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카는 낮에는 간호사로, 밤에는 바의 호스티스로 일한다. 불안과 고립감에 휩싸인 그녀는 타인을 따뜻하게 대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건설현장의 노동자인 신지는 어떤 불행한 일이 곧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느낌에 시달리지만, 동시에 삶에 대한 막연한 희망을 찾으려 한다. 고요함, 불행의 전조, 소외감 같은 감정들이 희망, 믿음, 그리고 사랑과 공존하는 2017년의 도쿄 러브스토리.”

밤하늘은 언제나 가장 짙은 청색이다

네가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네 자신을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동안

넌 분명 세상을 싫어해도 된다

죽음이라면

손쉽게 고독을 손에 넣을 수 있다

통신비 9,200엔

가스비 3,261엔

전기세 2,380엔

수도세 3,000

집세 65,000엔

시리아

테러리즘

식비 25,000엔

걸스바 18,000엔

지진재해

토모유키 장례식

이라크에서 56명이 죽었다

에이즈 감염 소송

땀띠 스프레이 750엔

안보법안

저출산 고령화

보고 싶다

반밖에 안 보이지?

세상이 반밖에 안 보이지만 반만이라도 충분하지 않을까?

일반적으로 반도 못 보니까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네

겨드랑이 땀 신경 쓰며 난 살아가죠

눈길을 피하며

언제나처럼

억지 웃음을 지으며

모두가 같잖아요

여기는 도쿄

그래도

힘내요

힘내요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난 살아있어 너도 살아있고

이런 꼴이지만 살아있어

사랑도 해 사랑을 하고 있다고

꼴좋잖아

그런 얼굴 하지 마

자신이 불행하다 생각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

죽을 때까진 살아야지

영화에 대해 아는 것은 부족하기만 하고 뭔가 좋은 영화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은 더해지기만 할 때, 그런 경우 이름 있는 영화잡지나 유명 평론가의 베스트를 눈여겨보기 마련이고 지금도 그 버릇은 여전하다.

근데 좋은 영화라는 묘한 기준은 (개인적으로는) 결국 뭔가 예술성 있다고 말하는 영화 혹은 남들이 높게 평가하는 영화에 불과했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뭔가 아는 척하며 말할 수 있을만한 영화 이상은 아니었던 것 같다. 물론, 그런 영화들 중에서도 진짜 마음에 드는 영화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왜 좋은지 알겠지만 나와는 맞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아예 저게 무슨 영화지? 라는 생각이 들게 되는 영화도 자주 접했었다.

키네마준보 キネマ旬報]

한때 일본영화에 일본만화에 그리고 일본문화에 잔뜩 뼈져있었다. 지금도 어느 정도 그렇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때는 심해서 너무 열중하다보니 다른 세상 쪽은 아예 관심을 갖지 않을 정도로 몰두한 적이 있었고 영화의 경우는 어쩌다보니 키네마준보에서 주목하는 영화들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남들이 그게 제일 낫다고 말해서 그냥 나도 그렇다고 생각하며 찾아보게 됐다.

일에 쫓겨 살고 무덤덤한 일상이 익숙하고 편하다고 생각하게 될 정도로 특별히 뭔가에 집중하지 않게 되어가면서 그렇게 좋아하던 영화도 이제는 적당하게 즐길 수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인지 누군가가 어딘가에서 뽑은 명단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갖지 않게 됐다.

볼만한 영화를 검색하던 도중 우연하게 알게 된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는 키네마준보에서 2017년 최고의 일본영화로 꼽혔다는 이유로 눈여겨보게 됐고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도 제목만 보고 그냥 넘겼을 영화였다.

1위로 선정되었을 정도면 뭔가 볼만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 보게 됐지만 본 다음에 들게 된 생각은 이게 1위? 였다.

사람들에 따라서는 놀라운 영화라고 말할 구석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저 그런 전형적인 방식의 일본 특유의 사랑영화였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긴밀하지 않은 내성적인 남성과 여성

독백으로 가득한 대사들

대화도 나누지만 대화라기보다 혼자 떠들고 있을 뿐인 것 같은

도쿄라는 거대한 도시에 누군가와 함께하지 못하고 홀로 존재하는 사람들

외롭고 우울한 하지만 그걸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무표정함

약간의 독특한 등장인물들이 밋밋한 내용에 허전함을 조금은 지워주는 방식

우연히 남녀는 만나고 서로 어울리지 않은 것 같지만 조금씩 알아가고 열어가는 마음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조금씩 싹터가는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 감정적 변화

지독할 정도로 고독한 것 같지만 스스로는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서글픔

외로운 도시에서 살아가는 외로운 사람들 

이렇게까지 간단하게 ‘도쿄...’의 내용을 정리한다면 무라카미 하루키나 무라카미 류 혹은 다른 여러 독특한 감수성을 내세우는 작가들의 소설이 쉽게 떠올려질 것 같고 ‘도쿄...’는 그런 생각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도쿄...’는 바로 그 지점에서 비슷한 영화들과 다른 부분을 더하고 있고 그런 점이 아마도 지금 일본의 감수성에 큰 자극을 주는 것 같다.

불안감

아마도 현재 일본의 정서에는 그것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계속되는 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라는 언제라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일본에서 살아가는 삶은 어떤 것인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든 것 같다. ‘도쿄...’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위기와 재난을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적극적이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겠지만 부분적으로 어떤 불안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동안 일본에서 일어난 여러 재난과 사고 소식을 접해왔지만 그곳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떤 감정과 기분으로 살아가는지 알려고 하지 않았고 관심도 없었던 것 같다. 일본 영화에서 지금 일본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불안 섞인 정서를 ‘도쿄...’는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 속에 더하고 있어서 조금은 특별한 영화가 됐고 흥미를 느끼며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일용직 건설노동자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는 그리고 정신적으로 약간은 문제가 있는 남성

가족에게 생계비 지원 때문에 낮에는 병원 간호사로 밤에는 걸스바에서 일하는 여성

편의점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들

편의점 음식처럼 쉽게 소비되고 소모되는 사람들

빚을 지고 일본으로 와서 막노동으로 돈을 벌어 돌아가려는 외국인 노동자

강도 높은 노동으로 온몸이 망가진 노동자

갑작스러운 동료의 죽음

우연한 만남 그리고 어수선하고 엇갈리는 대화

사랑 상처 가족 고독 그리고 죽음

지진 사고 재난 계속되는 긴급알림

어려운 상황과 힘겨운 순간에서 들려지는 힘내라는 노래

내성적이고 독백으로 가득한 

수줍어하고 소극적이기만 한

느릿한 진행과 일본 특유의 감수성이 짙은

다른 일본의 사랑영화와 크게 다를 것 없는 내용이지만 지금 현재의 일본의 상황을 조금이나마 다뤄내고 있기 때문에 무척 인상적인 영화가 되어버린다.

그것 말고는 특별할 것 없고 새로울 것 없다는 생각이지만 그것 때문에 무덤덤하게 보다가도 잠시 관심이 머물게 된다.

기대보다는 실망이 앞섰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가 말하려고 하는 그래도 살아가야 한다고 사랑해야 한다는 결론을 그냥 넘겨버리지는 말아야 할 것 같기에 어째서 이 영화를 선택했는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