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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줄리안 슈나벨

주연 : 윌렘 대포, 오스카 아이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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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상한 일이다. 그림에 대해서는 관심이 1도 없는 아들이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만은 어릴 적부터 좋아했다. 그러한 아들의 예술적 취향에 맞춰주기 위해 2013년 1월 예술의 전당에서 <불멸의 화가 반 고흐 in 파리전>을 관람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고흐의 불행했던 인생을 읽고 고흐의 작품을 보니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울컥하는 감정이 치밀어 오르고, 급기야는 뜨거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고흐의 그림이 너무 슬프게만 느껴졌다.

그 이후로 2014년 10월에는 영화 [반 고흐 : 위대한 유산]을 봤고, 그 해 11월에는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반 고흐 : 10년의 기록전>을 관람했으며, 2017년 11월에는 고흐의 그림으로 구성된 독특한 애니메이션 [리빙 빈센트]를 봤다. 그야말로 꾸준히 고흐에 대한 영화와 전시회를 찾아다닌 셈이다. 그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슬픔이다.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결국 죽는 날까지 세상의 인정을 받지 못했던 비운의 천재. 고흐의 그림과 그를 소재로 한 영화들은 그런 비운의 천재에 대한 슬픔이 가득 담겨 있었다.

[고흐, 영원의 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 영화의 포스터를 처음 본 날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고흐를 연기한 윌렘 대포의 모습이 전시회장에서 본 고흐의 자화상과 너무나도 똑같이 닮았기 때문이다. 그 순간 이 영화는 꼭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주말인데도 집 안에만 갇혀 지내던 지난 토요일, 마치 고흐 미술 전시회에 가는 기분으로 아들과 함께 [고흐, 영원의 문에서]를 봤다.

[고흐, 영원의 문에서]는 가난과 외로움 속에 살던 화가 빈센트 반 고흐(윌렘 대포)가 운명의 친구 폴 고갱(오스카 아이삭)과 만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고갱과의 행복했던 시절은 그리 길지 않았다. 고갱은 작품 활동을 위해 파리로 떠나고, 그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한 고흐는 점차 정신분열을 겪는다. 그리고 비운의 죽음을 맞이한다.

사실 영화의 내용만 놓고 본다면 기존의 영화와 별다른 것은 없다. 고흐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에 대한 이견이 분분하지만, 영화는 정확하게 두 소년에 의한 타살로 결론지은 것 외에 내가 알고 있는 고흐의 이야기가 똑같이 펼쳐진다. 그렇기에 영화의 내용으로 영화를 평가한다면 지루하다. (솔직히 늦은 밤에 영화를 본 탓에 눈이 자꾸 감기긴 했다.)

하지만 영화의 영상미만 놓고 본다면 마치 고흐의 그림을 보는 것과 같은 황홀감을 느낄 수가 있다. 특히 전시회장에서 본 듯한 그림이 영화 속에서 생생하게 표현되는 장면은 놀랍다. '한 켤레의 구두', '우체부 조제프 쿨랭의 초상화', '아를르의 여인'등의 작품이 영화에서 고스란히 재현되는데, 뜻밖의 장면에서 낯익은 그림의 풍경을 발견하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영화를 보고 아들은 '이거 예술 영화죠?'라고 묻는다. 그만큼 [고흐, 영원의 문에서]를 재미있는 영화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고흐를 좋아하고, 고흐의 그림을 좋아한다면 싱크로율 100%를 자랑하는 윌렘 대포의 연기와 고흐의 그림을 영화 속 장면으로 재현되는 놀라운 광경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영화이다. 마치 고품격 고흐 전시회에 온 것만 같은 기분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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