 편집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결과 내려진 사후 세계의 정체는 살아생전 가장 후회했던 사건을 되돌려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평행세계라는 것이 밝혀진다.
우와! 평행세계라니...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물이다. 사람은 누구나 '그때 내가 이랬다면...'이라며 후회했던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사후 세계는 그러한 후회의 순간 다른 선택을 해서 이후 전혀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그렇다면 그건 지옥보다는 천국에 가깝다. 물론 다른 선택을 했다고 해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없지만 그래도 충분히 다른 삶을 선택할만한 도전이다. 결국 이 세상엔 죽은 자들이 다른 선택을 한 수많은 평행세계가 존재하는 셈이다. 사후세계와 평행세계의 결합이라니... 신선했다. 그런데 [디스커버리]는 그러한 신선한 설정에 멈추지 않고 윌과 아일라의 사랑을 통해 아련한 사랑의 이야기를 완성했다.
사실 윌이 배에서 아일라는 만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첫 번째 만남에서 윌은 아일라가 자살을 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지만 그녀를 외면했고, 배에서 내리지조차 않았다. 그러다가 며칠 후 신문에서 아일라의 자살을 알게 되었고 평생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 결과 그는 죽을 때마다 아일라의 자살을 막기 위해 그가 가장 후회했던 순간인 배로 돌아온다. 하지만 몇 번이나 반복해도 아일라를 구할 수는 없었다. 아일라는 섬에서 자살을 하거나 누군가에게 죽을 운명이었던 것이다. 결국 윌은 아일라에게 자살의 원인을 제공한 아일라 아들의 죽음을 막는 시간대로 간다. 영화의 마지막 아일라의 아들을 구한 윌의 표정에선 뭔가 아련함이 느껴졌다. 비록 윌과 아일라는 서로를 기억하지 못하고 이대로 엇갈릴지도 모르지만 윌은 평생의 후회로 남았던 아일라의 죽음을 막음으로써 죄책감을 벗어난 새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그 삶이 행복할지, 불행할지는 모르지만... 사후세계, 평행세계, 그리고 로맨틱한 결말까지... 마치 [이터널 선샤인]의 느낌이 살짝 묻어났던 영화였다.
[어제가 오면] - 타임루프 영화로 위장한 흑인 인권 영화
감독 : 스테폰 브리스톨
주연 : 에덴 던컨 스미스, 단테 크릭클로우
[디스커버리]도 냉철하게 말한다면 타임루프 영화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윌은 아일라의 죽음을 막기 위해 끊임없이 아일라와 처음 만났던 배로 반복해서 돌아갔으니까. 그러고 보니 의도하지 않게 [ARQ]와 [디스커버리]까지 타임루프 영화를 연달아 두 편 본 셈이 되었다. 그래서 기왕이면 한 편 더 봐서 세 편을 채우기로 했다. 스파이크 리가 제작을 맡아 화제가 되었던 타임루프 영화가 [어제가 오면]이 바로 마지막 세 번째를 채운 영화이다.
[어제가 오면]은 흑인 빈민가에서 살고 있는 과학 천재 CJ(에덴 던컨 스미스)와 서배스찬(단테 크릭클로우)이 경찰의 총에 맞아 죽은 CJ의 오빠 캘빈의 죽음을 막기 위해 7월 4일로 무한 시간여행을 하는 영화이다. [똑바로 살아라], [모베터 블루스], [정글 피버], [말콤 X] 그리고 최근 [블랙 클랜스맨]까지 흑인 인권 영화의 거장인 스파이크 리 감독이 제작을 맡은 만큼 영화는 기존의 타임머신 영화에 흑인 인권을 살짝 얹혔다. 영화에서 캘빈의 죽음은 경찰의 과잉 대응으로 인한 무고한 죽음이다. 경찰은 흑인 강도 2인조를 뒤쫓는 도중 캘빈과 그의 친구를 강도로 오인하여 사살하는데, 그러한 설정은 미국에서 간간이 일어나는 사건이기에 [어제가 오면]은 영화를 통해 흑인이라는 이유로 경찰의 과잉 대응의 희생양이 된 흑인 청년들의 문제는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흑인 인권 문제를 제외한다면 [어제가 오면]은 꽤 정통적인 시간 여행 영화이라 할 수 있다. 시간 여행 영화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영화는 사람마다 이견이 있겠지만 나는 로버트 저멕키스 감독의 [빽 투 더 퓨쳐 3부작]을 제1순위로 꼽고 싶다. [빽 투 더 퓨쳐 3부작]은 평범한 고등학생 마티 맥플라이(마이클 J. 폭스)가 괴짜 발명가 에메트 브라운(크리스토퍼 로이드) 박사가 발명한 드로리안을 타고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활약을 펼치는 영화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어제가 오면]에는 [빽 투 더 퓨쳐 3부작]의 마이클 J. 폭스가 출연한다. 물론 CJ의 과학 선생님으로 출연 분량을 짧지만 [빽 투 더 퓨쳐 3부작]을 내 인생의 타임머신 영화로 손꼽는 나로서는 그의 깜짝 출연이 가슴 설레는 선물과도 같았다.
비록 CJ는 [빽 투 더 퓨쳐 3부작]처럼 자유자재로 타임머신의 시간대를 맘대로 조절할 수는 없다. CJ와 서배스찬이 설정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며칠 정도.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다. CJ와 서배스찬은 캘빈이 죽음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급기야는 캘빈 대신 서베스찬이 죽음을 맞이하면서 CJ의 딜레마는 더욱 커진다. 캘빈을 살리기 위해 서배스찬의 죽음을 내버려 둘 것인가? 그럴 수는 없다. 절친의 죽음은 CJ에게도 크나큰 죄책감을 안겨주기에 CJ는 또다시 시간여행을 시도한다. 하지만 [빽 투 더 퓨쳐 3부작]의 마티와는 달리 모든 것이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CJ는 캘빈을 구하는 그날까지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영화의 결말 때문에 [어제가 오면]이 [ARQ]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는 캘빈의 죽음을 막은 CJ의 뿌듯한 표정을 끝나지 않는다. 비록 우여곡절 끝에 서배스찬의 죽음을 막았지만 또다시 캘빈은 경찰의 총에 맞아 쓰러진다. 하지만 CJ는 포기할 생각이 없다. 그 수 십, 아니 수 백 번이라도 캘빈의 죽음을 막을 수만 있다면 그녀는 시간여행을 시도할 것이다. 영화는 CJ의 단호한 결심으로 막을 내린다. 그녀가 결국 캘빈을 구하는데 성공을 했는지, 아니면 결국 실패를 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이러한 열린 결말이 [ARQ]와의 접점이다.
하지만 굳이 [어제가 오면]을 평범한 타임루프 영화로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이 영화를 앞서 언급한 대로 흑인 인권에 대한 영화로 해석을 한다면 마지막 결말은 굉장히 의미심장해진다. 아직도 여전한 미국의 인종 차별, 그리고 경찰의 과잉대응과 그로 인하여 희생되는 무고한 흑인 청년들. [어제가 오면]은 이 모든 잘못을 바로잡는 것은 굉장히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는 영화이다. 그렇기에 CJ의 도전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림 오브 더 월드] - 네 꼬맹이들의 인류 구하기, 팝콘 무비의 정석
감독 : 맥지
주연 : 잭 고어, 미야 세치, 벤자민 플로레스 주니어, 알레시오 스칼조토
사실 내 계획은 [어제가 오면]까지이다. 그러면 내 나름의 타임루프 영화 트롤로지가 완성되었을 테니까. 하지만 지난 토요일은 나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내주었다. 타임루프가 소재인 세 편의 영화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1시간 30분 가량의 시간이 남아 있었으니까... 마음 같아서는 타임루프 영화를 또 한 편 보고 싶었지만 더 이상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결국 아들과 함께 보려고 관람을 미루었던 SF 영화 [림 오브 더 월드]가 광란(?)의 토요일 내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영화가 되었다.
각자의 사연으로 인하여 여름 캠프장에 온 네 소년, 소녀. 그런데 하필 그때 외계인의 지구 침공이 시작되었고, 캠프에 고립된 네 명은 얼떨결에 인류의 생사가 달린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된다. 아직 어린 우리가 이 엄청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 걱정도 잠시, 네 소년, 소녀는 서로 협심하여 외계인의 공격을 피하고, 미친 살인광의 협박도 넘어서 결국 임무를 수행함으로써 인류를 지켜낸다.
앞선 세 편의 영화는 줄거리를 설명하는 것이 힘들었다.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영화답게 내용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림 오브 더 월드]는 줄거리 설명이 쉽다.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했고, 네 소년, 소녀가 있고, 그들이 얼떨결에 외계 함선을 공격할 수 있는 중요한 키(진짜열쇠이다.)를 얻게 되고, 죽을 고비를 넘겨 임무를 완수한다는 내용이 영화의 전부이다. 물론 네 소년, 소녀에 대한 캐릭터 설명을 하자면 글이 조금 길어질 수도 있겠다. 그래봤자 몇 줄 길어지는 것이 고작이겠지만...
영화를 보며 뭐 이렇게 단순한 내용의 영화가 다 있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맥지라는 감독의 이름을 보는 순간 고개가 끄덕여졌다. 맥지는 [미녀 삼총사], [미녀 삼총사 : 맥시멈 스피드], [터미네이터 : 미래 전쟁의 시작], [디스 민즈 워] 등 주로 단순한 액션 영화만을 만든 감독이다. 최근 그의 필모그래피는 [아이 필 프리티], [우리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코믹 로맨스가 자리 잡고 있지만 역시나 그러한 영화들보다는 [림 오브 더 월드]와 같은 영화가 맥지 감독에겐 더 잘 어울린다.
분명 [림 오브 더 월드]는 외계인의 지구 침공이라는 긴박한 사건을 소재로 하고 주인공이 천진난만한 어린아이들이다 보니 영화 자체에는 그다지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영화를 보는 내내 편안하게 웃으며 '낄낄'거릴 수 있다는 장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외계인의 디자인이 그다지 새롭지 않다는 점과 함께 임무를 완수하면서 겪는 네 소년, 소녀의 뻔한 성장, 그리고 영화 후반부의 조금 억지스러운 설정 등은 확실히 눈에 거슬리긴 한다. 그래도 어차피 맥지 감독의 영화에서 영화적 완성도를 바랄 것이 아니라면 이 정도면 팝콘 무비로서 꽤 만족할만한 영화였다고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