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진은 어느덧 원탑 주인공이 되었다. 첨엔 조연으로 머물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차차 필모그래프를 쌓아가더니 원탑으로 우뚝 섰다. 다행히도 그가 주연으로 출연한 작품들이 흥행도 성공했다. 순수하게 혼자 이끌어 간 작품도 있고 함께 만들어간 작품도 있다. 잘 보면 유해진이 주인공인 작품은 대안이 없다는 생각도 든다. 이번 <레슬러>도 그런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친근한 아빠 역할로 주연이다. 이런 역할에 잘 생기고 몸매가 뛰어난 배우는 안 어울린다. 그나마 송강호는 맞겠지만 편견일 수 있어도 이젠 무게감이 다르다. 얼마전까지 가능했어도 워낙 대박 작품도 많이 출연했고 가벼운 역살은 다른 배우에게 넘겨야 할 때다. 이런 상황에서 유해진이 그 빈 자리를 차지했다고 본다. 친근한 이웃 집 아저씨나 아빠 역할에 이보다 더 맞는 배우는 현재 없는 듯하다.

이 영화 보기가 힘들었다. 가족의 달인 5월에 개봉했는데 상영관도 적고 횟수는 더욱 적다. 재미가 없냐고 한다면 결코 그건 아니다. 온 가족이 함께 즐겁게 웃고 울며 볼 수 있다. 제작사와 배급사도 롯데다. 이런 상황에서도 롯데시네마에서 상영횟수가 하루에 3-4번이다. 그것도 아침과 밤에 집중되어있다. 정말 보고 싶은 사람만 보라는  뜻이기도 하다.

개봉시기가 좀 아쉽긴 하다. 하필이면 마블 영화들이 극장가를 점령한 이 때에 개봉하니 안습이라는 표현이 맞다. 그렇지 않았다면 충분히 흥행에 성공할 모든 요소는 다 갖고 있었는데 말이다. 물론, 살짝 중간과 마무리가 좀 아쉽긴하다. 임팩트가 좀 더 강했으면 더 울음을 관객에게 선물하며 성공하지 않았을까한다. 그 부분을 제외하면 가족 드라마로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영화 제목이 레슬러이고 유해진이 주인공이라 예전 송강호가 주연한 <반칙왕>을 떠 올렸다. 내용은 유사성은 전혀 없다. 무엇보다 이건 아마추어 레슬링이 배경이고 소재다. 거기에 정확히는 부자지간이 함께 성장하는 드라마다. 귀보(유해진)은 전직 국가대표  레슬러였다. 아들인 성웅(김민재)는 레슬러 선수다.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하는 유망주다.

병으로 아내를 잃었고 홀로 뒷받침하며 키웠다. 윗집에는 친한 형이 10년 넘게 함께 사는데 가영(이성경)은 어릴 때부터 보던 성웅이 아닌 귀보를 좋아한다. 귀보와 결혼하는게 꿈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어리둥절하고 답답한 성웅이었다. 성웅도 가영이를 좋아했다. 이런 상황과 귀보와 성웅이 서로 성장하는 드라마다. 성웅이를 항상 사랑하고 모든걸 뒷바라지한 귀보였다.

시간이 지나며 성웅도 귀보도 각자 홀로서기를 해야했다. 성인이 된 성웅을 언제까지 귀보가 돌 볼 수 없다. 이 사실을 둘 다 자각하지 못하며 지냈다. 영화는 그렇게 둘이 성장하는 드라마다. 추가로 가영도 함께 성장통을 크게 겪는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전형적인 드라마답게 초반과 중반까지는 코믹한 설정과 상황으로 웃음을 많이 선사한다. 빵빵 터지는 건 아니라도 웃게 만들어준다.

후반에 들어가며 보자지간의 갈등과 귀보가 아버지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관객은 감정선을 함께 경험하며 귀보와 성웅의 상황에 이입한다. 레슬러 역할을 맞은 김민재는 이 역할을 위해 노력을 많이 한 듯하다. 똑같이 운동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직접 한걸로 나온다. 쉽지 않은 운동인데 말이다. 게다가 아마 작업했으리라 보는데 레슬링하는 선수들처럼 귀도 변한걸로 나온다.

영화에서 '사랑은 창 밖의 빗물같아요'가 주제곡처럼 나온다. 끝무렵 나오는 리메이크는 이성경이 직접 부른듯 했다. 영화는 분명히 유해진 원탑으로 재미있다. 아무 생각과 기대없이 봐서 그런지 재미있었다. 생각해보니 유해진 주연 영화는 지금까지 늘 아무 정보도 기대도 없이 봤다. 그때마다 늘 재미있게 봤다.어쩌면 젊을 때 톰 행크스 주연 영화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류의 영화가 흥행이 다소 저조하다면 관객을 끄는 요소가 부족했다고 해야한다. 전형적인 가족영화고 대중적인 요소를 갖고 관객을 유혹하는 영화니 말이다. 그럼에도 킬링타임용으로 즐겁게 볼 수 있었다. 가장 코믹한 장면은 황우슬혜가 나오는 장면이다. 여러모로 5월에 딱 어울리는 영화라고 보면 된다.

핑크팬더의 결정적 한 장면 : 우산쓰고 귀보와 가영이 걷는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