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즌> 치열하게 치닫는 '강(强)대 강'의 대결
▣ 돈이 권력을 부르고 그 권력은 또 돈을 끌어당기는 세상
그런 세상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었던 제왕 '익호'
죄를 지은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하고 그 벌이 '교도소에 수감되는 것'임은 일반적으로 생각하기 마련인 우리나라의 사법제도입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교도소라는 공간이 '처벌의 공간'이 아니라 보호막이 될 수도 있는가 봅니다. 이 작품 <프리즌>의 '정익호'(한석규)란 인물에게 교도소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었고 권력자들의 뒤가 구린 일이나 골칫거리들을 해결해 주면서 그들의 비호를 받고 있었던 그는 교도소 안에 막강한 세력과 자신만의 세상을 구축하고 있었고 심지어 교도소장까지 마음대로 주무를만큼 그야말로 교도소내의 '제왕'처럼 군림하고 있었던 것이죠.
물론 이런 인물이 실제로 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교도소 내에서 다른 '개털', 즉 평범한 수감자들과는 달리 특별한 대우를 받는 '범털'이 존재한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기 때문에 영화의 이야기 역시 꽤나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래서 <프리즌>은 돈이 권력이 되고 그 권력은 돈을 부르는 악순환의 고리와 그 가운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던 '범털' 이야기의 극단적인 경우라고도 생각될 수 있었고 일정 부분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영화였던 것이고요.
▣ '여자'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 거친 남자들의 이야기
이 이야기를 지탱하는 두개의 기둥이 되고 있었던 '익호'와 '유건'
영화의 도입부에 아주 잠깐 한 명의 여인이 스쳐지나가듯 나온 것을 제외하면 본 작품에서 '여자'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교도소가 주된 공간이 되기 때문에 이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는데 그렇기 때문에 <프리즌>은 그야말로 수컷들의 진한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을 작품입니다. 그리고 온전히 '서열'이 정해져 있었고 그 서열에 따라 누군가는 왕이 되고, 또 누군가는 그 왕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권력의 피라미드가 존재하던 세상은 바깥 세상의 모습과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권력의 피라미드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 역시 세상의 법칙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는데, 이렇듯 약육강식의 법칙이 존재하고 있는 정글같은 세상의 정점에 서 있었던 '익호'는 특유의 깡다구로 밑바닥에서 처절하게 버티고 있던 '송유건'(김래원)을 눈여겨 보게 되었고, 그렇게 익호의 사람이 된 유건은 그가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지배하고 있고 다른 이들과는 다른 교도소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인지를 눈으로 확인합니다. 그리고 익호가 벌이는 범죄에 힘을 보태면서 조금씩 그와 가까워지는 유건의 서열은 상승해가고, 익호 역시 유건을 조금씩 신뢰하기 시작하면서 익호와 유건의 두 캐릭터는 본 작품을 지탱하는 두개의 축이 됩니다.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던 그들의 '동상이몽'도 흥미로웠고요.
▣ 김래원, 한석규 두 배우의 좋은 연기를 통해 그려지는 '강대 강의 대결'
그들의 좋은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던 작품 <프리즌>
특히 <프리즌>이 돋보이는 부분은 바로 이 익호와 유건을 연기한 배우 한석규와 김래원이었습니다. 겉보기엔 조용하게 보일 수도 있는 인물이었지만 단 한번도 누군가에게 숙여 본 적이 없었던 인물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또 누군가가 자신의 자리를 위협함을 느낄 때는 완전히 야수와 같은 모습으로 돌변했으며 자신의 세상을 지키기 위한 일이라면 사람의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여길 정도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불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은 '제거'하면 그만이었던 잔인한 인물을 탁월하게 연기해낸 한석규 배우 덕분에 '익호' 캐릭터는 입체적인 생명력까지 얻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익호였기에 그가 만든 '범죄 공장'의 부속품이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그의 곁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 가려고 했던 '유건' 역시 익호에게 뒤처지지 않는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데 동시에 두 사람에게서는 닮은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무대포스러움이나 부러질지언정 결코 굽히려고는 하지 않았던 모습에서 그들은 교집합을 이루고 있었던 것이죠. 게다가 이렇게 '강한 남자들'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충돌에서 비롯하는 '강대 강의 대결'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두 사람이 함께 잡히는 장면들이 만들어내는 힘이 상당히 크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다만 2시간 10여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은 다소 과하게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후반부로 흐르면서 이야기의 힘이 조금은 빠지는 느낌도 드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배우들의 좋은 연기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느낌으로 볼 수 있었던 작품 <프리즌>이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