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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 루저 코미디의 기본적인 재미와 감동은 갖추고 있다.
12  쭈니 2019.09.16 16:46:00
조회 23 댓글 0 신고

감독 : 질 를르슈

주연 : 마티유 아말릭, 기욤 까네, 브누와 뽀엘부르드

명절 음식 만들기의 피곤함은 가벼운 코미디 영화로...

추석 전날, 온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전을 부쳤다. 나와 아들이 동태포에 밀가루를 묻히면 아내는 계란옷을 입히고 프라이팬에 동태전을 부친다. 동태전 부치기가 끝나면 이번엔 동그랑땡을 만든다. 잘 반죽된 돼지고기, 부추, 두부 등을 동그랗게 빚어 놓으면 아내가 계란옷을 입혀 프라이팬에 부친다. 그러면 먹음직스러운 동그랑땡이 된다. 이렇게 온 가족이 전을 부치다 보면 반나절이 후다닥 지나간다.

전 부치기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나면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저리다. 예전에는 이 힘든 일을 어머니 혼자 했다니, 난 참 불효 자식이다. 그래도 이렇게 결혼 후 철이 들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아들은 나와 같은 불효 자식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명절 때마다 억지로 명절 음식 만들기 조기 교육 중이다.

힘든 명절 음식 만들기가 끝나고 남은 시간 동안 극장 나들이나 갈까 계획했지만 어머니와 아내가 너무 피곤해해서 포기했다. 그 대신 낮잠을 즐기는 아내 옆에서 아들과 영화를 봤다. 아들이 고른 영화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인데 이유는 단지 코미디 영화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 부치기로 기진맥진한 아들은 "이렇게 힘들 땐 코미디 영화를 봐야죠."라고 말한다. 맞다. 그것이 정답이다.

루저 코미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은 루저 코미디이다. 물론 루저 코미디라는 장르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내가 편의상 갖다 붙인 이름이다. 루저 코미디의 특징은 누가 봐도 한심한 사람들이 모여 무언가를 이루는 과정을 통해 관객에게 행복감을 안겨준다. 대표적인 예가 피터 카타네오 감독의 [풀 몬티]이다. 중년의 해고 노동자들이 여성 전용 클럽의 댄서가 되면서 벌어지는 코미디를 다루고 있다. 마크 허만 감독의 [브래스드 오프]도 비슷하다. 보수당 정부의 폐광 정책으로 일자리를 잃은 탄광촌 사람들이 밴드 대회에 나가기 위해 연습을 한다는 내용이다. 일본 영화 중에서 [으랏차차 스모부], [워터 보이즈], [스윙걸즈], [가슴 배구단] 등도 내 기준으로는 루저 코미디의 범주에 속한다.

그리고 보니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은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워터보이즈]와 매우 닮았다. [워커 보이즈]는 해체 위기에 몰린 남자 고등학교 수영부에서 수중 발레를 하게 된 다섯 명의 루저가 주위의 비웃음을 딛고 멋진 수중 발레쇼를 한다는 내용이다.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역시 수중 발레가 소재이다. 단지 풋풋한 남고생 대신 배불뚝이 중년남이 주인공일 뿐이다.

2년 차 백수 베르트랑(마티유 아말릭), 파산 직전의 사장님 마쿼스(브누와 뽀엘부르드), 예민한 성격 때문에 가족에게 버림받은 로랑(기욤 까네) 등이 주인공인데, 그들은 루저 코미디가 항상 그러하듯 누가 봐도 한심한 오합지졸이다. 하지만 벼랑 끝에 몰린 그들은 죽기 살기로 수중 발레 연습에 매진하고, 결국 세계대회에서 프랑스 대표로 출전하여 깜짝 놀랄 성과를 낸다.

이 세상에 무엇이든 대충 해도 되는 것은 없다.

사실 처음부터 그들이 세계대회 금메달을 노리고 수중 발레단을 결성한 것은 아니다. 그저 막막한 현실에서 삶의 활기를 불어 넣는 것이 목표였다. 다시 말해 참가에 의의를 두는 것이다. 하지만 까칠한 아만다(레일라 벡티)가 새롭게 코치를 맡으며 사정은 달라진다. 아만다는 참가에 의의를 두고 대충 연습하는 루저들을 끌고 지옥훈련을 감행한다. 그렇게 그녀는 그들에게 메시지를 던진다. 이 세상에 무엇이든 대충 해도 되는 것은 없다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은 배불뚝이 중년 남자들의 우스꽝스러운 수중 발레로 초반 관객에게 어이없는 웃음을 뽑아낸다. 중반엔 대충 하려는 수중 발레단 남자들과 그런 그들을 지독하게 몰아붙이는 아만다의 충돌 또한 유쾌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하지만 그들이 지옥훈련을 이겨내고 전 세계의 쟁쟁한 수중발레 선수들이 참가한 대회에서 깜짝 놀랄 반전을 펼쳐내는 장면에서는 힐링을 맛보게 만든다.

이게 루저 코미디의 힘이다. 패턴도 똑같다. 결말도 거의 같다. 여기에서 승자와 패자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그들의 노력이 어떤 결실이 되어 돌아왔을 때의 감동이 중요하다. 그들은 루저이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그 순간 패자가 아닌 진정한 승자가 될 것이라 영화는 이야기하고, 그러한 메시지는 감동으로 연결된다.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이 정확하게 그러하다.

약간 지루하고, 약간 억지스럽다.

나는 루저 코미디가 좋다. 나 스스로가 그렇게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지 않기에 한심한 그들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인생의 진정한 승자가 되는 과정은 언제나 내게 행복감을 안겨준다. 하지만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은 내가 본 수많은 루저 코미디를 순위로 매긴다면 하위권을 머물만한 영화이다. 루저 코미디의 모든 전개를 충실하게 따르지만 2시간이 훌쩍 넘는 러닝타임이 약간은 지루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일단 영화 초반 캐릭터 설명이 너무 길었다. 영화는 베르트랑을 시작으로 로랑, 마퀴스, 시몽, 티에리 등의 캐릭터 설명을 길게 늘어뜨린다. 그러다 보니 정작 수중 발레 장면은 줄어들었다. 영화의 재미를 위해 캐릭터 설명은 꼭 필요하지만,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의 가장 기본적인 재미가 중년 남자들의 우스꽝스러운 수중 발레 장면임을 감안한다면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 마지막 프랑스팀이 우승을 하는 장면은 약간 억지스럽다. 사실 영화의 감동을 위해 우승이 꼭 필요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그들이 최선을 다했고, 그들의 최선이 많은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으며 인정을 받는 것만으로 족하다. 하지만 고작 몇 개월간 훈련을 한 그들이 쟁쟁한 선수들을 물리치고 우승이라니... 뭐 극적이긴 하지만 억지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비록 이렇게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은 아쉬움도 많은 영화였지만 그래도 루저 코미디의 재미와 감동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덕분에 영화를 본 것이 후회스럽지는 않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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