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 https://namu.wiki/w/%EB%B0%A9%ED%83%84%EC%86%8C%EB%85%84%EB%8B%A8#rfn-9

참고 : http://shindonga.donga.com/Library/3/05/13/1067126/1

한국의 아이돌 음악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관심이 없는 수준을 넘어서 무시하는 수준이었다는 말을 하게 될 정도로 관심 없었고 저런 게 음악이야? 저런 걸 듣는 것들은 또 뭐야? 라고 싸잡아 비난하고 모욕하는 수준이었다.

그때는 그랬다. 반성한다. 하지만 아직도 어떤 경우에는 저게 뭐가 좋지? 라고 할 때가 있다.

좋아하는 음악과 다른 음악이라고 너무 싸잡아 비난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만 예쁜 외모에 온갖 멋을 뽐내면서 들려주는 발랄한 음악에 큰 관심이 들지는 않았다. 게다가 방송활동을 위한 노래 말고는 들어줄만한 노래가 없어 저게 뭐야? 라는 생각이 컸다.

게다가 조금 인기를 끌었다고 생각하면 리패키지라는 이름으로 1-2곡 추가해서 재발매하는 상술에 저런 건 음악이 아니라 그냥 돈벌이를 위한 사업일 뿐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지금은 K-POP 이라는 이름 붙여진 한국의 아이돌 음악에 대해서 (더 넓게 말한다면 한국 가요에 대해서)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아마도 2000년대 후반이었던 것 같다. 전에는 무시와 냉소의 대상이었지만 조금씩 들어줄만한 혹은 관심이 가게 되는 경우가 가끔씩 생겼다. 대부분은 가볍게 흥얼거릴 수 있고 쉽게 귀에 들어오는 노래였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사운드가 색달라서 인상적이라 관심이 갔었다.

그동안의 평가와 달라진 이유는 아이돌 음악의 수준이 전에 비해서 높아진 부분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단순히 팬들만 열광하는 것이 아닌 평론가들 중에서도 점차 주목하게 되는 분위기가 생겨났고 그런 색다른 시선과 의견에 흥미를 느껴 인기를 얻거나 혹은 좋은 평가를 얻은 노래들을 찾아듣게 됐다.

이런 경우는 계기가 있었다고 말할 수도 없을 것 같다. 그냥 분위기에 휩쓸렸다는 말이 솔직한 말인 것 같다. 그게 아니면 몸매 좋고 잘생기고 예쁜 젊은이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으로 향하는 관심에 대한 정당화이고 핑계를 그럴듯하게 포장하려고 하거나.

국내에서만이 아닌 일본이나 중국 혹은 아시아권을 넘어서 아닌 유럽과 북남미 지역에서도 국내 아이돌 음악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어도 그저 언론의 부풀리기라고 생각했거나 아이돌 팬들의 흔한 과장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면 일종의 하위문화 혹은 그곳에서 비주류 문화가 잠시 바람몰이가 됐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경우도 있었겠지만 점차 국내와 아시아에서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이들이 실제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세계 음악 시장에서 K-POP 이 한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도 얼핏 느끼기 시작했다.

그렇더라도 방탄소년단 BTS 防彈少年團 의 인기는 무척 이례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른 아이돌의 인기도 저렇게 인기를 끌만한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방탄의 경우는 무척 특이했고 이제는 지금과 같은 인기가 어느 정도 이해되지만 그럼에도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그럴만한가? 라는 식의 의문이 아닌 어떻게 지금처럼 됐을까? 라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방탄을 언제부터 알았는지는 기억에 없다. 다만 작곡가로 꽤 알려진 방시혁이 직접 제작에 관여했다는 것을 어떻게 알기는 했지만 그건 기억해둘만한 정보는 아니었고 그것 때문에 방탄의 음악을 들어보고 싶을 정도도 아니었다. 그냥 저 사람도 결국 이 사업에 끼어들었구나... 라는 생각만 들었다.

돈벌이를 위해서는 결국 아이돌이 가장 확실한가? 라는 생각이 컸다.

이렇게 큰 인기를 얻고 세계적인 아이돌이 된 다음에 방탄의 음악을 듣는 것은 문화적 사대주의거나 때늦은 무임승차 이상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어째서 해외에서도 열광적인 반응을 보일까? 라는 궁금증을 조금이라도 풀기 위해서는 그들의 음악(과 춤)을 접해봐야만 했다.

음악적으로는 2 COOL 4 SKOOL, O!RUL8,2?, SKOOL LUV AFFAIR, DARK&WILD 앨범 까지는 대충 말한다면 힙합이라는 테두리 속에서 아이돌 음악을 시도한다는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뭔가 방향을 이상하게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힙합과 아이돌이라는 결합이 어정쩡하게 느껴졌고 좋은 결과물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둘이 각기 따로 놀고 있다고 느껴졌다.

여기서 말하는 아이돌 음악이란 장르적인 의미에서 말하기 보다는 여러 멤버들이(대략 4-5명 정도가 일반적이지만 그보다 더 많은 경우도 있다) 1-2마디-소절을 나눠부르고 랩과 노래가 적당하게 배분된 가요-팝의 경우를 말한다. 이런 것은 평론가들이 좀 더 자세하고 세세하게 설명해줄 수 있겠지만.

원타임 1TYM 과 같은 음악을 들려주는 아이돌로 만들려고 했다지만 어쩐지 제대로 들어맞는 구석이 없어보였다. 활동 초부터 그들의 팬들이었다면 지금의 그들의 모습에 어떤 기분이 들까?

시작부터 화제로 가득하진 못했지만 활동이 계속되면서 점차 열광적인 팬들이 늘어갔고 방탄의 음악적 방향도 힙합적인 요소가 점점 줄어들고 세련된 팝과 폭발력 있는 춤이 곁들여진 노래가 늘어가면서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다듬어져갔고 완성도 있는(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들어줄만한) 노래(들)로 잘 꾸며진 화양연화 花樣年華 앨범부터는 자신들만의 모습을 만들어냈고 그들만의 개성과 음악을 완성해냈다.

화양연화 花樣年華 앨범은 방탄에게 있어서 무척 중요한 앨범이라고 생각된다. pt.1과 pt.2로 나눠진 앨범에 수록된 곡들 대부분은 좋은 짜임새와 완성도였고 그 이후에 발표한 앨범들에서는 허술하게 느껴지는 노래들도 많았지만 화양연화 花樣年華 앨범만큼은 부족함이 없다는 말이 나올 수 있을만한 앨범이었다. 

그리고 이 앨범을 통해서 방탄이라는 아이돌이 제대로 된 방향을 찾았고 아이돌로서 완성됐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인지 가장 중요한 앨범이 될 것 같다.

그 이후의 성공과정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알고 있듯이 더 많은 팬들이 생겨났고 가장 거대한 시장인 미국까지 진출하게 됐다.

이후에 발표한 WINGS, YOU NEVER WALK ALONE, LOVE YOURSELF 承 `Her` 앨범 까지 모두 화양연화 花樣年華 앨범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수록된 노래들 또한 어느 앨범에 수록됐는지에 대한 차이만 있을 뿐 즐겁게 들을 수 있고 신나게 들을 수 있는 (누구나 좋아할 수 있을만한) 노래를 담아내려고 애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정감 있게 계속해서 이어가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게 나쁘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어떻게 해야만 그들만의 개성을 살리면서 노래로서의 완성도도 충분할지를 이제는 잘 파악해서 만들어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능숙해졌다고 말할 수 있겠다.

뒤늦은 평가이지만 많이 지적하듯 방탄이 다른 아이돌과 다른 점은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홍보가 컸겠지만 그건 전략이기 보다는 중소기획사가 갖고 있는 한계 속에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음악적인 점에서도 찾아본다면 (점점 흐릿해졌지만) 힙합에 많은 비중을 두었다는 점이 특색이고 앨범에 수록된 노래들 사이에 멤버들이 나누는 대화가 담겨져 있다는 점이 다른 아이들과는 다른 연출인 것 같다(연출된 대화인지 자연스러운 대화인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가사에 대해서 언급되기도 하는데 본인들의 심정을 가사에 부분적으로라도 담아내고 있으며 한국 젊은이들의 고민(3포 세대, 5포 세대, 금수저 흙수저 등)이 언급되고 있다는 점이 다른 아이돌 노래의 가사와는 다른 부분일 것 같다. 하지만 그보다는 방탄 자신들의 성장을 고백하듯 말하는 가사들이 오히려 더 흥미로웠고 진솔하게 느껴졌다. 그 부분은 그들의 팬들이라면 좀 더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처음에 비해서 힙합적인 요소가 줄고 세련된 팝음악이라는 부분이 커지고 시끌벅적하고 요란스러운 전자음악이 더해지면서 그들만의 음악이 완성됐는데 방탄의 개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노래라고 말할 수 있을 ‘쩔어 (DOPE)’나 ‘불타오르네 (Fire)’는 오직 방탄만의 노래라고 말할 수 있고 이런 노래들 때문에 지금과 같은 인기가 가능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른 노래들도 좋은 노래겠지만 저 두 곡의 노래가 없었으면 지금과 같은 독보적인 존재가 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I NEED U‘, ‘Save Me’, ‘봄날’처럼 부드러운 노래들도 팬들에게 인기가 많겠지만 방탄이라는 아이돌이 어떤 음악을 들려주고 어떤 공연을 보여주느냐고 묻는다면 ‘쩔어 (DOPE)’나 ‘불타오르네 (Fire)’를 보여주며 이게 방탄이라고 말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유튜브는 방탄을 그리고 방탄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한국 아이돌을 쉽고 순식간에 알릴 수 있는 마법주문이 됐고 방탄의 춤과 뮤직비디오는 가장 효과적으로 알린 우수사례와 같은 경우가 됐다.

그런 의미에서 방탄의 음악에서 춤-안무는 적극적으로 다뤄야하고 노래를 꾸며주거나 단순히 볼거리를 넘어서는 중요성을 갖게 되는 것 같다.

항상 그들에게 따라다니는 꼬리표인 칼군무라는 말은 실제로도 다른 아이돌의 안무가 율동처럼 느껴지게 될 정도로 감탄하게 만드는 수준이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다른 아이돌들에 비해서 좀 더 세계적인 인기가 가능하진 않았을까? 라는 생각까지 들게 될 정도였다.

삶에 SNS를 빼놓을 수 없는 세대들에게 가장 원하는 것들이 모두 채워져 있는 아이돌일 것 같다.

음악, 춤 그리고 팬들과의 긴밀한 소통이라는 3박자가 잘 맞아떨어지면서 방탄은 다른 아이돌들과는 분명 다른 차원의 인기와 주목이 가능하게 된 것 같다. 

춤은 아직 한창 때이니 계속해서 좋은 춤과 안무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고 소통의 경우도 이만하면 대단하고 계속해서 이럴 수 있다고 본다면 음악적인 부분에서 지금처럼 들어줄만한 그리고 많은 이들이 좋아할만한 음악을 꾸준히 발표한다면 아마도 그들의 인기는 한동안은 계속될 것 같다.

대단한 것 같다. 험난한 세계에서 이렇게까지 올라서는 모습에서.

방탄의 팬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들의 성공을 축하하고 계속해서 지금과 같은 성공이 가능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참고 : 그들의 가장 최근 앨범 LOVE YOURSELF 承 `Her` 에서 지금까지의 성공에 대해서 당황스럽고 기뻐하면서도 부담스러워하고 내리막길로 향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러면서도 결국 더 높은 곳으로 향하고 싶다는 욕심도 느껴졌다. 젊은이들답다는 생각이 들고 저런 모습 때문에 많은 팬들이 따르게 됐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