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케구루이 시즌 1> 이게 뭐지 하다보니 마지막 화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카케구루이>. '도박에 미친 사람'을 뜻한다. 칩과 트럼프가 타이틀에 보이길래 포커 치는 내용인가 싶어서 보기 시작했는데, 사기가 난무하는 도박 그 자체. 오리지널 포커는 등장하지 않는다. 포커 족보를 사용하는 건 남주인 '스즈이 료타'가 가축으로 전락하는 인트로를 제외하곤, '인디언 포커'와 '초이스 포커'로 변형된 케이스가 유일하다. 모 아니면 도,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온갖 도박 케이스가 등장하는 와중에, 사기 수법과 이걸 극복하는 통쾌함을 보는 게 포인트.
사실 배경부터 심상치 않다. '햣카오 학원'은 정재계 인사의 주니어들이 다니는 폐쇄적인 사립학교. 약육강식의 사회에서 지배층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교과수업이 아닌 권모술수를 동원해서라도 남을 이겨내는 도박에서의 생존력을 중시한다. '도박 실력'으로 상위 100위 밖으로 밀려나면 더 이상 인간이 아닌 '가축'으로 전락한다. 빚을 갚고 상위에 올라서면 벗어날 수 있게 된지만, 한 번 가축이 되면 더 큰 도박빚을 얻을 가능성만 나날이 높아진다. 이런 '문화'를 만든 건 학교의 중심축인 '학생회'. 학생회 간부는 물론, 학생회장은 도박 실력이 아니어도 어마어마한 돈을 내면 차지할 수 있는 자리. 지금의 학생회장 '모모바미 키라리' 역시 어느 날 갑자기 큰 돈을 내고 지금의 학생회를 꾸렸고, 햣카오는 더 살벌한 도박장이 되어 가고 있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독보적인 핵심인물은 여주인공인 '쟈바미 유메코'. 전학생 쟈바미는 스즈이에게 학교를 소개 받은 후 그와 친구가 되면서 도박에 대한 광기 어린 열정을 보인다. 전학 첫 날부터 스즈이를 가축으로 만든 '사오토메 메아리'를 가뿐하게 이기고, 이후로도 학생회 간부들과 차례차례 맞붙으며 승률을 높여 나간다. 회계 담당인 '마뉴다 카에데'를 제외하면 거의 사기 없이 붙는 도박이 없는데,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도박 그 자체에서만 희열을 느낀다. 상대의 사기를 알아 채더라도 단순히 정정당당하지 않다, 나를 지게 만들려 했다는 데 화를 내지 않는다. 한 쪽만 제대로 된 도박을 한다는 데 서운해 할 뿐.
양쪽 모두 엄청난 걸 잃을 마음으로 도박을 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 바로, 쟈바미.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순진한 얼굴로 상냥하게 말하지만 도박에 미칠 때면 새빨간 눈으로 변한다. 앞머리 속으로 얼굴을 감추고 입만 샐쭉대다가, 고개를 착! 들면 새빨간 눈만 이글이글. 전반적으로 제정신이 아닌 캐릭터가 도처에 깔려 있기 때문에, 소름끼치는 순간이 한 둘이 아니다.
동공은 콩만해지고 입술은 징그러워지는, 기괴한 얼굴도 흔하게 등장하는 장면들. 전문용어(?)로 '카오게이'라고 한다는데, 우리말로 하면 '얼굴 개그'라지만 내 눈엔 개그가 전혀 아니다. 얘도 소름의 장본인들. 나올 때마다 의욕들은 넘치지만 보는 나는 흠칫 뒤로 물러나게 되곤 한다.
주인공인 쟈마비는 유난히 볼륨이 강조되어 있고, 센캐들은 검정스타킹으로 통일. 도박을 할 생각에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는 묘사도 굉장히 성적으로 그려놨다. 다양한 캐릭터를 구현해 뒀지만 대부분 여성 캐릭터들이 주도하고 있다보니, 여성과 여성의 신체 접촉도 상당한 편이다. 성우들의 연기도 혼신의 힘을 다 하고 있어서 몰입도가 어마무시. 소재부터 (사기) 도박에 인권 같은 건 내다버린지 오래인 마당에, 청불이라고 박아놨으니 이 정도의 수위는 예상하고 보는 게 맞는 걸지도 모르겠다.
뭔가 편한 마음으로 보진 않았는데, 이게 뭐지... 하면서 끝까지 보게 된 걸 보면 넷플릭스에 특징이라고 적혀 있는 한 마디, '흥미진진'이 정확한 것 같다. 그리고 분명히 맞는 것 같은 또 하나는 어찌됐든 쟈바미 유메코의 매력은 엄청나다는 것. 도박에 미친 제정신이 아닌 아이인 건 맞지만, 몹시 영리한 데다가 차분하고 담담하다. 심지어 정의롭기까지 하고, 무엇보다도... 예쁘다. 원작은 만화책이고, 일본에서 드라마로도 제작됐지만 가장 매력적인 건 외모부터 목소리까지 전부 애니메이션 승.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모두 다음 시즌 제작이 확정되었다. 처음 볼 땐 끝까지 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 어느 새 다음 시즌을 기다린다.
급기야 피규어의 영역까지 넘보게 되었는데, 1만 2천 엔의 가격으로 올 5월에 출시 예정이라고. 쟈바미의 상징과도 같은, "사, 카케쿠루이마쇼(자, 도박에 미쳐볼까요?)" 하는 대사의 장면이 딱 떠오른다. 퀄리티에 걸맞게 물론 이미 품절. 귀여운 버전의 넨도로이드도 제작됐고 역시 잘 나왔지만, 이쪽이 훨씬 인기가 좋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사.. 살 수 있으면 사야 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