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회는 공격하는 자의 편이다
기회는 공격하는 자의 편이다
알리바바 그룹 마윈 회장
“앞으로 3년간 우리는 피 말리는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의식하건 안 하건 간에 이미 세계최강의 경쟁 상대를 자극한 이상, 팔다리가 잘려나갈 만큼의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알리바바, 야후차이나, 타오바오닷컴, 알리페이 등 우리 자기업들끼리 손을 잡고 힘을 모아야 한다. 한마음 한뜻으로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면 우리가 이길 확률은 그 어느 회사보다도 높기 때문이다.”
2005년 5월, 마윈이 전체 직원회의에서 한 연설의 일부다. 1995년 9월 설립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사이트 이베이닷컴은 7년 동안 고속 성장을 구가하며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2003년 첫 선을 보인 타오바오닷컴은 고속 성장하며 그 뒤를 바짝 좇았다. 그러자 이베이는 막대한 자금을 동원하여 시나닷컴 등 포털 사이트와 배타적 광고 계약을 체결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이베이의 목표는 18개월 안에 타오바오를 사장하는 것이었다.
이베이의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에 마윈은 겉으로는 의연하게 대처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베이의 일거수일투족을 면밀히 관찰하며 경영 고위층의 자료 및 마케팅 전략을 꼼꼼히 분석하기 시작했다. 마윈은 이베이의 전략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연구한 결과 겉으로 보이는 막강한 전투력과 달리 곳곳에 수많은 허점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베이가 바닷속 상어라면 타오바오는 ‘양쯔강 악어’다. 바다에서 싸운다면 지는 게 너무나 당연하지만 강에서의 싸움이라면 해볼 만하다. 이길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한 마윈은 2003년 1억 위안을 투자하여 설립한 타오바오에 이듬해인 2004년에 다시 3억5천 위안을 투입했다. 그 후 1년 동안 이베이와 타오바오의 물고 물리는 치열한 싸움이 계속되었다. 2005년 마윈은 필승카드를 꺼내들었다. 타오바오 사용자들이 3년간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기보다 시장을 육성해 더 큰 케이크를 차지하겠다는 의도였다.
마윈의 ‘무료 서비스’ 전략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이베이에 입점해 있던 수많은 쇼핑몰이 타오바오로 몰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2005년 12월 20일 이베이 역시 무료 서비스를 단행했지만 이용자 수는 이미 20배 이상 차이가 난 뒤였다. 대세는 기울었고 이베이는 판을 뒤집을 기회조차 얻을 수 없었다.
경쟁은 언제나 치열하다. 한 치의 양보도 할 수 없는 외나무다리에서 경쟁 상대와 맞닥뜨렸다면 대범해질 필요가 있다. 회피와 양보만 일삼는다면 성공은 갈수록 멀어진다. 경쟁 속으로 멋지게 뛰어들 때 성공의 기회는 좀 더 가까이 다가오는 법이다.
마윈 역시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경쟁에 무척 대범했다. 1997년 마윈은 ‘더 차이나 옐로우 페이지’의 업무를 확장하기 위해 베이징에 입성했다. 당시 베이징에도 인터넷이 신속하게 보급되면서 실력과 배경을 모두 갖춘 회사들이 몰려들었다. 경쟁은 더욱 가열되었다. 마윈은 자신이 이러한 회사들과 경쟁하기에는 실력이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심사숙고 끝에 우선은 항저우로 돌아왔지만, 항저우 역시 인터넷 기업들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특히 항저우 텔레콤의 성장세는 가히 위협적이었는데, 궁지에 몰린 마윈은 결국 ‘더 차이나 옐로우 페이지’를 항저우 텔레콤과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마윈 회장(馬雲 | Ma Yun)
경영권을 상실하고 극심한 스트레스와 좌절을 맛본 마윈은 얼마 뒤 중국 대외경제무역부의 제안을 받아들여 다시 베이징에 입성했다. 자신과 뜻을 함께하는 팀원 몇몇을 이끌고 함께 대외경제무역부에 들어갔지만, 이 역시 1년여 만에 다시 새로운 창업을 꿈꾸며 나오게 되었다. 하지만 마윈은 기업 합병, 정부 부서 재직 등의 경험을 통해 더욱 신중하고 사려가 깊어졌다. 이는 향후 그의 창업에 큰 밑거름이 되었다.
대외무역경제부를 나온 후 2년이 채 안 되는 시기에 마윈은 알리바바닷컴을 창업했다. 드디어 항로를 찾아 그 첫발을 내딛은 셈이다. “무협소설의 주인공은 매번 경쟁 상대와 무예를 겨루며 실력을 쌓는 법입니다.” 당시를 회상하며 마윈이 한 말이다.
창업을 하고자 한다면 위기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실패와 경쟁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위기와 실패와 경쟁자는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
“경쟁에서 실패할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겁먹지 말고 나아가라. 마치 장기를 두는 것처럼 한 번의 움직임으로 승부가 바뀔 수도 있다. 그런데 지면 또 어떤가? 다시 두면 되는 것 아닌가? 이러한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마윈이 늘 강조하는 부분이다. 경쟁자는 내 앞을 가로막고 있는 돌덩이가 아니다. 내 앞에 있는 숫돌이다. 갈고 갈수록 날이 서고 빛이 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