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New Trial
“대한민국을 뒤흔든 택시기사 살인사건 발생!
유일한 목격자였던 10대 소년 현우는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에 누명을 쓰고 10년을 감옥에서 보내게 된다
한편, 돈도 빽도 없이 빚만 쌓인 벼랑 끝 변호사 준영은
거대 로펌 대표의 환심을 사기 위한 무료 변론 봉사 중
현우의 사건을 알게 되고 명예와 유명세를 얻기에 좋은 기회라는 본능적 직감을 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현우를 만난 준영은 다시 한번 정의감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현우는 준영의 도움으로 다시 한번 세상을 믿어볼 희망을 찾게 되는데..”
참고 : https://namu.wiki/w/%EC%9E%AC%EC%8B%AC(%EC%98%81%ED%99%94)
참고 : http://movie.naver.com/movie/magazine/news.nhn?section=main&office_id=140&article_id=0000032474
참고 : http://movie.naver.com/movie/mzine/read.nhn?office_id=140&article_id=0000032517
참고 : http://movie.naver.com/movie/mzine/read.nhn?office_id=140&article_id=0000032516
세상의 상식과 법의 상식은 다르다
차라리 지옥이 공평해 거기서는 죄를 지은 만큼 벌을 받으니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에 대해서는 생소하기만 했다. 그런 사건도 있었나? 라는 생각만 들었다. 요즘에는 챙겨보고 있지만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다뤘던 2015년에는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상세하게 다뤘다고 하는 이 사건의 의심스럽고 미심쩍은 부분들이 오히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내용이라는 평가가 궁금증을 키우기는 하지만 굳이 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보면 답답함만 더 커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피하고 싶었다. 그보다는 그냥 좀 더 영화적인 연출과 구성을 보여주고 있는 ‘재심’을 택하게 되었고 실제 사건을 다룬 내용보다는 강렬함이 적을지라도 충분히 인상적이었고 한동안 기억에 남을 영화인 것 같다.
이와 같은 사건들(권력에 의한 폭력과 강압으로 인한 사건 조작)이 한두 건은 아니겠지만 보는 내내 피해자의 답답하고 억울함이 잘 전달하고 있으며 진실을 밝혀내려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정의를 내세우고 그동안 생각하지 않던 정의를 생각하게 되는지를 (그 입장에 서게 되는지를) 설득력 있게 다뤄내고 있었다.
무척 충격적인 실제 살인사건
살인사건과 전혀 관련 없는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범인으로 조작하고
범인으로 만들어내고
폭력과 협박 그리고 죽임을 당할 것 같은 공포를 통해서 말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엄청난 고통과 괴로움을 그저 홀로 삭히도록 만든
살인사건과 누명을 쓴 범인 그리고 형기를 채우고 출소한 이후 재심을 신청하기 까지
이런 이야기야말로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는 말을 꺼낼 수밖에 없을 것 같고, 이 사건을 영화적으로 각색하고 다듬어서 만들어낸 ‘재심’은 많은 사람들이 쉽게 잊을 수 없는 사건을 영화로 만들었음에도 영화적인 재미를 충분히 잘 살려내고 있고 실제 사건이 갖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과 (가장 중요하게 다뤄냈어야 할) 10년 동안의 그리고 그 이후에도 계속되는 억울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도 다들 좋았기 때문에 더욱 몰입해서 볼 수 있었는데, 그래도 굳이 가장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배우를 말하라면 짧은 시간 등장하고 있지만 죽지 못해서 살아가는 괴로움과 억울함을 온몸으로 보여준 김해숙의 연기라고 말하게 될 것 같다.
‘재심’은 분명 최선을 다해서 최대한 잘 살려냈어야 할 괴로움과 억울함에 대해서 부족함 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칭찬받을만한 영화인 것 같다.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게 만드는 울분을, 토해내고 싶어도 쉽게 토해내지지 않는 괴로움과 억울함을 누구나 공감하고 이해하게 만드는 것은 쉬울 것 같으면서도 생각처럼 쉽지 않은 것인데, 다행히 잘 해내주었다.
‘재심’은 단순히 실제 사건을 그냥 그대로 영화로 (영화적으로) 만들려고 하기 보다는 조금은 다른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어떤 점이 다르냐면 그 사건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완전히 무관하다고 말할 수 있는) 속물덩어리 변호사가 사건을 검토하도록 만들어 (변호사를 통해서) 어쩌다 이런 식의 사건 처리가 있을 수 있는가? 라는 의문과 경악을 그리고 정의에 대한 진실한 요구를 보여줘 ‘재심’을 보는 사람들 또한 이 사건에 우연이든 필연이든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사건에 관련되도록 만들어 (이 사건-영화를 보는 것 자체가 이미 이 사건에 개입되는 것이고 그렇게 의도하고 있다) 함께 억울함을 느끼도록 만들고 어떻게든 진실이 밝혀지게 되기를 바라도록 해주고 있다.
얼핏 생각한다면 송강호가 주연을 했던 ‘변호인’과 유사한 부분이 있는데, 둘 다 괜찮은 영화였기 때문에 좋은 비교대상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재심’은 무척 효과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이 사건에 빠져들도록 구성하고 진행하고 있다.
다만 그런 식의 접근 때문에 사건을 명확하게 밝혀내지 않고 시작하고 있기 때문에 ‘재심’에서의 살인사건은 계속해서 하나씩 진실이 추가되면서 사건이 재구성되고 있고 숨겨졌던 목격자들이 나타나게 하는 등 진짜 범인을 찾아내기 위한 긴장감이 때때로 너무 내세워지고 있고 그 때문에 실제 사건의 피해자(들)의 고통과 괴로움보다 사건의 해결을 위한 변호사의 여러 노력들과 사건을 덮으려는 방해들이 부각되는 것 같아서 사람들에 따라서는 지나치게 영화적이라는 불평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피해자(들)의 고통이 충분하게 다뤄졌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피해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고, 피해자(들)의 고통보다 과연 범인은 누굴까? 라는 궁금증이 더 클지도 몰라서 아슬아슬한 균형을 만들어내고 있다.
돈벌이를 더 생각하는 이기적이기만 한 변호사가 어쩌다 추락하게 되었다가 다시금 올라설 수 있는 기회로 이 살인사건을 맡게 되었는지, 재심 신청을 위해서 사건을 다시금 살펴보던 중 어떤 놓쳐졌던 진실과 은폐가 있었는지를 알려주는 과정 속에서 한국 사회에서 항상 지적되는 문제점들 여러 가지가 ‘재심’에서는 불거지고 있다.
전관예우
신분상승
담합과 결탁
증거조작
강요된 자백
고문과 폭력
현실이라는 무너지지 않는 벽
힘없는 사람들의 고통
그리고 법과 정의에 대한 거대한 불신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하도록 높기만 한 그들만의 울타리
때마침이라는 말이 쉽게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재심’에서는 바로 지금 한국 사회에서 많이 논의되고 있는 법과 정의에 대한 불신과 의문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고 그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법과 정의가 훼손되었고 망가져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고 있다.
성공을 위해서
돈을 위해서
권력을 위해서
법과 사회적 정의는 순식간에 사라지게 되거나 스스로의 비겁한 정당화 속에서 밀려나고 있을 뿐이고, 당연해야 할 정직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삶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으로 지켜줘야 하는 권리들이 공권력에 의해서 그리고 자기만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서 아무렇지 않게 무시되는 과정을 지켜본다는 점에서 ‘재심’은 어떤 식으로도 불편한 기분만 들게 되는 영화일 것이다.
하지만 법과 사회적 정의라는 것이 거슬려질 뿐이고 쉽게 무시되는 세상에서 우리는 과연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인가? 언제라도 우리들의 삶은 위협받게 되는 것은 아닐까?
‘재심’에서의 피해자(들)은 분명하게 당신들도 이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뭐라도 제대로 된 권리를 누릴 수 있기 위해서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고 얼마만큼의 고통과 괴로움을 당해야 할 것인가? 그렇게 제대로 된 권리를 얻기 위해 허비된 많은 시간과 길고 긴 세월은 어떤 식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인가?
영화적인 재미를 찾는 사람들이라면 ‘재심’은 결코 재미를 느낄 수 있을만한 영화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재심’은 분명 좋은 영화라고 말할 수 있고 이 영화를 보는 사람이 그 사건에 충분히 빠져들 수 있도록 하고 있고 피해자(들)의 고통의 무게를 최선을 다해서 이해시키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연출이고 좋은 이야기 그리고 구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좋은 영화이면서 지금의 한국 사회에 의미 있는 물음을 내놓고 있다는 점까지 생각해 본다면 여러 가지 이유에서 ‘재심’은 훌륭하다. 다만 괴로움으로 가득한 사건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보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고 도대체 어쩌다가 이 사회가 이런 식으로 된 것인가? 라는 생각만 가득해지게 된다.
잘못된 점들은 바로잡아야 하지만 도대체 잘못된 것들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라고 말해야 할 것인지 난감하기만 하다.
그런 생각 별로 안하는 사람들조차 정의를 요구하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 것인가? ‘재심’에서 등장하는 사람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우리들에게 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