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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크리스토퍼 랜던

주연 : 제시카 로테, 이스라엘 브로우사드, 피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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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보려던 야심찬 계획은 무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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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은 내게 있어서 공포 영화의 신기원으로 기록될 기념적인 해였다. 그도 그럴 것이 2017년 5월에 [겟 아웃]이 개봉했고, 11월에는 [해피 데스데이]가 개봉했기 때문이다. 이 두 영화가 내게 의미가 남달랐던 이유는 공포 영화의 전통적인 재미를 살짝 비틈과 동시에, 공포 영화가 가지고 있는 재미를 고스란히 유지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내가 혼자 볼 수 있는 공포 영화라는 사실이다. 혼자 보기에 적당히 무서웠고, 그러면서도 공포 영화의 재미를 충분히 갖추고 있었으니 나와 같은 겁이 많은 관객에겐 최적의 공포 영화였던 셈이다.

[해피 데스데이 2 유]가 개봉했다. [해피 데스데이]를 재미있게 본 나로서는 당연히 기대가 되는 영화이다. 영화 개봉에 앞서 이번엔 혼자가 아닌, 아내와 함께 영화를 보려고 철두철미한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케이블 TV에서 예정되어 있던 [해피 데스데이] 방영이 취소되는 바람에 나의 계획은 무산되었다. 아내가 [해피 데스데이]를 보았다면 [해피 데스데이 2 유]를 보러 가자는 내 간절한 청을 거절하지 못했을 텐데... 결국 밸런타인데이, 연인들로 인하여 극장이 왁자지껄한 날, 하필 나 혼자 [해피 데스데이 2 유]를 보러 가야 했다.

일단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해피 데스데이 2 유]는 나름 재미있었다. 트리(제시카 로테)가 타임 루프에 갇힌 이유도 설명하고, [해피 데스데이]에서 그다지 비중이 없었던 캐릭터들도 비중 있게 다루며 변화도 줬다. 그리고 [해피 데스데이]와는 다른 범인도 준비하며 깜짝 반전에 신경을 썼다. 하지만 나는 [해피 데스데이]가 더 재미있었다. (이후 영화의 스포가 마구 투척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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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바뀐 줄 알았다. 하지만 트리를 포기 못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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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데스데이 2 유]는 라이언(피 부)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라이언은 [해피 데스데이]에서 트리와 사랑에 빠지는 카터(이스라엘 브로우사드)의 룸메이트로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런 그가 [해피 데스데이 2 유]의 오프닝을 장식한 것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하루를 시작한 라이언. 하지만 트리가 그러했듯이 라이언은 베이비 가면을 쓴 괴한에 의해 살해당하고, 다시 그날 아침으로 되돌아온다. 라이언은 자신이 살해당하자 하루가 되풀이되고 있음을 카터에게 털어놓고, 이미 타임 루프 경험이 있는 트리는 라이언을 도와 베이비의 정체를 밝히려 한다.

자! 이쯤에서 나는 [해피 데스데이 2 유]가 어떻게 1편과는 차별화된 영화적 재미를 이끌어 낼 것인지 지레 짐작하였다. 주인공을 바꾸는 것이다. 이미 트리를 죽이려 한 베이비의 정체가 밝혀졌으니, 이번엔 라이언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라이언을 죽이려 하는 또 다른 베이비를 등장시키며 관객에게 새로운 추리 게임을 제시하는 것이다. 나는 이 방식이 꽤 효과적이라 생각했다. 죽으면 되풀이되는 타임 루프, 칼을 든 베이비 등 영화의 주요 키워드만 유지한다면 주인공이 누가 되었건 [해피 데스데이]만의 개성은 충분히 살려 낼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크리스토퍼 랜던 감독의 생각은 달랐나 보다. 이미 [해피 데스데이]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제시카 로테를 조연으로 내리고 낯선 동양인 배우 피 부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고 생각한 듯하다. 결국 그는 트리를 다시 주인공의 자리에 앉힌다. 트리가 또다시 타임 루프에 빠져 생일날 아침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그런데 이미 트리를 죽이려 한 범인이 탈옥한 연쇄 살인마와 트리의 룸메이트 로리(루비 모딘)임을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은가? 이 난관을 해쳐나가기 위해 크리스토퍼 랜던 감독은 다중우주라는 새로운 소재를 꺼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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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루프에 다중우주까지... 너무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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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우주는 쉽게 설명하자면 우리가 사는 똑같은 우주가 여러 개 있다는 이론으로, [해피 데스데이 2 유]에서 또다시 타임 루프에 빠진 트리의 생일날 아침은 기존의 우주가 아닌 다른 우주이다. 이 우주에서는 로리가 범인이 아니다. 게다가 카터는 트리가 아닌 다니엘(레이첼 매튜스)과 사귀는 사이이고, 트리의 어머니 또한 살아 있다. 같은 듯 보이지만 미묘하게 다른 이 우주에서 트리는 선택을 해야만 한다. 어머니가 살아 있는 이 우주에 머물 것인가? 카터와 연인 관계인 자신이 살고 있던 우주로 돌아갈 것인가?

일단 다중우주를 꺼내든 크리스토퍼 랜던 감독의 계획은 성공했다. 그 덕분에 [해피 데스데이 2 유]는 [해피 데스데이]과 똑같은 듯하지만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되었다. 생일날 아침 카터의 기숙사에서 깨어난 트리의 모습은 무한 반복되지만 범인이 로리가 아닌 이상 트리는 새로운 범인을 찾아 나서야 한다. 게다가 머물 것인지 돌아갈 것인지에 대한 선택도 해야 하니 다중우주 덕분에 [해피 데스데이 2 유]는 색다른 재미를 갖출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에 따른 후유증도 만만치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영화가 너무 복잡해져 버렸다는 사실이다.

[해피 데스데이]는 타임 루프라는 복잡한 소재를 가지고 있지만 영화의 내용은 간결했다. 트리는 자신을 죽이려 하는 범인을 찾아 생일날을 무사히 넘김으로써 타임 루프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왜 타임 루프가 일어났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그저 어떻게 타임 루프에서 벗어나면 되는지만 중요할 뿐이다. 하지만 [해피 데스데이 2 유]는 복잡하다. 이 영화는 라이언을 통해 타임 루프가 일어난 이유를 설명하려 했고, 트리를 억지로 주인공 자리에 앉히기 위해 다중우주를 추가했다. 영화 초반 트리에게 타임 루프, 다중우주를 설명하려 애쓰는 라이언에게 '내가 그런 걸 이해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니?'라며 어이없는 표정으로 반문하는 트리의 모습이 이 영화를 대하는 내 심정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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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해졌지만 결국 설명하지 못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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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해피 데스데이 2 유]가 쉽게, 그리고 완벽하게 이 모든 것을 설명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해피 데스데이 2 유]는 1편을 넘어서는 뛰어난 속편 영화로 내게 기억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해피 데스데이 2 유]는 복잡하게 꼬아만 놓았을 뿐, 쉽고 완벽하게 설명하지는 못했다.

일단 영화의 초반 라이언이 빠진 타임 루프를 보자. 라이언이 동료들과 만들어낸 양자역학 실험 기계가 타임 루프를 만들어 냈다. 뭐 거기까지는 얼핏 이해가 된다. 요즘 툭하면 튀어나오는 양자역학이 정확하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뭐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그다음부터가 문제이다. 라이언의 양자역학 기계가 우연히 타임 루프를 만들어냈다면 왜 하필 트리만 타임 루프에 갇힌 것일까? 트리가 타임 루프에서 벗어나자 이번엔 라이언이 타임 루프에 갇힌다. 누군가 죽으면 타임 루프에 갇힌다는 가설로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다면 라이언을 죽이려 한 베이비의 정체는 왜 다른 우주에서 온 라이언일까? 다른 우주의 라이언은 어쩌다가 이 우주에 왔고, 왜 자기 자신을 죽이려 한 것일까?

다른 우주에서 온 라이언은 베이비 가면을 쓰고 자기 자신을 죽이려 하면서 양자역학 기계가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 경고한다. 실제 양자역학 기계는 트리를 다른 우주에서 또다시 타임 루프에 빠지게끔 만드는데, 그것이 그가 경고한 양자역학 기계가 초래하는 끔찍한 결과일까? 고작 그 이유라면 자기 자신을 죽이지 말고 대화를 하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을까? 그리고 트리는 다른 우주에 갔는데 왜 그곳에는 트리는 없는 것일까? 우주가 여러 개라면 트리 또한 여러 명이어야 한다. 이미 라이언은 다른 우주의 자기 자신과 마주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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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스럽다는 느낌적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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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데스데이 2 유]는 확실히 복잡해졌다. 그리고 복잡해진 만큼 억지스러워졌다. 솔직히 타임 루프라는 비과학적 소재의 영화인만큼 [해피 데스데이] 또한 억지스럽지만, 워낙에 스토리 전개가 단순하다 보니 그러한 억지스러움이 감상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해피 데스데이 2 유]의 복잡해진 스토리 전개는 억지스러움을 더욱 두드러지게 만든다. 복잡한데 이해조차 잘 안되니 '에이 말도 안 돼'라는 투덜거림만 자꾸 생겨나는 것이다.

결국 [해피 데스데이 2 유]는 공포 영화라는 장르의 정체성을 벗어버리고, SF라는 새로운 장르의 옷을 입으려 한다. 그러한 선택은 영화의 쿠키 영상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것은 선택의 문제이다. 트리가 어머니가 살아 있는 우주에 머물 것인가? 카터가 애인인 자신이 살던 우주로 돌아갈 것인가? 선택을 해야 하는 것처럼, 크리스토퍼 랜던 감독은 원래의 장르인 공포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확장성이 무궁무진한 SF로 장르를 변경할 것인가? 선택을 해야 했고, SF로의 장르 변경을 선택했다. 하지만 과연 그의 선택은 옳았을까?

어머니가 살아 있는 우주에 머물 결심을 하던 트리는 '이곳의 너는 진짜 네가 아니다.'라는 카터의 충고를 듣고 결국 원래 자신이 있던 우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나는 그러한 트리의 결심을 크리스토퍼 랜던 감독이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SF로 장르를 변경한 덕분에 이 시리즈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이야기를 이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SF는 원래 이 이야기의 정체성이 아니었다. 타임 루프는 그냥 거들 뿐 원래는 매일 반복해서 죽어야 하는 트리의 공포가 이 이야기의 정체성이 아니었던가? 비록 내가 공포보다는 SF를 장르를 훨씬 좋아하지만, 그래도 이 영화만큼은 공포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