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두절미하고 무척 재미있었다. 장르 드라마를 표방하는 채널답게 확실히 장르적으로 훌륭했다. 아쉽다면 이번에도 타임슬립이라는 점이다. 그렇다해도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것도 아니라서 문제 될 건 없었다. 무엇때문에 그런 일이 그러는 것인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시치미 떼고 보면 된다. 사실 이걸 본방으로 제대로 보지 못해 오히려 다행이다. 작년 초에 방송할 때 봤다면 그 시간마다 다른 일을 전혀 못했을 듯하다.

이번에 미처 보지 못했던 드라마 중 어떤 걸 볼까하다 선택했는데 잘못하면 정주행할 뻔했다. 아무리 재미있어도 몰아서 보지 않는 스타일인데 이 드라마는 한 번에 4편을 볼 때도 있었다. 그만큼 재미있었다. 갈수록 공중파에서 하는 드라마는 힘들 듯하다. 공중파는 너무 많은 걸 잡으려 한다. 사랑도 장르도 다 잡으려 하니 이도저도 아닌 드라마로 변질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케이블은 명확히 장르적 특성으로 밀고 나간다.

이 드마라 <터널>도 뚝심있게 오로지 범인과 형사 이야기로 좁힌다. 사랑이야기는 아주 양념으로 잠시만 나온다. 그마저도 남녀간의 사랑보다는 부녀간의 사랑이 더 애절하다. 이러니 장르가 더 빛을 발한다. 무엇보다 영화가 아닌 드라마에서 회차에 따라 자칫 지루해질 틈과 여지가 너무 많다. 이러다보니 사랑도 넣고 이상한 걸 막 넣기 마련인데 <터널>은 그런 걸 너무 잘 했다. 이중적으로 트랩을 짰다.

중간까지 모든 시청자는 저 놈이 범인이라고 믿게 만들었다. 저 놈만 잡으면 된다는 심정으로 시청했다. 약간 이상한 것이 범인을 잡기는 잡았는데 여전히 회차가 꽤 많이 남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말이다. 이 드라마는 직선구조다. 내용이 이리저리 꼬지 않았다. 연쇄살인범과 이를 쫓고 잡으려는 형사이야기다. 이런 와중에 소소한 코믹 코드도 들어갔다. 이는 전부 조연 배우들이 담당한다. 어찌나 웃음을 주던지.

장르 드라마라 시종일관 진지하고 무거운데 이들이 출연할 때마다 웃음을 빵빵 던져준다. 이 드라마 예고만 놓고 볼 때는 솔직히 특정 드라마 짝퉁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했는데 한국에서 나온 장르 드라마 중에는 가장 시나리오가 탄탄했다. 더할 나위 없이 버릴 게 업을 정도로 구성이 짱짱했다. 보통 드라마가 억지로 늘리는 장면이 있어 다소 긴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터널>은 그런 면이 거의 없었다.

아주 영악하게도 이런 점을 중간에 다시 과거로 돌려보낸다. 그것만으로 1~2회 정도를 하며 극의 긴장을 다소 느슨하게도 하고 새로운 국면 전화도 삼는다. 이것과 관련해서 연출도 작가도 이번 작품이 거의 첨인듯하다. 다른 작품 연출이나 썼다는 것이 안 나오는 걸 보니 말이다. 가끔 입봉작이 대박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이 그런 것이 아닐까한다. 다음 작품이 무척이나 기대가 된다. 장르 드라마라 자세한 내용을 말하긴 힘들다.

이번 작품으로 박광호 역의 최진혁을 다시 봤다. 이전 작품들은 다소 어정쩡했는데 이번에 확실히 자신의 캐릭터를 잡았다는 느낌이다. 향후 작품이 없긴 한데 좋은 작품으로 다시 나올 듯하다. 이제 어느 정도 팬덤도 생겼을 것 같고. 윤현민도 자신의 제대로 된 작품을 이번에 만났다. 아직까지 확실히 연기로 평가하기 애매한 측면은 있는데 이번 작품부터 연기자로 각인이 될 듯하다. 이유영은 얼굴만 알고 이번 작품으로 처음 접했다. 독특한 매력이 있어 보였다.

한국에서도 장르드라마를 얼마든지 잘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작품이다. 이전까지 <나인>이 엄청난 작품으로 각인되었다. 이번 <터널>은 사랑이야기는 적기에 그만큼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사람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드라마다. 잘못하면 큰 일 나니 꼭 주말에 보는 걸 시작하길 권한다. 아무래도 계속해서 OCN의 장르드라마를 다시 봐야하겠다. 시간대가 애매해서 일부러 안 보고 있는데 흥미는 갔어도 안 봤다. 다른 드라마로 정주행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