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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맨] -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스타일로 그려진 초라한 마피아의 최후
13  쭈니 2019.12.04 17:09:43
조회 96 댓글 0 신고

감독 : 마틴 스콜세지

주연 : 로버트 드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

[대부]의 경이로움을 잊지 못하는 내게 이 영화는 필수였다.

어쩌면 지난 월요일, 내가 무리를 하면서까지 연차휴가를 냈던 이유는 [아이리시맨]을 보기 위해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른 영화들은 퇴근 후 시간을 내서 볼 수 있었지만 [아이리시맨]은 휴가를 내지 않는 한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무려 3시간 30분이라는 어마어마한 러닝타임도 문제이지만, 영화의 흥행성이 부족해서 상영하는 극장이 별로 없거나, 있더라도 평일 낮 한 타임만 상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연차 휴가를 내고 하루 종일 영화를 보기로 결심하면서 가장 먼저 내 리스트에 자리를 잡은 것은 [아이리시맨]이었다.

사실 [아이리시맨]은 넷플릭스로 볼 수도 있었다. 넷플릭스 아이디도 가지고 있기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편한 소파에서 이 영화를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결코 그러기는 싫었다. 일단 극장이라면 모를까 소파에서 3시간 30분 동안 영화에 집중할 자신이 없다. 그리고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인 로버트 드니로와 알 파치노의 협연을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기회 또한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대부]에 대한 추억 때문이다. 어린 시절 명절 특선 영화로 TV에서 해주던 [대부]를 봤을 때의 경이로움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장엄한 배경음악이 흐르고 돈 꼴레오네를 연기한 말론 브란도의 묵직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한쪽에선 잔인한 총격전이 펼쳐진다. 그 다음날 해주던 [대부 2]는 더욱 경이로웠다. 아버지와 같은 잔인한 마피아 보스가 되어 가는 마이클 꼴레오네(알 파치노)와 돈 꼴레오네(로버트 드니로)의 젊은 시절의 대서사시는 나로 하여금 할리우드 갱스터 무비에 흠뻑 빠져들게 만들었다. 진정 그 시절에 누군가 내게 인생의 영화를 묻는다면 나는 1초도 주저하지 않고 [대부 3부작]이라 대답했을 것이다.

로버트 드니로와 알 파치노, 그리고 마틴 스콜세지

[아이리시맨]의 개봉 소식이 내 두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든 것은 로버트 드니로와 알 파치노 주연이다. 이 두 배우는 할리우드 갱스터 무비 중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는 [대부 2]에서 함께 꼴레오네 일가의 과거의 현재를 연기했었다. 그 후에도 로버트 드니로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언터쳐블], [좋은 친구들], [카지노]를 통해, 알 파치노는 [스카페이스], [칼리토], [도니 브래스코]를 통해 할리우드 갱스터 무비의 한 획을 그어 나갔다. 다시말해 그들은 할리우드 갱스터 무비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가지 살짝 아쉬운 것은 감독이 마틴 스콜세지라는 점이다. 아! 오해는 하지 말자. 마틴 스콜세지가 명감독이라는 것엔 이견이 없다. 게다가 그는 [좋은 친구들]과 [카지노], [갱스 오브 뉴욕], [디파티드] 등 갱스터 무비의 걸작들을 만들었다. 하지만 나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갱스터 무비보다는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갱스터 무비를 더 사랑한다. 이 두 감독의 갱스터 무비는 약간 다르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갱스터 무비가 장엄하고 비극적이며 화려하다면,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갱스터 무비는 냉정하고 차가우며 차분하다.

[아이리시맨]은 그러한 마틴 스콜세지의 스타일이 잘 녹아있는 영화이다. 영화는 아일랜드 이민자인 트럭 운전사 프랭크 시런(로버트 드니로)이 마피아 보스인 러셀 버팔리노(조 페시)와 친분을 쌓게 되면서 살인을 일삼는 냉혹한 마피아가 되어 가는 과정을 노년이 된 프랭크의 내레이션으로 담담하게 보여준다. 너무나 담담하게 영화가 진행되어서 프랭크가 저지른 수많은 살인들이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지미 호파는 누구인가?

하지만 담담하던 프랭크의 무용담(?)에 지미 호파(알 파치노)가 등장하면서 영화의 분위기는 살짝 바뀐다. 지미 호파는 트럭운송조합 노조 위원장을 장기 집권한 전설적인 인물이다. 특히 그가 유명세를 치른 것은 지금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실종 사건 때문이다.

1967년 마피아와의 결탁, 공금 유용, 카지노 운영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 8년 형을 선고받은 지미 호파는 1970년 가석방된 이후 노조 위원장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다가 1975년 7월 30일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마쿠스 레드 폭스라는 레스토랑의 지하 주차장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리고 현재까지 그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지미 호파 실종 사건의 미스터리는 대니 드비토가 메가폰을 잡은 1992년 영화 [호파]에서 다뤄진 바가 있다. [호파]에서는 잭 니콜슨이 지미 호파를 연기했었다.

프랭크는 러셀의 소개로 지미와 만나게 되고, 그가 처한 골칫거리를 해결해주며 단숨에 지미의 든든한 오른팔이 된다. 하지만 지미가 가석방 후 노조 위원장 자리를 되찾으려 시도하면서 러셀을 비롯한 마피아와 사이가 틀어지고, 급기야 러셀은 프랭크에게 지미를 제거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지미는 프랭크를 진정한 친구라며 철석같이 믿고 있는데, 프랭크는 그러한 지미의 믿음을 배신해야 한다. 만약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이 장면을 연출했다면 어쩌면 장엄한 오페라가 울려 퍼지는 상황에서 가장 믿었던 친구 프랭크에게 죽임을 당하는 지미의 비극적인 얼굴이 클로즈업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아이리시맨]에서는 프랭크가 저지른 다른 살인과 마찬가지로 차갑고 냉정하게 지미의 암살은 마무리된다.

진짜 이야기는 지미 호파의 죽음부터이다.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지미 호파 실종 사건의 주범. 그렇다면 자신을 믿었던 친구를 그렇게 냉혹하게 죽인 프랭크에게 남은 것을 무엇일까? 그 어떤 엄청난 보상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을까? 사실 그렇지 않다. 프랭크의 전성시대는 지미와 함께 했던 나날들이다. 그가 지미의 믿음을 배신하고 그의 머리에 총알을 박는 순간 그의 전성시대도 끝에 도달한다.

[아이리시맨]은 영화 속 수많은 마피아들이 등장하는 가운데 그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우스꽝스러운 자막으로 소개한다. 대부분 거리에서 총에 맞아 죽었으며, 용케도 살아남은 이들은 감옥에서 비루하게 생을 마감한다. 러셀도 마찬가지이다. 러셀과 프랭크가 노년에 감옥에서 보내는 장면들을 보면 헛웃음이 나온다. 고작 저러려고 그 수많은 살인을 저질렀던 말인가? 그래서 그들에게 남은 것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프랭크의 말년은 더욱 비참하다. 그는 노년에 감옥에서 출소하지만 그의 자식들은 그를 외면한다. 특히 어렸을 적부터 지미를 따르던 페기 시런(안나 파킨)은 직감적으로 지미를 죽인 범인이 아버지임을 깨닫고 다시는 아버지를 만나려 하지 않는다. 프랭크는 항변한다. 모두가 너희를 위해서 그랬던 것이라고... 내 덕분에 너희는 내가 겪은 풍파를 겪지 않고 살지 않았냐고... 그래봤자 소용없다. 자신의 관을 스스로 고르는 프랭크의 모습은 그 누구보다 쓸쓸하고 외로워 보였다.

이것이 마틴 스콜세지 스타일이다.

살인과 온갖 불법적인 범죄로 쌓아올린 마피아의 화려한 성은 그러나 모래알처럼 쉽게 무너진다. 거의 대부분의 갱스터 무비가 그러한 마피아의 비극적인 최후에 초점을 맞춘다. 단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은 [대부 3부작]을 통해 화려함으로 그들의 비극을 극대화했고,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아이리시맨]에서 담담하게 그들의 비극을 초라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자식들조차 외면하는 노년의 프랭크. 어쩌면 그가 당장 죽는다고 해도 그의 장례식장에는 아무도 찾지 않을 것이다. 관이 화려하다고 해서 그의 삶이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 장례식장에서 그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가 삶의 의미는 재는 척도가 아닐까? 그렇다면 프랭크의 인생은 그가 죽인 수많은 사람들 만큼이나 아무런 의미가 있는 초라함뿐이다.

3시간 30분.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보통의 러닝타임을 지닌 두 편의 영화를 충분히 볼 수 있는 시간이다. 게다가 영화는 화려하지도 않다. 로버트 드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의 불꽃튀는 연기가 영화관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지만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차가운 연출은 그러한 분위기마저 차분하게 잡아준다. 하지만 나는 3시간 30분 동안 끝까지 영화에 집중할 수 있었다. 긴 러닝타임을 참지 못하고 중간에 영화관을 나가버린 관객 몇 명이 있긴 했지만 나는 프랭크 시런, 러셀 버팔리노 그리고 지미 호파의 허무하고 초라한 최후의 모습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그래, 이젠 마틴 스콜세지 감독 스타일의 갱스터 무비도 사랑하기로 했다. 그런 의미에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1990년 작인 [좋은 친구들]이나 다시 봐야겠다. 이 영화의 러닝타임도 무려 2시간 26분이지만 3시간 30분도 버텼는데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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