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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줘] - '나를 찾아줘'라는 아픈 외침이 남긴 것.
12  쭈니 2019.12.04 13:49:19
조회 76 댓글 0 신고

감독 : 김승우

주연 : 이영애, 유재명

그 마음을 내가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가끔 TV에서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의 사연을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같은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를 잃어버린 그들의 심정이 나에게도 와닿았기 때문이다. 아들이 어렸을 적 장모님이 아들과 함께 시장에 갔다가 잠시 아들을 놓친 적이 있다고 한다. 단 몇 분이라고 하지만 당시 장모님은 하늘과 땅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고 말씀하신다. 단 몇 분의 상황으로도 그런데 몇 년간이나 금지옥엽 키운 아이를 찾지 못한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감히 나는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없을 것 같다.

[나를 찾아줘]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아내는 대뜸 '슬플 것 같아.'라며 영화의 예고편을 보는 것조차 거부했다. 영화 속 주인공과 감정이입을 하며 영화를 보는 내 입장에서도 [나를 찾아줘]는 영화의 소재만으로도 영화 보기가 두려워지는 영화이다. 아이를 잃어버린 것도 섬뜩한데 그 아이가 시골 마을에서 강제 노역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억장이 무너질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러나 나는 연차 휴가를 내고 하루 종일 영화를 보기로 결심한 날 [나를 찾아줘]를 보기로 굳게 마음을 먹었다. 일단 [친절한 금자씨] 이후 무려 14년 만에 영화에 출연한 이영애의 복귀작이라 놓칠 수가 없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정연(이영애)에게 감정이입을 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민수(이시우)가 학대당하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이건 영화일 뿐이야.'라며 스스로를 달랬다. 그렇게 하면서 본 [나를 찾아줘]는 약간의 아쉬움과 놀랄만한 반전이 기억에 남는 영화였다.

6년 전 실종된 아들, 그리고 남편의 죽음

[나를 찾아줘]는 처음부터 정연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간다. 그녀의 아들 윤수는 6년 전 실종되었다. 그리고 남편 명국(박해준)은 생업을 포기하고 실종된 아들 찾기에 나선다. 그 어떤 희망도 보이지 않는 상황, 그런데 명국이 윤수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봤다는 전화를 받고 급히 그곳으로 가기 위해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당해 죽고 만다. 그리고 그 전화는 초등학생들의 장난 전화였다. 믿을 건 가족뿐이라고? 하지만 정연의 시동생 명득(허동원)은 형의 사망 보험금을 노리고 정연의 등을 처먹는다. 더 이상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다. 어떻게 세상은 그녀에게 이토록 잔혹할 수 있을까?

이러한 상황에서 정연을 지탱하는 단 하나의 희망은 윤수를 찾는 것이다. 윤수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마저 없었다면 그녀는 일찌감치 삶의 끈을 놓아버렸을지도 모른다. 바닷가 시골마을의 김순경(서현우)이 전해준 결정적인 제보는 무너질뻔한 정연을 다시금 일으켜 세운다. 그래,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다. 윤수가 어디에선가 '나를 찾아줘'라고 외치는 한...

그런데 윤수와 닮은 민수라는 아이가 있다는 만선 낚시터의 사람들이 수상하다. 홍경장(유재명)을 중심으로 그들은 정연에게 무언가를 숨기려 하고 급기야 정연을 향해 위험한 공격성을 보이기도 한다. 여성 혼자 감당하기 힘든 상황. 하지만 무섭다고 물러설 수는 없다. 정연은 죽음을 각오하고 만선 낚시터의 사람들에 맞서 윤수를 찾겠다는 굳은 결심을 한다.

정연이 머리를 묶는 순간, 속 시원한 복수극을 기대하게 된다. (이후 스포 포함)

정연을 경계하는 만선 낚시터 사람들에게 서울로 돌아가겠다고 통보하는 정연. 하지만 그녀는 이대로 물러설 생각이 없다. 차 안에서 머리를 질끈 묶는 그녀의 모습에서 [아저씨]의 태식(원빈)이 머리카락을 밀어버리는 결연함이 느껴졌다. 게다가 그녀에겐 치명적인 무기도 있다. 병원에서 가져 나온 근육을 마비시키는 약물. 이제 준비는 끝났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만선 낚시터의 쓰레기들을 밀어버리고 윤수를 되찾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나를 찾아줘]는 내가 기대했던 전개를 보이지 않는다. 정연은 태식이 아니었다. 가녀린 정연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결국 그녀는 만선 낚시터에서 도망친 민수와 마주하지만 그를 살려내지는 못한다. 사나운 파도는 민수를 집어삼킨다. 정연을 보며 '엄마'라는 한마디와 함께 파도에 휩쓸려간 민수의 마지막 모습. 그 순간 정연은 정신을 잃는다. 그동안 그녀를 지탱했던 마지막 희망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며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승우 감독은 영화의 시작부터 정연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 그래도 김순경의 제보 덕분에 가느다란 희망이 생긴다. 정연이 민수가 윤수라고 확신을 하듯, 관객 역시 같은 확신을 가지고 정연을 응원한다. 정연이 머리를 묶는 순간, 지금까지의 답답함은 사라지고 엄마의 강인을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김승우 감독은 결코 관객의 기대를 채워주지 않는다. 도대체 이렇게까지 정연을, 그리고 관객을 벼랑으로 밀어버리는 이유가 뭐란 말인가?

끝까지 잔인한 결말

모든 것이 끝났다. 민수는 파도에 휩쓸려 갔다. 그가 살아있을 확률은 아무리 영화라고 해도 희박하다. 영화 초반 민수가 수영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관객에게 보여준 김승우 감독의 잔인함이 다시금 원망스럽다. 하지만 정연은 다시 일어선다. 아직 만선 낚시터의 금수만도 못한 사람들에게 죄의 대가를 치르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을 처벌하면 정연도 남편과 윤수의 곁으로 떠날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정연의 복수는 속 시원하기보다는 처절하고 마음 아프다. 영화의 소재 자체가 너무나도 아프기에 후반부만큼은 속 시원하게 아픈 마음을 달래줄 것이라 기대했는데, 오히려 김승우 감독은 더욱 깊숙이 아픈 상처를 후벼 판다. 영화 후반부 묘 바위에서 민수의 시체가 발견되는 장면에서는 설마 했던 기대마저 무너진다. 물론 민수는 윤수가 아니다. 민수의 새끼발가락은 며느리발톱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위안을 받을 수는 없다. 우리는 이미 만선 낚시터에서 학대받는 민수의 모습을 가슴 아프게 지켜보지 않았던가. 민수가 윤수가 아니라고 해도 상관없다. 민수의 죽음은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영화는 민수와 함께 만선 낚시터에서 학대를 받던 지호를 양아들 삼은 정연이 다시 윤수를 찾아 나서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그래서 정연은 끝내 윤수를 만났을까? 김승우 감독은 그것조차 밝히지 않는다. 끝까지 그는 관객에게 아이를 잃은 부모의 마음을 간직하고 극장을 나가라고 닦달한다. 참으로 잔인한 감독이다.

'나를 찾아줘'라는 아픈 외침이 남긴 것

[나를 찾아줘]는 참 이상한 영화이다. 상업 영화라면 어느 정도는 관객이 숨을 쉴 공간을 마련해줘야 한다. 정연이 만선 낚시터의 사람들에게 죄의 대가를 치르게 했으니 된 거 아니냐고? 그걸로는 부족하다. 정연의 복수는 처절했지만 관객에게 속 시원함을 안겨주지는 못한다. 그렇다 보니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가슴은 계속 답답하기만 하다.

결국 [나를 찾아줘]는 정연에게 '나를 찾아줘'라는 아픈 외침을 반복하는 영화이다. 생각해보라. 결코 찾기 싫어 안 찾는 것이 아니다. 찾고 싶은데 못 찾는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나를 찾아줘'라는 외침은 '아이를 잃어버린 무책임한 부모'라는 죄책감만 더욱 키우는 꼴이다. 아이를 잃은 모든 부모가 그렇지 않을까? 매일 밤 꿈속에서 '나를 찾아줘'라는 아이의 외침을 아프게 들어야 하지 않을까?

내가 [나를 찾아줘]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 않은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이 영화는 아이를 잃은 부모의 마음을 위로하지 못한다. 민수의 죽음이라는 충격적 결말과 윤수를 찾아 헤매는 삶이 반복되는 정연의 모습만 보여줄 뿐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아이를 잃은 부모가 이 영화를 본 후 뭐라 할까? 덕분에 위로받았다? 아니면 희망을 생겼다? 글쎄, 내가 보기엔 밤마다 꾸는 악몽만을 되풀이한 영화라고 하지 않을까? 아이를 잃은 경험이 없는 내가 봐도 이렇게 아픈데, 그들은 더 아프지 않았을까? 이건 김승우 감독이 깊이 생각해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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