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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맥스 밍겔라

주연 : 엘르 패닝, 즐라트코 버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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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영화는 내게 언제나 힐링을 안겨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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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무박 2일로 여수 갈치 낚시를 다녀왔더니 온몸이 천근만근이다. 하지만 월요일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일주일 중 가장 바쁜 월요일에 휴가를 낼 수 없었던 나는 무거운 몸을 질질 끌고 출근을 했다. 퇴근하고 나서도 그냥 침대에 누워 자고 싶은 마음뿐이었지만 그럴수록 내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피곤이 오래 지속된다는 것을 잘 알기에 애써 졸음을 물리쳤다.

저녁 식사 후 나는 졸음을 이기기 위해 영화 한 편을 선택했는데, 실패 확률이 굉장히 적은 음악 영화 [틴 스피릿]이 그 주인공이다. [틴 스피릿]은 엘르 패닝이 주연을 맡은 영화로 영화의 포스터엔 '10대 판 [라라랜드]'라고 홍보를 하고 있는 영화이다. 감독은 맥스 밍겔라. 그렇다. [잉글리쉬 페이션트]로 1997년 제6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거머쥔 거장 안소니 밍겔라 감독의 아들이다. 맥스 밍겔라 감독이 아버지의 연출력을 물려받았다면 [틴 스피릿]은 내 피곤을 일시에 날려버릴 영화일 것이라 기대가 되었다.

하지만 결과적부터 이야기하자면 [틴 스피릿]은 내 기대를 채워주지는 못했다. 물론 영화 속의 음악은 좋았다. 그리고 의외로 엘르 패닝의 노래는 꽤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바이올렛(엘르 패닝)이 '틴 스피릿'에서 우승하는 과정이 너무 허술했고, 가장 중요한 바이올렛의 마지막 무대가 그다지 흥겹지는 않았다. 한마디로 그녀의 우승이 공감도 히지 않으니 영화에 별 감흥을 느낄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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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인 집안 분위기 속 그녀의 탈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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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영국의 작은 섬에서 홀어머니와 힘겹게 농장을 운영하는 바이올렛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또래 아이들과는 달리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않고, 학교와 아르바이트, 그리고 농장을 오고 가는 바이올렛의 마무 건조한 일생 속에서 유일한 일탈은 몇 명 안되는 관객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뿐이다. 그것조차 그녀의 어머니는 노래를 부르고 싶으면 성가대에서 부르면 되지 않냐며 '하나님보다 술 취한 관객이 더 좋단 말이냐?'라고 질책한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외도를 목격했고, 그 일로 인하여 아버지가 영원히 자신의 곁을 떠났음을 알고 있는 바이올렛. 하지만 그녀는 어머니에게 반항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한다. 어쩌면 그것이 그녀에게 주어진 일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틴 스피릿'이라는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되고, 1차 합격에 성공한 것이다. 2차 오디션을 위해서라면 보호자를 데려와야 하는 상황. 어머니를 데려올 수 없었던 바이올렛은 자신의 노래를 유일하게 칭찬해준 술집에서 만난 중년 남성 블라드(즐라트코 버릭)에게 도움을 총한다. 블라드는 거의 유명 오페라 가수였지만, 지금은 술주정뱅이 노인에 불과한 처지. 바이올렛이 '틴 스피릿'에서 우승을 한다면 블라드에게도 두 번째 기회가 찾아오는 셈이다. 블라드는 오페라 가수였던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바이올렛을 가수로 훈련시키고, 그 덕분에 바이올렛은 런던 최종 라운드에 진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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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라운드를 앞둔 그녀의 이해하지 못할 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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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틴 스피릿]은 처음부터 그렇게 짜임새 있는 영화는 아니다. 블라드가 바이올렛을 가수로 단련시키는 장면은 아주 짧게 스치듯 지나가고, 캐릭터 설명도 대충대충이다. 블라드가 파리에서 활동 중인 딸과의 관계가 어쩌다가 소원해졌는지 설명조차 없다. 가수의 꿈을 품고 있는 바이올렛의 가장 큰 장애물이 될 것만 같았던 그녀의 어머니는 별 갈등 없이 바이올렛의 런던행을 허락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런던에서의 본선 진출을 이루고 나서부터이다. 거대 기획사가 가수 데뷔를 미끼로 바이올렛에게 접근하고 전년도 우승자인 키안은 바이올렛에게 껄떡 된다. 그러자 바이올렛은 그동안 못했던 일탈을 한꺼번에 하겠다는 듯이 막 나간다. 블라드가 단 이틀 만에 물들었다고 안타까워할 정도로...

영화에서 갈등 구조는 필수적이다. 특히 [틴 스피릿]처럼 악당이 없는 영화에서는 주인공끼리의 갈등은 영화의 재미를 더해준다. 나는 [틴 스피릿]의 갈등은 가수의 꿈을 키우는 바이올렛과 지나치게 보수적인 그녀의 어머니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한 내 예상이 벗어난 후 맥스 밍겔라 감독은 처음으로 자유로운 일탈을 경험한 바이올렛과 그러한 그녀를 아버지처럼 잡아주려고 하는 블라드의 갈등으로 영화의 긴장감을 채우려 한다. 하지만 너무 느닷없고, 도대체 왜 바이올렛이 저렇게 철없는 행동은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바이올렛과 블라드의 갈등은 없느니만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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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우승의 자격을 증명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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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93분에 불과한 짧은 러닝타임 탓일는지도 모르겠다. [틴 스피릿]은 순진한 시골 소녀 바이올렛이 '틴 스피릿'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하는 과정을 너무 대충 보여준다. 이미 우리나라 관객은 <슈퍼스타 K>, <위대한 탄생> 등 '틴 스피릿'과 비슷한 가수 오디션 TV 프로를 경험했기에 ,[틴 스피릿]의 설정이 새롭지 않고, 오히려 뻔했다.

하지만 [틴 스피릿]의 가장 큰 문제는 영화의 하이라이트가 되어야 할 바이올렛의 마지막 무대이다. 영화 초반 바이올렛의 노래는 꽤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심사위원은 바이올렛에게 음역대가 넓은 노래를 선택했어야 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일까? 바이올렛의 마지막 노래는 록 음악이다. 하지만 전문적인 가수가 아닌 엘르 패닝의 음역대는 록 음악을 표현하기에 무리가 있었고, 의미 없이 무대에서 방방 뛰기만 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차라리 영화 초반의 슬픈 음악이 훨씬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영화 속의 관객들은 감동의 도가니였지만...

맥스 밍겔라 감독은 바이올렛의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다른 참가자의 노래를 거의 생략해버렸고, 영화에서는 오로지 바이올렛의 노래만 나온다. 그렇기에 바이올렛이 '틴 스피릿'의 우승자의 자격을 갖추려면 무엇보다도 영화를 보는 관객을 휘어잡아야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러지 못했다. 영화 후반부 바이올렛의 무대는 내겐 너무 별로였다. 결국 [틴 스피릿]은 실력 없는 참가자를 우승자로 결정한 가수 오디션 프로를 본 후 허탈감을 느낀 심정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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