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 http://hiphople.com/weekle/4928393

힙합을 그다지 자주 찾지 않는 사람으로서는

게다가 한국 힙합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것이 없는 사람으로서는

이센스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음악적인 부분보다는 음악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 좀 더 많이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음악 외적인 부분도 대마초 관련이 전부겠지만.

그래서인지 이센스가 한국 힙합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와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알고 있는 것이 없다. 

계속되는 대마초 관련 문제로 인해서 결국 수감 생활을 하게 된 상황에서 발표 된 이센스의 The Anecdote 는 그의 음악 외적인 모습들과는 상관없이 무척 인상적인 결과물이었고 힙합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도 마음에 들게 되는,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서 몇몇 다른 의견들이 있기는 하(겠)지만 대부분 찬사로 가득한 평가를 받는 결과물인 것 같다.

이런 결과물이라면 단순히 한국 힙합이라는 틀에서만이 아닌 올해 발표한 국내외의 힙합 음반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만한 결과물인 것 같다.

물론, 힙합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것이 없는 나와 같은 사람이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이 좀 알맞지는 않겠지만.

본인 스스로도 그렇게 말했고

앨범을 홍보하는 사람들에 의해서도

그리고 앨범을 듣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이센스가 그동안 한국 힙합이라는 영역에서 어떻게 자라났고 커왔는지를 되돌려 생각하는  (힙합을 둘러싼) 과거에 대한 소감-회고와 함께 본인의 개인적인 과거 또한 함께 다뤄내고 있는 The Anecdote 는 오비 클레인 Obi Klein 이 만들어낸 앨범의 일관성을 많이 고민한 투박하면서도 매력적인 비트와 함께 불필요한 덧붙임 없이 앙상하지만 단단한 비트에 자신의 이야기를 (그야말로 자신에 대한 썰을) 풀어내고 있는 이센스의 랩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최신식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조금은 구식인 것 같다는 생각이 더 떠올려지기는 하지만 유행에 뒤떨어진 느낌 보다는 자신들이 어떤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지를, 어떤 식으로 완성시켜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알고 있으면서 음악을 그리고 앨범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동안 힙합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가사 때문이기도 했는데, 워낙 말이 빨라 잘 들리지 않아 그저 그렇다는 생각만 많았는데, 이센스의 경우는 무척 뚜렷하게 들려지고 있고 랩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매력적이고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만족감으로 가득하게 앨범을 듣게 되는 것 같다.

앨범의 전체 길이가 그리 길지는 않지만 짧다는 생각 보다는 딱 알맞다는 생각이 더 들게 되고, 힙합을 하게 되면서 느꼈던 감정들과 생각들, 어린 시절에 관한 이야기와 가족과 아버지에 관한 쓰라린 기억이 뒤섞여 있으면서 내면의 고백을 무척 설득력 있게 들려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 가장 칭찬하고 싶은 것은 앞서 말했지만 그런 이야기들이 잘 들린다는 점이다.

라임이

펀치라인

플로우

어쩌고저쩌고

그런 것들에 대해서 아는 것은 없지만 자신의 생각을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흘려짐 없이 전달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걸 듣고 이해해보거나 설득되도록 만드는 탁월한 전달력에 대해서는 거듭 칭찬을 아끼지 않게 되는 것 같다.

다만, 그러다보니 자신의 이야기에 너무 집중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이센스의 이번 앨범은 어쩐지 우두커니 그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게 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함께 들게 되는 것 같다. 

모두 같이 흥겹게 따라 부르고 호응하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이센스의 이야기를 듣게 될 뿐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그게 단점이라면 단점은 아닐까?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를 지켜보는 사람들만이 있을 뿐 함께 노래하게 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어쨌든 어떤 식으로 평가를 하든 The Anecdote 보기 드문 뛰어난 결과물이라는 점은 부정하기 힘들 것 같다.

오랜만에 들어줄만한 한국 힙합을 알게 된 것 같다.

이전에도 많기는 했겠지만 이것처럼 반복해서 듣게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