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day

마이 마니아

대중문화 마니아 리스트
이 세상 모든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
영화를 평가하기 위해서가 아닌, 영화를 재미있게 보기 위해서...
마니아 칼럼(대중문화) 즐겨찾기
[해치지않아] - 조금 더 해쳤어도 될 뻔했다.
12  쭈니 2020.01.16 16:41:40
조회 41 댓글 0 신고

감독 : 손태곤

주연 : 안재홍, 강소라, 박영규, 김성오, 전여빈

수요일은 영화데이~

지난주 [닥터 두리틀]에 이어 이번 주에도 아들과 함께 수요일 저녁 영화 보기 일탈을 감행했다. 만약 이 일탈이 아내에게 들통이 난다면 아들 공부해야 하는데 아빠가 방해만 한다며 잔소리를 한 아름 들을 것이 뻔하다. 하지만 아무리 아들이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며 본격적인 입시 전쟁에 돌입한다고 해도 겨울방학인데 평일 하루 정도는 영화로 머리를 식히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코미디 영화를 보며 속 시원하게 웃고 나면 공부도 더 잘되지 않을까?

계획은 은밀하게 진행되었다. 이미 [닥터 두리틀]을 보러 갈 때 아내의 날카로운 눈총을 받아야 했기에 이번엔 아들과 함께 아내가 없는 자리에서 영화 예매까지 마쳤다. 하지만 새가슴인 나는 수요일이 다가올수록 점점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을 느껴야 했다. 결국 수요일 퇴근 시간 즈음 조심스럽게 아내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저녁에 아들하고 영화 보러 감.' 나와 아들의 은밀한 일탈을 아내에게 고백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당장 아내가 전화를 걸어와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라며 잔소리를 퍼부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의외로 아내의 답장은 '어'였다.

아내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나와 아들이 은밀한 계획을 세우고 있음을... 그리고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던 것이다. 왜 아내들은, 그리고 엄마들은 이렇게 눈치가 빠른 걸까? 뭐 어찌 되었건 이번 일탈은 별 탈 없이 잘 넘어갔다. 그렇다면 다음 주 수요일에도 아들과 영화를 보러 갈까? [히트맨], [미스터 주 : 사라진 VIP], [스파이 지니어스] 등 보고 싶은 영화도 많은데...

사람이 동물탈을 쓰고 위장근무하는 동물원이 있다고?

수요일이 특별한 이유는 주중 딱 중간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다. 수요일을 기분 좋게 보내면 월요일과 화요일에 쌓여있던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목요일과 금요일을 더욱 활기차게 맞이할 수 있다. 그렇기에 수요일의 영화는 심각한 영화보다는 실컷 웃을 수 있는 가벼운 코미디 영화가 좋다. 그런 관점에서 영화를 고른다면 [해치지 않아]가 딱 알맞다.

[해치지않아]는 생계형 수습 변호사 강태수(안재홍)가 유명 로펌의 M&A 전문 변호사 기회를 잡기 위해 파산한 위기의 동물원 동산파크를 3개월 안에 정상화시키는 임파서블한 임무를 수행한다는 내용이다. M&A 전문 변호사와 파산한 동물원 살리기가 무슨 관련이 있냐고? 뭐 그걸 설명하자면 글만 길어지니 생략하겠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동산파크를 살리느냐라는 것이다. 사채 빚 때문에 동물원의 동물들이 모두 팔려간 상황. 동물 없는 동물원이라니 아무리 영화라고 할지라도 동산파크 정상화는 100%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 강태수에게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동물이 없다면 사람이 동물을 대신하면 되는 것 아닐까? 요즘처럼 진짜 같은 특수효과가 판을 치는 시기에 그깟 진짜 같은 돌물탈을 만드는 것이 무슨 대수라고... 그래서 탄생한 것이 북극곰, 사자, 고릴라, 나무늘보다. 설마 동물원의 동물이 가짜일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것을 이용해서 동산파크의 직원인 한소원(강소라), 서원장(박영규), 김건욱(김성오), 김해경(전여빈)이 동물의 탈을 쓰고 억지로 동산파크를 재개장시킨다. 과연 강태수의 이 어이없는 계획은 동산파크를 살릴 수 있을까?

어이가 없지만 그럴듯하다.

[해치지않아]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웹툰이라면 이 어이없는 상황을 표현하는데 별 무리가 없다. 하지만 영화는 다르다. 영화 속의 동물원 관람객이 속아 넘어가듯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동물탈을 쓴 직원들의 동물 연기가 그럴듯하다고 인정을 해줘야 되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기 전, 아무리 우리나라의 특수효과가 많이 발전했다고 하더라도 [닥터 두리틀]처럼 CG로 동물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동물탈이 과연 관객의 인정을 받아낼 수 있을까?라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정말 그럴듯했다. 가까이서 본다면 분명 가짜이지만 멀리서 본다면 속을 것도 같다. 특히 나무늘보가 대박이다. 영화에서 나무늘보는 그렇게 크지 않다고 서원장은 이야기한다. 하지만 뭐 어떤가. 어차피 전문가가 아니라면 그것을 일반인들은 그러한 상식조차 모를 텐데... 사람의 탈을 쓴 나무늘보가 하루 종일 나무에 매달려 있어도 관람객들은 그것이 가짜인지 모른다. 나무늘보를 실제로 본 적이 없으니 진짜와 가짜를 어떻게 구분하겠는가? 실제로 동산파크를 감찰 나온 황대표(박혁권)와 오비서(서현우)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그렇다면 사자, 북극곰, 고릴라, 기린은? 사자는 하루 종일 누워만 있다. 동물탈이 그럴듯할지 몰라도 직립보행하는 사람이 네발로 걷는 사람의 움직임을 표현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기린은 우리에서 목만 내놓고 있다. 동물탈을 만들어준 특수효과 담당자 고대표(김기천)가 미완성인 채로 야반도주했기 때문이다. 분명 설정은 어이가 없는데, 막상 영화를 보다 보면 나도 속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이 영화의 큰 무기이다.

문제는 위기를 헤쳐나가는 과정

동산파크 직원들이 동물의 탈을 쓰고 어설프게 동물 연기를 하는 장면은 [해치지않아]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재미이다. 북극곰 탈을 썼다가 탈진한 서원장을 대신한 강태수가 너무 목이 말라 실수로 코카콜라를 마신 것이 화제가 되어 동산파크가 큰 인기를 얻는 장면도 기발하다. 동물들에게 코카콜라를 던지는 관람객의 무개념 관람 태도는 짜증 나지만 (아무리 영화라고 해도 요즘 그런 무개념 관람자는 없지 않을까?) 그것을 기회로 만드는 영화는 탁월한 전개가 나의 웃음을 유발했다.

하지만 [해치지않아]는 작년 이맘때 개봉해서 천만 관객을 동원했던 [극한직업]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웃기기만 하는 영화는 아니다. 영화는 약간의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돈을 위해서라면 소시민의 삶을 짓밟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거대 자본주의의 피폐와, 그러한 자본주의 사회의 성공에 진입하기 위해서라면 자신을 믿어주던 동료를 배신해야 하는 강태수의 고뇌가 바로 그것이다. 강태수가 성공을 위해 동산파크를 이용했던 것이 드러나며 영화는 큰 위기를 맞이한다. 이 위기를 어떻게 슬기롭게 헤쳐나갈 것인가가 [해치지않아] 후반부의 관건이 된다.

바로 그 부분에서 [해치지않아]는 조금 안일한 태도를 보인다. 애초에 큰 비중이 없었던 강태수의 친구가 갑자기 큰 역할을 해내고, 동물원 부지에를 밀어버리고 그곳에 초호화 리조트를 짓겠다고 나선 민채령(한예리)은 강태수의 한마디에 홀라당 넘어가 버린다. 내가 살아봐서 아는데, 세상일이 이렇게 얼렁뚱땅 해결되지는 않는다. 결국 [해치지않아]는 일을 크게 벌여놓고 크게 벌여놓은 일의 해결은 대충 넘겨버린 셈이다. 물론 코미디 영화이니 이런 안일한 태도에 크게 문제 제기를 할 생각은 없지만 차라리 [극한직업]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웃기는데 집중하는 편이 나았을 뻔했다.

조금 해쳤으면 더 좋았을 뻔...

[극한직업]이 예상을 깨고 천만이 훌쩍 넘는 흥행 대박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코믹한 매력도 한몫을 했지만 영화 후반 어설프게만 보였던 마약반이 각성해서 국내 마약 조직을 박살 내는 장면에서 희열을 느꼈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대리만족이다. 나와 같은 소시민들은 현실에서는 힘 있는 자들에게 찍소리도 내지 못한다. 나만 해도 회사 상사에게 매일 당하면서 속으로 부글부글 끓어오르지만 겉으로는 참는 수밖에 별도리가 없다. 그러한 스트레스를 영화에서 대리만족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해치지않아]는 웃음은 안겨줬지만 대리만족은 주지 못했다.

[해치지않아]가 관객에게 대리만족을 시켜주려면 거대 로펌 황대표와 재벌 가문 민채령에 시원한 한 방을 먹이는 것이다. 현실에선 그럴 수 없지만 영화에선 충분히 가능하지 않던가. 솔직히 이 영화도 시도는 했다. 북극곰이 가짜라고 확신한 황대표가 진짜 북극곰 까만코에게 달려들었다가 굴욕을 당하는 장면 말이다. 이 장면이 나는 가장 속 시원했다. 하지만 일단 사람은 살리고 봐야 한다는 강태수의 한마디와 함께 이 속 시원한 장면은 금방 끝나버린다. 안타깝게도...

물론 12세 관람가인 이 영화에서 북극곰이 사람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는 장면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황대표와 민채령에게 뭔가 좀 더 시원한 한 방을 먹여줬어도 좋았을 것 같다. 강태수는 황대표를 이기기 위해 민채령의 손을 잡지만 민채령이 언제 변덕을 부려 동물원을 폐쇄할지도 모르기에 이 영화의 결말이 그렇게 안전한 해피엔딩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조금만 더 황대표와 민채령을 해쳐줘도 될 것 같은데...라는 아쉬움이 생겼던 영화이다. 

 

 

 

0 첫번째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페이스북 로그인
꾸미기
행운의 다이아몬드~ 클릭하시면 포인트 5점을 드려요~
마니아 혜택/신청
Copyright ⓒ EZHLD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