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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할까요] - 한 번이건, 두 번이건, 중요한 것은 제대로 하는 것이다.
12  쭈니 2019.10.18 10:22:04
조회 64 댓글 0 신고

감독 : 박용집

주연 : 권상우, 이정현, 이종혁

결혼은 미친 짓이다.

2002년에 개봉한 유하 감독의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영화가 있다. 감우성과 엄정화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결혼은 조건 좋은 남자와 하고, 연애는 사랑하는 준영(감우성)과 하고 싶은 연희(엄정화)의 이야기이다. 어찌 보면 연희의 양다리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지만 다르게 보면 그것이 현실적일지도 모르겠다. 결혼이란 것은 로맨스 영화처럼 달콤하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행복한 결혼을 위해서라면 사랑도 필요하지만 돈도 필요한 것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당시 나는 돈 한 푼 없으면서도 사랑만 있으면 된다며 막연하게 결혼을 계획하고 있던 철부지였기에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보며 연희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2003년 4월, 정말로 나는 돈 한 푼 없이 결혼을 했다. 아주 작은 회사에서 한 달에 백만 원이 조금 넘는 월급을 받았고, 그것마저도 회사 사정이 어려워 제때 안 나오기 일쑤였다. 그땐 몰랐다. 집 재정 상태가 그렇게 끔찍한 줄... 총각 때 그랬던 것처럼 나는 회사 동료들과,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술 마시고 다녔지만, 임신한 아내는 어떻게든 한 푼이라도 아끼겠다며 내게 내색하지 않고 아등바등했다는 사실을... 어쩌면 그때 아내는 아무것도 모른 채 술 취해 자고 있는 내게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고 외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두번할까요]라는 영화를 봤다. 결혼은 미친 짓임을 깨달은 현우(권상우)가 아내인 선영(이정현)과 이혼을 하며 시작되는 이 영화는 현우가 선영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임을 깨닫고 다시 결혼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영화를 보며 [두번할까요]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반대말과도 같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아프기까지 했던 [결혼은 미친 짓이다]와는 달리 [두번할까요]는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헛웃음이 났다. 하긴 어차피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가 사랑에 대한 환상을 상품화한 장르가 아니던가. 한 번으로도 부족해 두 번이나 해야 할 만큼 결혼은 행복한 짓이다라고 외치는 영화이다.

공감되지 않는 그들의 이혼

[두번할까요]는 처음부터 노골적이다. 현우는 선영에게 이혼을 선언하고, 선영은 이혼식을 하지 않으면 이혼을 해주지 않겠다고 우긴다. 이혼식... 이건 이 영화가 내세운 독특한 소재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선영의 마음과도 같다. 현우는 이미 선영에게 마음이 떠났지만, 선영은 아직 현우를 붙잡고 싶다. 그녀가 이혼식을 고집한 이유는 그러면 현우가 이혼을 포기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우는 이혼식을 받아들였고, 선영은 자존심 때문에 현우에게 더 이상 매달리지 않는다.

이러한 관계는 이혼 후에도 계속된다. 선영은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현우를 찾고, 그럴 때마다 현우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어쩔 수 없이 억지로 선영을 도와준다. 그러다가 결국 현우는 폭발한다. 네가 불쌍해서 도와준 것일 뿐, 너에겐 그 어떤 마음도 남아 있지 않다며 선영의 마음에 상처를 남긴 것이다. 이제 정말 현우와 선영의 관계는 이대로 끝이 나는 것일까? 아니다. 선영에게 상철(이종혁)라는 번듯한 새로운 남자가 나타나는데, 하필 상철은 현우와 고등학교 동창이다. 마치 하늘의 장난처럼 이렇게 또다시 현우와 선영의 관계는 끊기지 않고 이어진다.

참 이상한 영화다. 최소한 현우와 선영이 이혼을 선택할 정도로 관계가 틀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해야 했다. 시간 관계상 그럴 수 없다면 이혼 후 서로 증오할 정도로 미워하는 현우와 선영의 모습이라도 보여줘야 했다. 아무리 이혼이 흔한 세상이 되었다고 하지만 현우와 선영이 왜 이혼을 했는지, 이혼 후 현우와 선영의 관계를 보면 서로 그다지 미워하지도 않는데 왜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것이 이해가 안 되니 현우와 선영의 관계가 서서히 회복되는 중반 이후의 스토리가 전혀 공감되지 않는다.

우연이 너무 반복되면 영화의 질이 떨어진다.

중학교 3학년 때 나의 담임은 국어 선생님이셨다.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존경했던 스승이었는데, 그분은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시와 소설을 직접 쓰게 했다. 나는 선생님께 잘 보이기 위해서 한 남자의 무시무시한 복수극을 썼다. 반 친구들이 모두 돌려 볼 정도로 인기가 있었지만 선생님은 다른 아이들의 소설을 직접 읽어주셨지만, 내 소설은 결국 읽어주시지 않으셨다. 나중에 선생님은 네 소설이 우연적 만남이 너무 많이 나온다고 지적을 해주셨다. 그때 깨달았다. 우연은 스토리를 전개시키는데 굉장히 편한 장치이지만, 그것이 반복되면 결코 좋은 이야기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두번할까요]가 정확하게 그러하다. 우연이 너무 많다. 현우는 회사의 골칫거리인 블랙 슈머를 만나는데 그것이 하필 고등학교 동창 상철이다. 여기까지는 뭐 그럴 수도 있다. 이 정도 우연은 세상 참 좁다고 끝낼 수 있다. 그런데 하필 상철은 술에 취해 한강에 빠진 선영을 구해준다. 이건 좀 심하다. 문제는 그 이후에도 계속된다. 하필 상철은 선영에게 사랑을 느끼고, 하필 상철은 현우에게 선영과의 연애를 상담한다. 분명 이렇게 몇 번이나 반복되는 우연은 현우와 선영의 관계에 상철이라는 변수를 투입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중학교 3학년 때의 담임 선생님이 이 영화를 봤다면 우연적 만남이 너무 많이 나온다고 지적하셨을 것이다. (참고로 당시 내 소설에는 우연적 만남이 딱 한 번 나온다. 주인공이 술집에서 우연히 어릴 적 원수를 만나는 장면)

[두번할까요]는 현우와 선영의 이혼 이유를 생략함으로써 영화에 대한 공감을 떨어뜨렸고, 우연에 의해 상철을 등장시킴으로써 이야기의 질도 떨어뜨렸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소하게 영화를 즐길 수는 있지만 결코 이 영화를 잘 만든 로맨틱 코미디로 평가할 수는 없게 만들었다.

그냥 소소한 재미로 만족하라.

[결혼은 미친 짓이다]는 영화를 본 지 17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내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딱 한 번만 봤을 뿐인데도 말이다. 그것이 바로 명작의 품격이다. 하지만 어떤 영화들은 영화를 본지 며칠이 흐르지도 않았는데 기억 속에서 까맣게 잊힌다. 1, 2년 후에는 내가 이 영화를 봤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두번할까요]는 후자에 해당한다.

그래도 [두번할까요]는 킬링타임용 데이트 영화로 최선은 다한다. 권상우와 이정현의 매력은 여전하고 성동일, 정상훈, 김현숙 등 명품 조연들도 영화를 맛깔스럽게 만든다. 특히 [탐정 : 더 비기닝]을 통해 힘을 쫘악 뺀 권상우의 코믹 연기가 인상적이다. 권상우는 자신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말죽거리 잔혹사]를 스스로 패러디하기도 하는데, [말죽거리 잔혹사]의 명대사 '조까라 그래'가 갑자기 튀어나오고, 현우와 상철의 회상씬에서는 [말죽거리 잔혹사]의 옥상 결투 장면이 패러디된다. [말죽거리 잔혹사]를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흥미롭게도 [말죽거리 잔혹사] 역시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유하 감독 영화이다.)

전소민이 현우의 맞선녀로 카메오 출연하는 장면에서 비데 고장으로 인해 현우가 굴욕을 당하는 모습, 술에 취한 선영과 이부장(성동일)의 말장난 (제수씨 엿 먹고 재수하고 있어요.) 등등. [두번할까요]는 영화를 보며 끊임없이 소소한 웃음을 안겨준다.

횟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진심이 중요한 거다.

어쩌면 내가 시대의 감각에 뒤떨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건 나는 보수적인(나 스스로는 진보적이라고 생각하지만) 40대 후반의 남성이니까. 나는 결혼은 결코 장난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결혼을 한 이상 이혼은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마치 장난과도 같았던 현우와 선영의 이혼식은 내게 웃음을 안겨주기보다는 설정 자체가 너무 장난 같은 인상을 안겨줬다.

도대체 왜 현우와 선영이 이혼했는지도 모르겠고, 그러한 사정을 모르니 현우가 다시 선영을 사랑하는 과정 또한 이해가 안 된다. 그냥 남 주기에는 아까운 도둑놈 심보같다라고나 할까. 특히나 영화 후반부의 강아지 결혼식 장면은 어이가 없기까지 하다. 물론 요즘 반려견이라 해서 애완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문화가 보편화되었다고는 하지만 강아지 결혼식이라니... 내가 뒤떨어진 것인지, 아니면 영화가 억지스러운 것인지 도저히 분간이 안된다.

[두번할까요]는 제목 그대로 결혼을 같은 상대와 두 번 한 현우와 선영의 사랑 이야기이다. 모두들 눈치채고 있겠지만 상철은 그저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감정을 확인하게끔 만드는 오작교에 불과하다. 하지만 현우와 선영의 사랑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장난 같다. 결혼에 대한, 그리고 이혼에 대한 심각한 고민 따위는 애초에 없다. 횟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진심이 중요한 것이다. 그러한 진심이 결여되어 있다면 결혼도, 그리고 영화도, 결국 성공적이지 못한 소모품이 되어 버린다. 박용집 감독은 그저 소소한 재미를 안겨주는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었을 뿐, 사랑과 이별에 대한 공감은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렇기에 [두번할까요]는 며칠 후면 내 기억 속에서 까맣게 지워질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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