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후반, 바다는 사람들에게 모험의 공간이자 공포의 대상이었다. 항구를 떠난 많은 배들이 실종되는 사태가 벌어지자, 선원들은 배를 가라앉게 하는 긴 뿔이 달린 거대한 일각고래에 관해 수군대며 항구로 돌아온다. 동물학자 아라낙스 교수와 조교 콘세일, 그리고 전문 고래잡이 네드는 그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미국 원정단에 합류하는데... 플레이셔의 디즈니 시기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질 베르너의 원작 소설을 가장 완벽하게 영화화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미래를 위한 희망은 있습니다

세상이 새롭고 좀 더 나은 인생을 맞을 준비가 되면

이 모든 게 그들의 손에 떨어지게 될 것이니까요

신만이 아시겠죠

어린 시절 쥘 베른의 소설들을 읽었을 때의 감동과 감탄은 여전히 잊을 수 없게 되는 것 같다. 어떤 줄거리를 갖고 있고 어떤 내용인지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진 못하지만 그래도 읽을 때 느끼던 그 두근거림과 흥미진진함에 대해서는, 책을 읽게 될 때 느낄 수 있는 그 기분 좋은 감정에 대해서는 아마도 언제까지나 잊지 못하게 될 것 같다.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은 ‘15소년 표류기’이지만 일반적으로 쥘 베른의 소설들 중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소설은 아무래도 ‘해저 2만리’일 것 같은데, 상상력을 자극하면서도 그 당시에 담아낼 수 있는 과학적 지식을 최대한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그 밑바탕 속에서 앞으로의 미래를 어느 정도 예견하고 있기도 해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가장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리처드 플레이셔가 연출하고 있고 커크 더글러스와 제임스 메이슨과 같이 걸출한 배우들이 출연한 ‘해저 2만리’는 쥘 베른의 원작을 가장 훌륭하게 영화로 만든 작품으로 꼽히는데, 영화가 발표된 당시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특수효과나 여러 연출들이 (아마도) 관객들에게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고 만족시켜주기에 가장 이상적인 시기였는지 (그리고 완성이었는지) 이 영화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고 쥘 베른의 작품 중 가장 훌륭하게 영화로 옮겨냈다고 평가되기도 하는 것 같다.

19세기 후반인 186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해저...’는 그 당시에는 해낼 수 없었(으리라 생각하)던 과학기술로 만들어낸 잠수함을 통해서 깊은 바다 속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있고 경이와 감탄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원작을 크게 다듬어내지 않고 최대한 영화로 옮겨내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원작에 대해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원작과 영화의 차이에 대해서는 별달리 말할 것은 없을 것 같고(그리고 솔직히 원작을 기억하지도 못하고 있다. 가물가물할 뿐이다), 비밀로 가득한 네모 선장과 그를 곁에서 지켜보며 동조하기도 하고 갈등하기도 하는 교수, 네모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고래잡이 네드의 갈등과 모험으로 이야기를 꾸미고 있다.

인간에 대한 불신과 원한을 갖고 있는 네모 선장

인간에 대한 거창한 입장 없이 자유분방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려고 하는 선원 네드

그들은 직접적으로 갈등하기 보다는 전혀 다른 성격과 입장이 어떤 식으로 여러 상황 속에서 충돌하게 되고 생각하지 못한 상황을 만들게 되는지를 ‘해저...’는 다뤄내고 있으며 그 과정 속에서 다양한 갈등과 모험을 통해서 재미를 만들어내고 있다.

역시나 가장 인상적인 것은 거대한 오징어와 목숨을 건 상황일 것 같은데, 그런 상황에서 네모 선장의 생명을 구하게 된 네드와 네드에게 의해서 살아남게 된 네모 선장의 내면적 갈등과 혼란이 간략하게 다뤄지고 있기는 하지만 이 작품에서 무척 중요한 순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고, 네모 선장이 자신의 삶을 마감하면서 그의 시대를 앞선 과학기술을 잃는 것에 대한 걱정과 중요성을 말하는 교수에게 비관과 약간의 희망을 (반복해서) 말하는 장면에서는 묵직한 여운을 느끼게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깊은 바다의 아름다움과 경이로 가득한 시선 그리고 어떤 두려움이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에 남을 것 같고, 마지막 대폭발과 절망과 희망 그리고 깊은 피곤함이 감도는 네모 선장의 모습이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기게 될 것 같다.

여러모로 이게 과연 1954년에 발표된 작품일까? 라는 의문이 들게 될 정도로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오락영화의 재미를 지켜내면서도 은근슬쩍 여러 진지한 주제들을 끼워 넣는 것에 성공하고 있다. 리차드 플레이셔 감독은 어쩌면 너무 부족한 평가를 받고만 있는 것은 아닐까?

참고 : 쥘 베른에 대한 존경의 표시인지 그게 아니면 원작을 최대한 영화로 옮겨내려고 노력했다는 뜻인지 영화는 시작과 끝에 ‘해저...’의 소설책을 펼치고 덮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