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BTS 防彈少年團 의 노래들을 다 들어본 다음에 이왕이면 요즘 잘나간다는 다른 K-POP 아이돌 음악도 들어보고 싶어져 걸그룹들 중 가장 인기 있(다)는 트와이스 TWICE 와 2017년 많은 인기를 얻었다는 레드 벨벳 Red Velvet 의 앨범들을 들어보게 됐다.

최근 가장 인기 있는 걸그룹을 꼽는다면 아마도 트와이스가 가장 많이 꼽힐 것 같지만 트와이스의 앨범을 들어본 다음 음악에 대해서는 딱히 말할 게 없다는 생각을 들었다. 대표곡을 제외해서는 들어줄만한 노래는 찾을 수 없었고 앨범으로 만들기 위한 들러리 노래들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채우기를 위한 노래말고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한정된 제작비로 뜰만한 노래에 많은 투자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다른 노래들은 그냥 저냥 채워버리고.

그냥 일반적인 가요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대표곡처럼 관심 갖게 될 만한 노래로서의 재미는 느낄 수 없었다. 대표곡을 생각한다면 수준미달의 곡들이 많았다.

그런 의미에서 트와이스의 앨범에 수록된 다른 노래들은 대표곡에 딸려져 있는 부속물에 불과한 것 같았다.

대표곡들의 경우 각각의 곡이 충분히 개성 있고 한번 들으면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다는 장점은 확실해서 대중노래-히트곡이 갖출 수 있는 기본은 잘 지켜내지만 그것 이상의 의미를 찾지는 못했다.

좋은 노래지만 특별함을 찾을 수는 없었다. 꼭 그런 노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허전하다.

그게 JYP 의 능력이고 한계인지도 모른다. 다만 그들은 꾸준하게 성공하고 있고 인기 있는 아이돌을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대중들이 뭘 원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것을 보여줘야 즐거워하는지를 여전히 잘 알고 있다.

트와이스의 노래들을 들은 다음에 듣게 된 레드 벨벳의 경우는 대표곡을 제외해도 꽤 흥미를 느낄만한 노래들이 있어 좀 더 듣는 재미가 많았다. 앨범으로서의 완성에 대한 고민이 상대적으로 좀 더 있던 것은 아닐까?

인공적이고 차가운 금속성의 노래들과

활기차고 떠들썩한 노래들이

그리고 그냥 그렇고 그런 가요가

레드 벨벳의 앨범에서는 그것들이 적당하게 섞여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구성이 어떤 것이 가장 좋은가? 라는 차이에 따라서 레드 벨벳의 앨범들 중 어떤 앨범이 더 좋은 앨범인지 각자가 다른 선택을 하게 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으로는 The Red Summer 앨범과 Perfect Velvet 앨범이 가장 좋았다.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피카부 Peek-A-Boo 지만 The Red Summer 앨범에서  빨간 맛 Red Flavor, You Better Know, Zoo 를 연달아 듣게 되는 즐거움은 피카부 Peek-A-Boo 가 만들어내는 매력을 능가한다.

처음 레드 벨벳이 데뷔했을 때 어떤 아이돌인지 설명해달라고 했을 때 쉽게 말해서 좀 더 어린 소녀들로 에프엑스 fx 의 노래를 들려주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고, 행복 Happiness 이라는 노래는 그런 생각을 해도 아주 틀린 것 같진 않았다.

어차피 (지금도 그렇지만) 아이돌 음악에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잊고 지나다가 누군가가 자신의 인생 곡이라며 Dumb Dumb 을 소개해줬고 (왜 그런지는 안 물었다) 들어보니 노래는 노래대로 흥겨웠고 사운드나 노래의 구성이 반복적이면서도 무척 잘게 잘려져 꾸며졌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흥겨움을 강요하는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댄스곡을 약간 더 빠른 속도로 들려지도록 만든다면 이렇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고 장난스럽게 반복하는 후렴이 듣기 좋았다.

자신들만의 개성과 특징을 어느 정도 완성시킨 다음 발표된 Dumb Dumb 은 장난스러운 효과음과 빠르다가 느리다가를 오가며 일부러 삐거덕거리면서 정신없고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의도하는 것 같았다. 

속도감과 발랄함을 만들려는 동시에 담으려는 것 같은 Rookie 나 여름에 잘 어울리는 시끌벅적한 노래를 만들려고 작정한 것 같은 빨간 맛 Red Flavor 까지 대표곡들을 들으니 좀 더 선명하게 레드 벨벳을 알아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피카부 Peek-A-Boo 일 것 같다. 레드 벨벳의 그동안 보여주었던 모습들과는 조금은 다른 인공적이면서 약간은 정적이기도 한 이 노래는 이상할 정도로 매력적이고 계속해서 들게 되는 노래인 것 같다. 

본인들의 재능보다는 기획사의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계속해서 좋은 노래들을 그리고 흥미로운 앨범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어떤 식으로 성공을 이어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성공 이후 곧잘 벌어지는는 멤버들 사이의 갈등이나 탈퇴 등의 문제가 특별히 없다면 한동안은 지금과 같은 인기가 계속될 것 같다.. 

약간의 욕심을 말해본다면 2번째 앨범 Perfect Velvet 에서도 해결되지 못한 처음에는 무척 특별한 노래들로 꾸며졌지만 점점 노래들의 완성도는 무뎌지고 끝에 가서는 가요의 모습에서 머무는 단점을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일 것 같다.

그게 과연 단점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인지는 다툼의 여지가 있겠지만.

참고 : 레드 벨벳이 마음에 드는 다른 이유 하나는 이 아이돌이 내가 아는 한 리패키지 앨범을 따로 발표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그게 그녀들의 뜻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