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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틱] - 그 남자의 뜨거운 생존 의지를 넘어선 인간적 양심
12  쭈니 2019.04.17 11:41:09
조회 167 댓글 0 신고

감독 : 조 페나

주연 : 매즈 미켈슨

매즈 미켈슨의 원맨쇼

내가 [아틱]의 예고편을 처음 봤을 때 들었던 생각은 '이 영화, 매즈 미켈슨의 원맨쇼와도 같은 영화겠구나'였다. 영화의 내용은 비행기 추락 사고로 북극에 조난된 오버가드(매즈 미켈슨)가 어느 날 추락한 헬기 속 생존자(마리아 델마 스마라도티르)를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생존자가 심각한 부상을 입은 탓에 이대로 구조를 기다릴 수만은 없었던 오버가드는 생존자를 살리기 위해 지도 한 장에 의지한 채 임시 기지로 향한다.

예고편에서는 하얀 눈이 뒤덮인 북극의 풍경이 전부이고, 영화 속의 캐릭터는 오버가드 외에도 헬기 속 생존자, 이렇게 둘뿐이다. 그나마 생존자는 부상으로 계속 누워만 있기 때문에 오버가드가 영화의 유일한 캐릭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순간 호기심이 생겼다. 과연 1시간 38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아틱]은 오버가드 한 명으로 어떤 이야기를 진행해나갈까?

토요일 밤 11시, 빨리 자라고 재촉하는 아내의 잔소리에도 불구하고 아들과 나는 '영화 한 편 보고 잘게.'라며 [아틱]을 플레이했다. 영화의 짧은 러닝타임과 토요일을 이대로 보낼 수는 없다는 간절함이 빚어낸 무모한 반항이었는데, 다행히 아내도 더 이상의 잔소리를 안 해서 아들과의 행복한 영화 관람이 이루어졌다.

오버가드가 겪어야 할 위험

조난 영화의 패턴은 일정하다. 주인공의 평화로운 일상을 보여주다가 조난을 당하는 장면으로 영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주인공은 온갖 위험을 헤치며 살아남고, 결국 구조되며 영화는 끝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주인공이 겪게 된 온갖 위험이 무엇이냐라는 것이다. 주인공이 겪게 되는 위험이 수위가 높아질수록 조난 영화의 재미도 깊어진다.

리암 니슨이 주연을 맡은 2012년 국내 개봉작 [더 그레이]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더 그레이]는 알래스카에서 석유 추출공과 작업자들을 외부의 위협에서부터 보호하는 임무를 지닌 프로페셔널 가드 오토웨이(리암 니슨)가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탑승한 비행기가 악천후로 인하여 알래스카의 설원 속으로 곤두박질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이다. 조난을 당한 오토웨이와 생존자들을 위협하는 것은 굶주림과 매서운 추위, 그리고 늑대 무리이다. 특히 늑대 무리는 오토웨이 일행의 빈틈을 노리며 치밀하게 인간 사냥을 하는데, 가장 많이 쇠약해진 인간이 낙오되기만을 기다렸다가 노리는 늑대 무리의 인간 사냥은 [더 그레이]를 섬뜩한 조난 영화로 만들어냈다.

하지만 [아틱]은 그러한 조난 영화의 패턴을 벗어난다. 주인공의 평화로운 일상은 건너 뛰고 처음부터 북극에 조난된 오버가드의 모습을 보여준다. 서론을 건너뛰고 본론부터 들어간 셈이다. 게다가 오바가드가 겪는 위험이라고는 별것 없다. 부상당한 생존자를 끌고 머나먼 임시 기지로 가는 것뿐이다. 물론 영화 중간에 북극곰의 공격이 나오지만 아주 잠시뿐이다. 이쯤 되면 [아틱]은 평화로운 조난 영화라 할만하다. 하지만 그 속에 영화의 메시지가 숨어 있다.

생존의 딜레마에 빠진 오버가드

오버가드는 북극에서 조난을 당했지만 생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추위는 추락한 비행기 안으로 피하면 되고, 식량은 낚시로 건져 올린 송어로 해결하면 된다. 그는 매일 구조 무전을 치고, 북극의 지형을 조사하고, 죽은 동료의 무덤에 가서 인사를 한다. 그런데 그의 평화로운(?) 일상을 뒤흔드는 사건이 발생했으니 추락한 헬기에서 생존자를 발견한 것이다.

오버가드가 위험에 빠지는 것은 바로 생존자 때문이다. 만약 오버가드 혼자라면 얼마든지 버티면서 구조를 기다릴 수가 있다. 하지만 심각한 부상자와 함께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언제 올지도 모를 구조를 기다렸다가는 생존자는 죽을 것이다. 결국 오버가드는 위험을 무릅쓰고 부상당한 생존자를 이끌고 임시 기지로 향한다.

문제는 혼자 가는 것도 힘든데 부상당한 생존자까지 끌고 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오버가드는 갈등한다. 생존자를 버리면 오버가드 혼자 얼마든지 임시 기지에 가서 구조될 것이다. 하지만 살아있는 생존자를 버리고 가기엔 양심의 가책이 느껴진다. 오버가드는 임시 기지로 가는 지름길을 포기하고 멀리 돌아가는 길을 선택할 정도로 생존자를 데리고 가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대로 가다간 자신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그는 생존자를 버리고 혼자 길을 나선다.

생존 의지를 넘어선 인간의 양심

결국 생존자를 버리고 것을 선택한 오버가드. 우리는 과연 그를 비난할 수 있을까? 모든 생명체는 기본적으로 살고자 하는 생존 의지가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가끔 죽음을 무릅쓰고 위험에 빠진 남을 돕는 사람을 보게 된다. 우리는 그들을 영웅이라 부른다. 그들이 영웅으로 칭송되는 것은 아무나 그런 선택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단 내가 먼저 살고 보자는 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이다. 오버가드는 처음에 생존자를 살리기 위해 영웅적인 선택을 하지만, 결국 그는 자신의 생존 의지 앞에 무릎을 꿇고 마는 것이다.

오버가드가 자신의 양심을 저버리는 선택을 하는 순간, 북극곰에게 공격을 당한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위험을 당하지 않았던 오버가드는 가장 큰 위험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리고 결국 오버가드는 생존 의지에 따라 버리려 했던 생존자의 곁으로 돌아온다. 심각한 부상을 당한 채 생존자에게 돌아온 오버가드의 뜨거운 눈물은 [아틱]의 클라이맥스라 할만하다.

이렇듯 [아틱]은 그냥 재미를 위한 조난 영화는 아니다. 매즈 미켈슨은 1시간 30여 분 동안 오롯이 영화를 이끌어내며, 오버가드의 다양한 모습을 완벽하게 연기해낸다. 담담하게 진행되던 영화가 살고자 하는 오버가드의 비정한 선택과 함께 긴박하게 진행되고, 그 결과 오버가드가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되는 장면은 가슴 뜨거운 감동을 이끌어낸다. [아틱]은 분명 '재밌다'라는 표현과는 어울리는 조난 영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인상 깊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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