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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스콧 모지어, 야로우 체니

더빙 : 베네딕트 컴버배치, 카메론 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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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캐리의 '그린치'를 넘어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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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에서 새롭게 급부상하고 있는 애니메이션의 명가 일루미네이션에서 [그린치]를 애니메이션으로 리메이크하겠다고 발표하였을 때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던 것은 사실이다. 왜냐하면 내게 최고의 '그린치'는 2000년 국내에 개봉한 론 하워드 감독의 [그린치]였기 때문이다.

론 하워드 감독의 [그린치]는 후빌 마을의 크리스마스를 망치기 위해 음흉한 계획을 세우는 녹색 괴물 '그린치'(짐 캐리)가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일까?라는 고민에 빠진 엉뚱한 소녀 신디 루 후(테일러 몸슨)와 만나 소동을 벌이고, 결국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다는 내용이다.

닥터 수스의 동화를 원작으로 하였기에 전형적인 권선징악, 해피엔딩 이야기이지만, 짐 캐리의 그로테스크한 특수분장과 완벽한 연기가 덧붙여져 당시의 내겐 큰 웃음을 안겨줬던 영화이다. 이렇게 론 하워드 감독의 [그린치]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었기에 애니메이션 [그린치]가 걱정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과연 론 하워드 감독의 [그린치]가 만들어진지 18년이 흐른 뒤 발표된 애니메이션 [그린치]는 짐 캐리의 '그린치'를 넘어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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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목소리를 포기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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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보다 걱정이 앞섰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2018년 12월에 개봉한 [그린치]는 여전히 내게 기대작이었다. 비록 짐 캐리는 없지만, [닥터 스트레인지]의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그린치'의 목소리를 맡았기 때문이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호빗 시리즈]에서 스마우그 목소리를 연기하는 등 중후한 목소리를 뽐낸 배우이기에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목소리가 입혀진 '그린치'가 너무나도 궁금했다.

하지만 결국 그것이 내가 [그린치]를 극장에서 보지 못한 이유가 되고 말았다. [그린치]가 개봉했던 당시 나는 우리말 더빙 버전이 아닌 자막 버전의 [그린치]를 보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짐 캐리의 빈자리를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목소리로 채울 생각이었는데,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목소리조차 들을 수 없는 [그린치]는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기에 나는 극장에서 [그린치]를 보지 못했다.

그런데 막상 [그린치]를 보고나니 왜 이 영화가 이토록 자막 버전 상영관을 찾기 어려웠는지 이해가 되긴 했다. [그린치]는 완벽하게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를 위해 제작된 영화이기 때문이다. 론 하워드 감독의 [그린치]의 경우는 동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성인 관객들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많았는데, 애니메이션 [그린치]는 성인 관객을 철저하게 배제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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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좋아할 거리가 잔뜩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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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치]는 어린 시절의 상처 때문에 외톨이가 된 '그린치'(베네딕트 컴버배치)가 후빌 마을의 크리스마스를 훔치려는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스토리가 진행된다. 뭐 론 하워드 감독의 [그린치]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꼭 그렇지마는 않다. 일단 그로테스크한 녹색 괴물이었던 론 하워드 감독의 [그린치]와는 달리, 이번 영화에서는 '그린치'의 외모가 상당히 정겹다. 더 이상 '그린치'는 녹색 괴물이 아닌, 그저 외로운 괴짜인 셈이다.

그 외에도 의인화된 동물 캐릭터가 '그린치'를 뒷받침해준다. '그린치'의 반려견이자 만능 집사인 강아지 맥스의 비중이 상당히 커졌는데, 맥스는 [마이펫의 이중생활]의 주인공 맥스(이름까지 똑같다)를 연상시킨다. [마이펫의 이중생활 2]가 곧 개봉 예정임을 감안한다면 일루미네이션의 의도적인 마케팅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덩치 큰 루돌프 프레드가 씬스틸러로 맹활약을 한다. 맥스와 프레드가 론 하워드 감독의 [그린치]에서도 등장했었는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나왔다고 하더라도 비중은 작았을 것이다.) 어린이 관객이 좋아할 만한 동물 캐릭터를 등장시켜 비중을 높인 것만 보더라도 이번 영화의 의중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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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단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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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치]의 스토리 전개는 무지 단순하다. 영화의 러닝타임이 1시간 30분이 채 되지 않을 정도이다. 물론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동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이기에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그린치]는 단순해도 너무 단순하다.

'그린치'의 어린 시절 상처를 보여줄 듯하다가 그냥 대충 넘어가고, 산타를 만나 직접 소원을 말하겠다는 신디(캐머런 실리)와의 만남도 매우 간결하다. '그린치'가 결국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 장면은 아예 생략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심술궂은 '그린치'가 홀어머니를 생각하는 신디의 마음에 감동하여 갑자기 잘못을 뉘우치는 것으로 영화는 서둘러 마무리된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기에 웬만하면 동심으로 돌아가 영화를 감상하려 노력하는 편인데, [그린치]는 내가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섰다. 결국 나는 [그린치]보다는 [그린치]가 끝난 후 나오는 [미니언 단편]이 더 재미있었다. 그래도 역시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목소리만큼은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걸로 만족하는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