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의 섹시한 음성이 밤을 사로잡는 평화로운 해변 마을에 짙은 안개가 밀려온다. 안개와 함께 찾아오는 어둠의 그림자, 사람들은 날카로운 비 명과 함께 사라지고, 성당에서는 낡은 벽이 허물어지면서 200년 전 일기장과 십자가가 나온다. 거기에는 18세기 해적과 죽음으로 얼룩졌던 한밤중의 끔찍한 공포가 쓰여있는데.”

참고 : https://namu.wiki/w/%EC%A1%B4%20%EC%B9%B4%ED%8E%9C%ED%84%B0

우리가 보거나 우리에게 보이는 그 모든 것은

한낱 꿈속의 꿈일 뿐인가? 

- 에드거 앨런 포 -

오늘 밤 축하 행사는 웃기는 노릇이야!

살인자들을 칭송해야 하다니!

안토니오 바닷가는 저주받았다고!

우리는 모두 저주받았소!

모두 다!

처벌의 날이 왔노라

잔혹하고 무자비하게

6명이 죽어야한다

B급 영화의 거장

장르 영화의 귀재

"프랑스에서는 작가, 영국에서는 공포영화 감독, 미국에서는 싹이 노란 놈"으로 불린다고 스스로 말하는 별난 감독 존 카펜터

존 카펜터의 영화는 단순하게 말해서는 공포영화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만 볼 수 없는 부분 있고 그렇기 때문에 좀 더 확장시켜보거나 이리저리 살펴보고 싶어지게 한다. 여간해서는 재미없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항상 보고 싶어지게 만들고 뭔가 참신하고 흥미진진함을 기대하게 만든다.

존 카펜터의 이름이 지금과 같은 명성이 되도록 한 ‘할로윈’ 다음 작품인 1980년에 발표된 ‘안개’는 다른 존 카펜터의 영화들에 비해서는 다소 실망스러운 영화였다. 지금까지 본 영화들 중 가장 매력 없다고 해야 할까?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당장 들게 될 정도였다. 공포와 미스터리 관련 TV 시리즈 중 한 토막으로 다룰 수 있을만한 내용인지라 굳이 이걸 영화로? 라는 말만 꺼내진다.

물론, 마냥 실망스럽게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뭔가 불길한 분위기로 가득하고 무슨 일이 곧 벌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만드는 능력은 여전하고 뛰어나다. 다만 그런 분위기나 상황을 만드는 솜씨에 비해서는 뭔가 허전함이 있어 아쉽기만 하다.

다만 안개라는 별 것 아닌 자연현상을 해안가 마을에서 벌어지는 공포와 혼란의 중심에 있도록 만드는, 단순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현상을 무시무시한 두려움으로 느끼도록 하는 그 빼어난 재주에 대해서는 가볍게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100년 동안 이어진 마을의 오래된 전설

조용한 바닷가 마을이 들뜨게 하는 축제 분위기

그 분위기를 끊는 연이어 이어지는 기묘한 사건과 죽음들

전설이 그동안 숨기고 있던 어두운 과거와 감춰진 진실

억울한 죽음과 초자연적 현상을 통해서 일어나는 복수

라디오 DJ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유난히 인상적이고 그 목소리 때문에 이 단순한 영화가 좀 더 기묘한 분위기로 느끼게 되고 영화에 빨려 들어가게 된다. 그게 없었다면 더 심심한 영화가 되진 않았을까?

매력적인 목소리로 사람을 빨아들이는 라디오 DJ

히치하이킹을 하는 여성과 사랑을 나누게 된 남성

그동안 전해지던 전설이 무고한 죽음과 음모 그리고 살인을 숨겼다는 것을 알게 된 신부

바닷가에서 슬그머니 나타나 복수를 하고 사라지는 안개

근사한 구성이라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보다보면 잘 들어차 있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도 이 영화가 리메이크가 되었다는 것을 떠올리게 되니 그 생각이 꼭 맞는 생각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쨌든 존 카펜터의 영화라 흥미로움 자체는 잃지 않고 있고 재미 또한 일정하게 보장된다. 그렇기 때문에 실패작이라 말할 수 없겠지만 어쩐지 이 결과물 이상을 기대했는지 어떻게 해야만 더 좋을 수 있을까? 를 생각해보게 된다.

참고 : 1. 어쩌면 영화보다는 영화음악이 더 많이 알려졌고 들려졌을지도 모른다.

      2. 영화의 시작부터 그리고 등장인물 중 신부를 봐도 그렇고 에드거 앨런 포에 대한 존경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