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인 <특별시민>의 제작발표회를 참여한 적이 있다. 당시에 최민식, 곽도원, 심은경, 라미란과 감독이 박경림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영화를 알리는 자리였다. 그런 자리에 참석했는데 영화를 보지 않는 것도 어딘지 아닌 듯해 보게 되었다. 마침 영화를 보려했는데 이 영화보다 더 끌리는 영화가 없기도 했고. 제목은 특별시민이지만 정확하게는 서울특별시의 시장을 뽑는 선거이야기다. 한국에서 특별시라고 하면 실제로 서울만 떠올리기도 하고.

정치란 뗄래야 뗄 수 없다. 우리와는. 평소에 전혀 관심도 없고 신경도 쓰지 않아도 어느 순간 훅하고 들어온다. 게을리하면 피부로 느낄 정도로 무엇인가 잘 못 되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자꾸 망각을 하며 자신의 제대로 된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내 경우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선거를 포기한 적이 없다. 무조건 선거에 임해 투표했다. 영화 개봉 시기가 묘하게도 뜻하지 않게 대선과 겹치면서 좀 더 영화가 화제가 되었다.

내용은 다소 전형적인 구조다.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온갖 권모술수가 난무하고 당선되기 위해서는 어떤 짓도 서슴치않는다. 단 하나의 목표는 오로지 당선이다. 그 이외는 아무것도 필요없다. 변종구(최민식)는 현재 2선 서울시장으로 3선에 도전한다. 이를 위핸 심혁수(곽도원)가 본부장으로 총 책임을 지고 박경(심은경)이 마케팅을 위해 새롭게 영입된다. 이들은 상대진영인 양진주(라미란)과 당선을 위해 서로 단 1%의 지지율을 위해 사투한다.

일단 선거가 시작되면 무엇이 옳은지 여부는 아무런 의미없다. 유치한 말도 상관없다. 짜라시같은 행동을 해도 문제 없다. 오로지 선거에서 상대방에게 해가 될 수 있는 모든 것은 공개하고 의도적으로 퍼뜨리고 나에게 유리한 것은 잘 포장해서 선전한다. 어차피 선과 악은 없다. 무엇이 선인지 여부도 선거가 시작되면 구별할 수 없다. 피아식별이 구분되지 않는 순간도 등장하며 철저하게 누구도 아닌 나만 믿어야 하는 것이 선거판이다.

그나마 젊은 피인 변종구 진영의 박경(심은경)과 양진주 진영의 임미선(류혜영)은 나름 선진적인 마케팅을 하려 한다. 순진한 생각은 전혀 통하지 않는다. 내가 먹지 않으면 먹힌다. 먹히기 전에 먹으려 노력해야 한다. 언제든지 같은 편이라도 뒷통수 칠 준비가 되었다. 여기는 누구도 아닌 오로지 나만 살아남으면 되는 지옥 속 정글이다. 어제의 적은 없다. 오늘의 친구도 없다. 그때마다 이익을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포기하거나 가질 수 있다.

영화는 정확히 선거기간인 대략 한 달 정도를 다루고 있다. 그 기간동안 변종구가 3선 시장에 도전하는 내용이다. 감독의 의도는 아마도 정치인은 모두 나쁜 놈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듯하다. 영화에서 나오는 인물 중 착한 사람은 없다. 정의로운 사람도 없다. 자기 신념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도 없다. 다들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노력한다. 대의명분으로는 거창하지만 속내는 전부 나를 위해 행동할 뿐이다.

워낙 좋은 배우들이 많이 나오다보니 영화는 연기를 보는 맛이 있다. 각자 자신의 역할을 잘 소화해 보여준다. 아쉬운 점은 내용이다. 내용이 다소 밋밋하다. 뻔히 예측되는 것은 그렇다해도 좀 더 치밀하게 반전의 반전으로 내용이 이어지면 좋았을텐데 개연성 부분에서 다소. 영화는 매체 속성상 갑자기 그 모든 것들이 짧은 시간 내에 이뤄질 수 있어도 현실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고 영화 속에 가공된 현실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어차피 서울 시장이라는 분명하고도 확실한 지명이 있다면 보다 현실적으로 서울과 관련된 이야기로 집중해서 보여주면 더 좋았을텐데. 오로지 캐릭터들이 각자 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만 그려진다. 그 와중에 사실 같은 편을 배신하는 이유를 난 정확히 이해되지 않았다. 당선이라는 목표를 향해 함께 뛰는 인물인데 모든 집중으로 당선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중간에 자꾸 다른 짓을 한다. 또한 서울시장 정도의 선거라면 혼자 힘이 아닌 팀으로 움직일텐데 혼자 독단적으로 아무도 모르게 하는 것도 있고.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영남과 호남의 지역이 서로 싸운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이야기도 한다. 이런 반목은 차라리 향후에는 서울, 수도권과 지방으로 나눠 싸우게 되지 않을까. 점점 인구의 반은 서울,수도권에 살고 나머지 반은 그 외 지역에 살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지역싸움은 무의미하다. 오히려 서울쪽 사람들이 지방을 무시하며 반목된다면 지금보다 덜할까.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내 입장에서는 차라리 그 편이 낫지 않나라는 상상도 해 본다.

어차피 선거란 최선이 아닌 차선을 택하는 것이고 최악을 뽑지 않으면 된다. 한국에서 유독 흠결없는 사람을 뽑기 힘든데 어느 국가나 그럴 듯하다. 그러니 차선을 선택하는 것이 맞고 최악만 막으면 된다. 곧 대통령 선거다. 이 영화 <특별시민>에 나온 권모술수와 음모가 전부 사실은 아닐지라도 분명히 그럴 듯하다. 눈, 귀를 가리지말고 최소한 제대로 된 판단으로 결정했으면 한다. 정말로 말도 안 되는 후보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한국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한다. 그렇게 개선하고 발전하는 것이라 믿지만.

이번 선거 전에 이 영화를 보면 그래도 재미있지 않을까. 이렇게 신기하게 선거와 영화가 맞아떨어지기도 힘들 듯한데 말이다. 일부러 개봉시기를 맞추라고 해도 쉽지 않은데 말이다. 의도하지 않게 이렇게 되었으니 더더욱.

핑크팬더의 결정적 한 장면 : 변종구 아내가 변종구를 때리는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