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바나

커트 코베인

한 시대를 알려주는 대상을 넘어서 이제는 신화와 전설로 다뤄지는, 그에게 위대한이라는 말은 조금은 어울리지 않겠지만 어쨌든 수없이 반복해서 얘기되고 있고 거듭해서 말을 꺼내게 되는.

커트 코베인은 그런 존재가 되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그에 관한 그리고 그의 음악에 관한 논의들이 이어지게 되는 것 같고, 이런 기록물들이 꾸준하게 만들어지게 되는 것 같다.

한때는 그를 추종했고 열광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나쁠 것 없다고 말하겠지만, 어쩐지 커트 코베인이 이 사실을 알고 있다면 쑥스럽게만 생각할 것 같고, 그다지 기분 좋게 반응할 것 같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어쩌겠나, 그게 싫었으면 그런 선택을 하지 말았어야지.

그의 삶에 관한 기록들을 한두편은 봤기 때문에, 솔직히 말해서는 (아마도) 거의 모든 작품들을 봤었기 때문에 이제는 그에 관한 더 새로운 것들을 알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그의 삶은 아리송하게만 느껴질 뿐이고 많은 덧붙임들이 이어지고 있을 뿐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커트 코베인의 삶에 대해서 생각하기 이전에 과연 누군가의 삶에 대해서 얼마나 알 수 있을지를, 그리고 그 삶을 과연 진정으로 알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다.

삶은 생각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다채롭고 복잡하기만 할 뿐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정리했다고 생각했을 때 더 새로운 무언가를 확인하게 된다.

아마도 지금까지의 커트 코베인에 대한 기록들 중 가장 다양한 자료를 토대로 작품을 꾸미고 있으며(특히 그동안 접하기 힘들었던 어린 시절과 관련된 자료들과 본격적으로 밴드 활동 직전의 모습들과, 밴드의 이름을 알리기 전과 관련된 이야기들, 코트니 러브와의 관계와 결혼생활 등), 알려지지 않고 있던 여러 정보들을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무척 생소한 기분으로 접하게 되는 ‘커트 코베인...’은 그의 음악을 즐겨 듣던 팬들에게 있어서는 무척 뒤늦게 추억을 꺼내게 되는 것 같은, 슬픈 기분으로 애정으로 가득한 어떤 순간을 떠올리게 만들고 있다.

커트 코베인에 관해서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미 충분히 알고 있는 불우하기만 한 어린 시절에 대해서 좀 더 소상하게 알 수 있게 해주고 있고, 그의 솔직한 고백들과 여러 (어린 시절에 관한) 추억들을 알게 만들어주고 있어서 꽤 흥미로운 내용이라고 말할 수 있었으며, 그런 과거의 삶에 대한 기록들과 함께 본격적으로 음악 활동을 하기 직전과 이후에 관한 내용들이 전체 내용 중에서 비교적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커트 코베인이 어떤 방식으로 음악을 하게 되었고 자신의 음악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는지를, 신화와 전설이 어떤 식으로 시작되었는지를 알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꽤 만족스럽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거대한 성공 이후 시대의 대변인이 되어가는 (그는 원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서 어떤 식으로 커트 코베인이 유명세를 힘겨워했는지, 어떤 고민들과 괴로움들을 토해냈는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성공 이후의 모습들은 그저 슬프게만 보일 뿐이었을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이라면 나약함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열광

찬사

동질감

그리고 공허와 허무

비극적 결말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한때의 행복한 모습들이, 조금은 좋아지기를 다짐하고 달라지기를 희망하는 모습들이 가슴 아픔으로 다가올 뿐이지만 그 슬픔을 바라보면서 어떤 식으로 그런 선택이 이어졌는지를 생각해보며 짧게만 느껴지는 커트 코베인의 삶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짧지만 강렬한 삶을 어떤 식으로 이해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항상 그렇듯...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면서 그 음악만큼 인상적인 삶이었고 그 음악이 이미 그의 삶을 말해주고 있다고 얼버무리게 될 것 같다.

여전히 그의 음악을 좋아하면서도 싫어하고 어떤 식으로 판단할 수 있을지 머뭇거리게 되는 것 같다.

그가 결국에는 평안을 찾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