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마을의 단란한 가족들. 따뜻한 오후를 보내던 중 겁에 질린 할머니가 달려온다. 멀쩡히 산책하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숨을 안 쉰다는 것. 할머니의 집으로 달려가 보니 할아버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이상한 일을 겪은 그즈음, 텔레비전 뉴스에서는 전염병에 대한 경고가 흘러나온다. 격리 구역이 지정되기 시작하고 사상자 수는 밝혀지지 않는다. 석연치 않은 뉴스에도 사람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일상을 이어나간다. 사람들이 뭔가 잘못되어감을 느끼기 시작하는 건, 어느 날 밤 들이닥친 군인들과 총성에서부터. 

구스타프의 가족도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조금 다른 게 있다면 구스타프의 왕성한 호기심. 제발 가만히 있어줬으면 싶은 구스타프의 만행으로, 가뜩이나 심각해지는 외부 상황은 극단으로 치닫게 된다. 그나마 구스타프가 손 대기 전에는 올바른 흐름으로 통제되어가고 있었다. 구스타프가 치기 어린 짓을 벌이지만 않았더라도 사태는 마무리의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역대급 고구마 보이에 숨이 턱턱 막히는 이 영화는 보여주는 게 별로 없다. 삶의 모든 기준이 가족과 안분지족 하는 데 있는 것 같은 마을 사람들. 최악의 상황에서도 인정을 베풀고 온건한 태도를 유지하는 이 사람들은 너무나도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휘게 사상이 퍼진 곳 아니랄까 봐, 어떠한 순간을 맞이해도 가족과 함께한다는 아름다운 사실에 위안을 삼는다. 이들은 화를 내는 게 고작이지 결코 남을 해치지 않는다. 그나마 그들의 성향과 닮은 사람들이라면 이해할 구석이라고 볼 수 있을까. 

그래도 너무 아쉽다. 클리셰들로 범벅되어 있을 뿐 아니라, 흥미진진한 구석도 없다. 조용한 마을에서 갓 사귄 여자친구를 위해 웬 폭죽을 터뜨리고 있는 건지 납득이 되지 않았는데, 후반에 가서 좀비에게 사용하기 위한 소재였다든가 하는 억지스러운 설정도 실망스럽다. 연기야 덮어두고서라도, 새로울 것 하나 없는 전개이니 볼거리라도 있다면 좋을 텐데. 이 영화의 가장 핵심적인 시각 요소일 좀비들도 다른 영화와 게임에서 보았던 것들을 조합한 것에 불과하다. 좀비 분장과 연기마저 훌륭함과는 거리가 멀다. 특징은 어떤가. 달려들고, 물어서 감염되고, 빛에 반응한다. 그마저도 체계적이지 못하다. 사후 변이까지의 시간도 천차만별.

결국, 찾을 수 있는 의미라고는 단 하나다. 때로는 정부가 일을 제대로 하기도 한다는 것. 덴마크 정부에서 만든 게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의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