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안타깝게도 [셜록 놈즈]의 흥행 성적은 현재까지 낙제점에 불과하다. 북미 박스오피스 성적은 [노미오와 줄리엣]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4천3백만 달러이고, 월드 와이드 성적까지 더해도 [노미오와 줄리엣]의 북미 성적에도 못 미치는 8천8백만 달러 밖에 안된다. 이대로라면 정원 인형의 모험은 [셜록 놈즈]가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왜 이 지경이 된 걸까? 전편의 캐릭터에 세계적인 명탐정 셜록 놈즈(조니 뎁)와 셜록의 영원한 파트너 존 왓슨(치웨텔 에지오프)까지 합세해서 캐릭터의 매력은 더욱 풍성해졌다. 게다가 모리아티(제이미 드메트리우)라는 확실한 악역까지 등장하여 [노미오와 줄리엣]에는 없던 선과 악의 대결까지 성사되었다. 이쯤 되면 [노미오와 줄리엣]을 재미있게 본 팬은 물론 <셜록 홈즈>에 열광하는 새로운 팬까지 확보하기에 충분한데, 오히려 흥행 성적은 반 토막이 나고 말았다.
내가 보기에 [셜록 놈즈]의 흥행 실패는 7년이라는 세월 탓이 크다. [노미오와 줄리엣]에 열광했던 관객들이 7년이라는 세월 동안 성장했고, 더 이상 [셜록 놈즈]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이다. 만약 [셜록 놈즈]가 [노미오와 줄리엣]이 개봉한지 1, 2년 후에 만들어졌다면 시리즈의 장점을 고스란히 누리며 좀 더 나은 흥행 성적을 냈을 텐데...     

 

 

더 큰 문제는 7년이라는 터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셜록 놈즈]는 [노미오와 줄리엣]과 연결되기 위해 억지 설정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1편과의 연결은 시리즈 영화의 숙명이다. 하지만 [셜록 놈즈]는 굳이 이 숙명에 따를 필요가 없다. 3등신 정원 인형의 모험이라는 이야기의 틀만 유지한다면 얼마든지 무궁무진한 소재의 바다에서 마음껏 헤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셜록 놈즈]는 소재의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치는 것 대신 [노미오와 줄리엣]과 억지 연결을 통해 1편 관객을 끌어들이려 한다. 세월이 7년이나 지났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채. 그 결과 노미오(제임스 맥어보이)와 줄리엣(에밀리 블런트)은 시골 생활을 청산하고 대도시 런던에 이사 오고, 새로운 정원 꾸미기 미션으로 인하여 노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전선엔 이상이 생긴다. 그리고 그러한 두 사람의 갈등은 셜록 놈즈와 존 왓슨의 갈등과도 연결된다.
이건 꽤 급작스러운 전개이다. 노미오와 줄리엣의 갈등은 뜬금없고, 셜록 놈즈와 존 왓슨의 갈등은 너무 뻔하다. 이 이상한 전개는 [노미오와 줄리엣]을 [셜록 놈즈]에 연결하기 위한 억지 설정 때문이다. 차라리 [노미오와 줄리엣]과 별도로 [셜록 놈즈]의 이야기를 진행시켰다면 어땠을까?   

 

 

 

 

[셜록 놈즈]에서 [노미오와 줄리엣]을 뺀다면 언제나 주인공인 괴짜 탐정 셜록 놈즈와 그의 충실한 동반자이지만, 언제나 이인자에 머물러야 했던 존 왓슨의 갈등이 좀 더 잘 정리되었을 것이다. 게다가 모리아티, 아이린(메리 제이 블라이즈) 등 <셜록 홈즈>의 오리지널 캐릭터들도 영화에서 좀 더 중요한 역할을 하며 [노미오와 줄리엣]이 그랬던 것처럼 원작에 대한 패러디에 충실했을 것이다.
솔직히 내 개인적으로 [셜록 놈즈]가 재미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노미오와 줄리엣]만큼은 아니었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을 맘껏 패러디한 [노미오와 줄리엣]과는 달리 [셜록 놈즈]는 <셜록 홈즈>를 어정쩡하게 패러디하면서 [노미오와 줄리엣]을 연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느낌이었다.
[셜록 놈즈] 앞에는 무한한 소재의 바다가 펼쳐졌는데, 그냥 그대로 자유롭게 헤엄치면 될 텐데, 굳이 [노미오와 줄리엣]이라는 무거운 짐을 메고 바다에 뛰어드니 어쩔 수 없이 허우적거리는 느낌. [셜록 놈즈]를 보며 든 안타까움은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