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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 극강의 귀여움으로 무장한 하이틴 로맨스
12  쭈니 2019.12.09 13:52:57
조회 54 댓글 0 신고

감독 : 수잔 존슨

주연 : 라나 콘도르, 노아 센티네오

넷플릭스에 빠지다.

그동안 나의 영화 관람의 기준은 무조건 극장이었다. 극장에서 놓친 영화를 다른 매체를 통해 보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보는 거의 대부분의 영화들은 극장 개봉작에 한정되어 있었다. 아내가 내게 넷플릭스 아이디를 선물해 줬을 때에도 넷플릭스 영화 중 내가 못 본 극장 개봉작이 별로 없다는 이유로 나는 시큰둥했었다. 하지만 이제 바뀔 것 같다. 그리고 그 시작점은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이다.

나는 로맨스 영화가 좋다. 특히 하이틴 로맨스 영화를 보면서 젊은 시절 나의 풋풋했던 사랑을 추억하다 보면 내가 다시 젊어진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 극장가에는 하이틴 로맨스 영화를 찾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아내는 로맨스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나 혼자 데이트족이 득실거리는 극장에 가는 것이 창피해서 하이틴 로맨스 영화가 개봉해도 극장에서 놓치기 일쑤이다.

그런데 일요일 오전, 할 일이 없어서 넷플릭스 영화 리스트를 천천히 둘러보며 이 영화, 저 영화 예고편을 보다 보니 놀랍게도 넷플릭스엔 내가 좋아하는 하이틴 로맨스 영화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중에서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인 제니 한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를 별생각 없이 플레이했다. 아내가 늦잠을 자고 있기 때문에 혼자 심심해서 킬링 타임용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한 것인데, 영화를 보는 내내 행복했다. 결국 일요일 오후 혼자 극장에서 [포드 V 페라리]를 보러 가려 했던 계획을 취소하고 하루 종일 넷플릭스를 보며 일요일을 보냈다. 왜 사람들이 넷플릭스에 열광하는지 이제 이해가 된다.

짝사랑이 특기인 라라 진에게 벌어진 믿기 힘든 사건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는 소심한 16살 소녀 라라 진(라나 콘도어)의 이야기이다. 그녀의 특기는 짝사랑이다. 그녀는 남자를 몰래 짝사랑할 때마다 그 마음을 담아 부치지 않는 편지로 써서 고이 간직한다. 그녀의 짝사랑 상대 중에는 언니인 마고(자넬 패리쉬)의 애인인 조쉬(이즈리얼 브루사드), 그리고 한때 절친이었지만 지금은 관계가 소원해진 젠(에밀리아 바라낙)의 남친인 피터(노아 센티네오)도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사고가 벌어진다. 항상 짝사랑만 하는 언니를 불쌍하게 여긴 라라 진의 여동생 키티(안나 카스카트)가 라라 진의 편지를 당사자들에게 모두 발송해버린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언니의 남친 피터가 그 편지를 받았고, 그로 인하여 라라 진은 언니가 스코틀랜드에 있는 대학에 간 사이에 언니의 남친에게 연애편지를 보낸 나쁜 년이 될 위기에 처한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 젠과의 이별 위기에 처한 피터와 가짜 연애를 하며 상부상조하는 것이다. 피터는 라라 진과 사귐으로써 젠의 질투심을 유발해 젠을 되찾고, 라라 진은 피터와 사귐으로써 조쉬에게 보낸 편지를 아무 의미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꽤 괜찮은 계획이었다.

그런데 피터와 만나면 만날수록 그에 대한 사랑은 가짜가 아닌 진짜가 되어 버린다. 엄마의 죽음으로 다른 사람과의 새로운 관계를 주저했던 라라 진이기에 피터를 향한 자신의 감정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리고 결국 피터를 향한 젠의 질투로 인하여 라라 진과 피터의 가짜 사랑은 위기를 맞이한다.

라라 진이 너무 귀여워서...

솔직히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의 내용은 특별하지 않다. 계약 연애 이야기는 TV 드라마는 물론 영화, 만화에 이르기까지 로맨틱 코미디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흔한 소재이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 가짜 연인 행세를 하다가 결국 진짜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은 전혀 새롭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영화에 흠뻑 빠진 이유는 라라 진을 연기한 라나 콘도어의 귀여운 매력 덕분이다.

라라 진은 미국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나 동양계 외모를 지니고 있다. (라라 진의 어머니인 이브 송이 한국인임을 몰랐던 나는 라라 진이 극 중에서 입양아인 줄 알았다.) 물론 라라 진을 연기한 라나 콘도어가 한국계 배우는 아니다. 그녀는 미국 가정에 입양된 베트남인으로 이미 [엑스맨 : 아포칼립스], [패트리어트 데이], [알리타 : 배틀 엔젤] 등에 조연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 영화에서 라나 콘도어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를 보며 '저 배우 낯이 익은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어느 영화에서 봤는지 기억해내지 못했으니...

하지만 단언컨대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에서 라나 콘도어의 매력은 절대적이다. 영화를 보며 '귀여워'를 속으로 몇 번이나 연발했는지 모를 정도이다. 순진함과 당돌함, 그리고 엉뚱함을 고루 갖춘 라라 진은 상큼한 매력으로 나를 영화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했다. 이 배우, 앞으로 자주 봤으면 좋겠다.

전국의 짝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충고한다.

내가 이 영화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나 역시 젊은 시절 라라 진처럼 짝사랑이 특기였기 때문이다. 짝사랑은 참 편하다. 모든 것이 머릿속 상상에서만 벌어지기 때문에 사랑 때문에 상처를 받을 이유가 없다. 그저 온갖 로맨틱한 상상으로 상대와의 사랑을 가상의 세계에서 맘껏 즐기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뒤늦게 깨달은 것이 있다. 상상 속에서만 이루어지는 짝사랑은 편할지 모르지만 결코 현실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만약 키티가 라라 진의 편지를 피터에게 보내지 않았다면 모든 사건사고는 없었겠지만, 피터와의 사랑 또한 결코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가끔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좋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지나고 나면 후회만 남는다. 내가 만약 중학교 3학년 때 학원에서 만난 눈이 커다랗던 그 여자아이에게 내 마음을 고백했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그녀의 거절 때문에 상처를 받았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나의 십 대를 그녀와 함께 즐거운 추억으로 채워 넣었을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그 결과를 알지 못한다. 그래서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의 라라 진이 부러웠다. 그리고 그 부러움은 영화적 재미가 되었다. 그래, 이게 바로 내가 하이틴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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