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나는 아내를 사랑하지 않았다
나는 아내를 사랑하지 않았다
많은 부부들이 서로 사랑하는 나머지 결혼을 하지만, 결혼 후 썩 행복하게 사는 부부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많은 부부들이 결혼 후 이렇게 푸념합니다.
“이럴 거면 나랑 왜 결혼했어?”
결혼 후 실망감이 크다는 표현일 것입니다. 무엇에 실망했을까요? 외모? 성격? 습관? 말투? 행동? 경제력? 부부가 결혼생활을 후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앞에서 열거한 것들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중 몇 개가 원인 제공을 할 수 있겠으나 더 근본적인 원인은 부부간의 신뢰감 결여입니다. 부부간에 신뢰만 있다면 이런저런 문제가 있어도 잘 이겨내지요.
부부들에게 어떤 사람을 가장 신뢰하느냐고 물으면 남편과 아내의 대답이 다릅니다. 남편들은 대부분 아내라고 대답하는데 아내들은 친한 친구라고 대답합니다. 무엇이 문제인 걸까요?
저는 2016년에 아버지 교육기관인 TWNAF의 마스터 멘토 트레이닝 과정을 공부하고 수료했습니다. 그 때 강의 중 강사가 수강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결혼해서 아내를 사랑하셨습니까?”
저는 주저 없이 손을 들었고 몇몇 수강자들도 그랬습니다. 그분이 제일 앞자리에 앉은 저를 향해 말씀하셨어요.
“그게 거짓이란 걸 3분 안에 증명해드리죠.”
다들 무슨 말인가 의아해하며 고개를 갸웃했는데, 그분은 이렇게 이야기하더군요.
“그건 아내를 사랑한 게 아니라 자신을 사랑한 것입니다. 아내가 내 기준과 기분에 맞을 때는 사랑을 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지적하고 비난하고 미워했다면, 그것은 아내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사랑한 것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아내상을 그려놓고, 아내가 거기에 합당할 때는 사랑을 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미워하지 않았나요. 그건 아내가 아니라 자신의 우상을 사랑한 것이죠.”
그렇구나…. 지난 30년의 결혼생활을 돌이켜보니 그 말이 사실이었습니다. 저는 아내를 사랑한 게 아니라 저 자신을 사랑한 것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다시 태어났어요. 이제부터 저는 아내가 어떤 모습이든 어떤 기분이든, 심지어 저를 비난할지라도 아내를 존중하고 사랑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사랑한다는 건 뭘까요. 상대의 마음을 알고 헤아리는 것입니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입니다. 상대를 존중하려면 상대방이 뭘 원하는지를 주의 깊게 봐야 합니다. 아내가 제게 원하는 게 뭘까요. 공감? 배려? 애정 어린 보살핌? 이런 추상적인 단어를 남자들은 모릅니다. 아내 분들, 부디 남자들에게 구체적인 단어로 표현해주세요.
저는 답답해하다가 아내가 말한 각 단어를 문장으로 바꿔보았습니다. 그러니까 알 것 같더라고요. 아내가 수없이 되뇌었던 말을 종합해보니 이렇습니다.
- 유능한 남편보다 어딘가 허술해 보이는 남편을 좋아한다.
- 바쁜 남편보다 다정다감한 남편을 좋아한다.
- 어느 날 아침 갑자기 브런치 먹으러 가자고 하는 걸 좋아한다.
- 여행에서 돌아오는 아내를 집 앞 지하철역으로 마중 나오는 걸 좋아한다.
정리해보니 일 잘하는 남편, CEO 남편이 아니라 다정다감하고 자상하며 편안히 기대고 싶은 남편을 원하는 것이었습니다. 아, 그렇게 쉬운 거였어? 이게 돈이 들어? 이걸 왜 못해? 그런데 그게 의외로 쉽지 않더라는 거죠.
쉽지 않지만 실천은 간단합니다. 이제 매일 아침 배우자에게 물어보세요.
“내가 어떻게 하면 오늘 당신 기분이 좋아질까?”
그럴 때 변화가 일어납니다. 당신도 아내를 사랑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바뀐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