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같은 할리우드 유명 배우 ‘배리’와 영화 촬영 중인 영화감독 ‘마르게리타’.

누가 보아도 멋진 삶을 살고 있는 그녀지만,

마음처럼 쉽게 돌아가지 않는 촬영 현장과 점점 비밀이 많아지는 사춘기 딸

그리고 아직 정리되지 않은 전 남편, 애인과의 관계 때문에 혼란스럽기만 하다.

무엇보다 그녀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건

언제나 곁에 있을 것만 같았던 엄마와의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는 소식.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오빠와 달리

여전히 엄마에게 기대고 싶은 서툰 자신이 실망스러운데...

일생에 한 번은 마주할 어느 날

지금, 그녀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참고 : http://movie.naver.com/movie/mzine/read.nhn?office_id=140&article_id=0000028156

언제 일이 터질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소리지

엄마는 죽어가고 있어

사람들은 늙을수록 멍청한 줄 알아

하지만 늙으면 아는 게 더 많단다

조금만 더 있다 가렴

그게 최고의 치료야

당신은 주위 사람들에게 신경을 쓰지 않아

사람들도 당신을 피해

같이 있는 게 불편해서

현장에서도 늘 불만이고 화만 내고 다니잖아

내가 일하는 방식이 그래

아니, 사는 방식이 그런 거야

당신을 아끼는 사람마저 그렇게 살게 만들잖아

몇 주고, 몇 달이고 버틸 줄 알겠지만

조만간 지칠 거다

멘토 같은 분이라 별 얘길 다 했었죠

직장, 아이들, 정치

그걸 좋아하셨어요

말을 경청해 주시고 늘 질문을 하시고

내가 중요한 사람처럼 느끼게 해주셨죠

선생님에게 중요한 사람처럼

질투하실 얘기 같지만

우리에게 선생님은 엄마였어요

인생을 가르쳐 주셨죠

지식보다 많은 걸 배웠어요

그렇게 우리 안에 남으셨죠

엄마

무슨 생각해?

내일

한때 이탈리아 영화는 주목의 대상이었고 위대한 거장들의 작품들로 가득했다. 지금도 영화산업 부분에서는 여전히 큰 규모를 자랑한다고 하지만 과거의 영광을 생각한다면 몰락이라는 말이 크게 틀리진 않을 것이다.

영광으로 가득했던 과거도 잘 모르지만 지금 현재의 이탈리아 영화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라고는 그저 파올로 소렌티노와 난니 모레티의 몇몇 대표작들을 본 정도가 전부라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민망하고 굳이 알아보려고 노력하지도 않았었다.

난니 모레티의 ‘나의 어머니’도 그동안 보기는 해야겠다는 생각만 하다가 어쩌다보니 갑작스럽게 이제는 억지로라도 봐야겠다는 생각에 보게 됐다. 다른 난니 모레티의 영화에 비해서는 비교적 조용하고 잔잔한 영화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고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처럼 논쟁적으로 다뤄질 수 있는 내용 없이 죽음이 예정된 상황에서 본인과 가족들은 어떤 식으로 죽음과 상실을 견뎌내고 받아들이는지, 감정을 되도록 드러내지 않으면서 무너지지 않고 아픔을 견뎌내는지에 대한 성숙한 슬픔을 보여주려고 한다.

물론, 그런 성숙함이 꼭 필요한 것인지 그리고 그래야만 하는 것인지는 생각이 다를 수 있고 다른 의견을 말할 수 있겠지만 ‘나의...’에서 보여주는 슬픔을 참아내려고 하는 모습에서 누구나 겪어야만 하는 슬픔과 상실을 우리는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함께 고민해보고 그들의 사정을 지켜보게 만든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겪는 개인적인 슬픔이지만 그들의 슬픔을 우리 또한 겪었고 겪을 것이기 때문에 쉽게 공감가고 함께 그 슬픔을 위로하게 된다.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 항상 관심을 잃지 않(는다고 하)는 난니 모레티의 영화치고는 무척 잔잔하고 조용한 영화인 ‘나의...’지만 아주 이색적인 영화라고도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미 ‘아들의 방’과 같은 영화도 있었으니 다른 영역에 대한 관심 또한 많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오히려 이 영화와는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세상에 대해서 뭐라도 말하고 싶은 것이 있었는지 ‘나의...’의 첫 장면은 정리해고를 반대하는 시위 장면을 보여주면서 (영화 속에서 영화 촬영 장면을 보여주면서) 시작하고 ‘나의...’는 자주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서 지금 세상에 대한 생각을 그리고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대한 고민을 잠깐씩이지만 계속해서 살펴보고 있다.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이라는 칼바람은 어디나 마찬가지인 것 같고 그로 인해서 발생되는 여러 사회문제가 어느 나라나 큰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알 수 있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그런 내용과 동떨어진 내용인 ‘나의...’는 시작하고 있다.

그 시도가 아주 참신하거나 특별하다고는 말할 수 없어도 전체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조화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안정감 있는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예민하고 까다롭기만 한 (영화감독이고 여성이기도 한) 마르게리타가 어떤 사람인지를 쉽게 알 수 있게 보여주면서 영화가 다루려는 이야기와 어울리지는 않지만 지금 세상에 대해서도 뭔가 한마디 하면서 ‘나의...’는 시작하고 있다.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충격을 감내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려고 하는 오빠와 달리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마르게리타의 모습과 그녀의 주변을 보여주려는 ‘나의...’는 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여가는 과정으로 진행되지만 때때로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을 함께 담으면서 조금은 다른 분위기 또한 만들어내고 있다.

지나치게 슬픔에 빠져들지 않게 해준다고 할까? 하지만 그런 식으로 번갈아 다루면서 감정이라는 것이 쉽게 다잡아지기 어려운 것이고 언제라도 감정이 터질 수 있는 상황들로 가득하다는 것을 이해시켜주고 있다.

이별과 헤어짐

떨어져서 지내는 딸과의 관계

슬픔을 함께 견뎌야 하는 오빠와의 유대

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지만 얼마 남지 않기 때문에 더욱 괴로워지는 마음

문득문득 꿈과 환상을 통해서 숨기고 있던 내면을 직접적으로 알려주는 장면들

그리고 영화라는 것이 만들어지기까지의 험난한 과정

마르게리타가 겪는 이별과 슬픔, 정서적 정신적 혼란을 중심적으로 다루면서 그것들이 한 개인의 경험만이 아닌 우리 모두가 겪어봤고 겪게 되는 과정이라는 것을 계속해서 생각해보도록 만들고 있는, 슬픔을 받아들여야 하지만 누구나 그 슬픔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과정을 ‘나의...’는 죽음으로 인한 헤어짐을 성숙하고 우아하게 보여주고 있다. 때때로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섞으면서. 

난니 모레티는 어려운 감정에 대한 영화를 훌륭하게 풀어내고 있고 배우들의 연기 또한 자연스러우면서도 인상적인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저 멍하니 영화를 보면서 내가 겪은 겪을 헤어짐을 생각해보게 된다.

감정적 분출을 최대한 억제하면서도 그 슬픔을 여러 상징적 장면들을 통해서 은유적으로 전달하는 ‘나의...’가 만들어내는 슬픔은 무척 인상적이다. 감정적 절제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난니 모레티는 좋은 영화들을 만들었고 아직도 만들어내고 있다. 좀 더 자연스럽게 완성해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참고 : 1. ‘나의...’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대부분의 장면이 실내 장면이기 때문에 이탈리아 거리의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그것 말고는 거의 모든 것들이 다 좋았다.

      2. 간간히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서 영화와 현실에 대한 흥미로운 논의를 만들어낸다. 조금은 익숙한 논의일지도 모르지만 보는 사람들에 따라서는 꽤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3. 영화의 전체적인 진행과는 상관없지만 무척 인상적인 대사들이 있어 남겨둔다.

여긴 우리 직장이고 우리 목숨이에요

그걸로 우릴 협박해요? 창피한 줄 알아요!

가만있지 말고 말을 해봐요!

당신 돈을 받는 건 폐업을 인정하는 거예요

우린 직장을 원해요

매일 나와서 일할 직장

정리해고 철회할 때까지 농성을 이어갈 겁니다

당신은 일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