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이런 드라마가 나올 때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별 기대를 하지도 않고 볼까말까 망설였던 작품이 히트하는.
무엇보다 두 주인공이 살짝 애매한 위치다.

하완승 역의 권상우는 인지도에 비해 아직까지 작품을 선택할 때 권상우때문에 보지 않는다.
유설옥 역의 최강희는 출연한 작품이 어느 정도 인기를 끌었고 본인의 독특한 영역도 있다.
그렇짐나 최강희가 출연한다고 그 작품을 볼 정도는 아니다.

여기에 추리라는 독특한 장르일뿐만 아니라
설옥은 그저 평범한 아줌마 역할이라 그다지 기대가 가지 않은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추리의 여왕>은 상당히 독특한 재미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다.
거창하지 않고 아주 소소한 사건을 해결한다.
아줌마답게 관찰력이 뛰어나다는 정도로 끝날 수 있는 작품이지만

사건이 진행될수록 오히려 점점 더 사건의 비중과 규모가 커진다.
무엇보다 거대한 음모론이 결부되며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기대하게 만들었다.
신기하게도 캐릭터도 아주 독특하게 구성했다.
로맨스를 제거해버린 점이 장르적인 충실도와 독특성을 배가했다.

남주인공은 여주인공에게 '아줌마'라고 외치고 여주인공은 남편이 있다.
둘은 그다지 로맨스한 분위기를 풍기지도 않고 완전히 파트너느낌만 물씬 풍긴다.
둘은 티격태격하며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끈끈한 유대감을 점점 갖는다.

내용이 좋기도 했지만 권상우와 최강희의 캐미가 아주 좋았다는 점이 인기의 한 몫이었다.
큰 중심을 놓고 가지치기를 잘 한 드라마로 보였다.
중간 이후에 중심이 되는 사건으로 집중되면서 캐릭터들이 다소 뜬금없어 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드라마 결말이 아주 이상했다.
한국에서 드라마는 무조건 확실한 기승전결이 되어야 한다.
시리즈물이 아닌 드라마가 대다수라 다음없이 해피엔딩으로 끝맺음한다.

이번 드라마 마지막은 열린 결말도 아니고 어느 하나 종결된 것 없이 끝맺는다.
전형적인 미드의 마지막처럼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를 더욱 미궁에 빠뜨린다.
범인은 잡히지도 않고 새로운 사건이 끼어들며 다음편을 기대하게 만든다.
한국은 거의 다음 시즌 드라마가 되어도 다른 배우가 출연하는 경우가 많아 어찌될지는 모르겠다.

분명하고도 확실히게 <추리의 여왕> 시즌 2를 보여줬다.
이 정도 감독과 작가가 했으면 시즌2가 나오지 않으면 오히려 욕먹을 듯하다.
작품이 뒤로 갈수록 더욱 재미있고 흥미진지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문데 해냈다.

그렇다고 완전히 재미있다 정도는 아니었어도 최소 중박은 한듯.
하나도 해결하지 않고 드라마가 끝나는 특이한 드라마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