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율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1981년 뉴욕, 젊은 사업가 아벨과 아내이자 사업파트너 안나는 오일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큰 부지를 사들인다. 하지만 오일 운반 트럭 강도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며 손해가 극심해지고, 그들을 2년간 추적하던 검사는 16개의 범법행위를 근거로 기소한다. 급기야 부지 잔금 150만 달러 대출을 약속한 은행마저 이를 취소하는데… 남은 시간은 단 3일, 궁지에 몰린 아벨에게 마피아의 딸인 안나가 은밀한 제안을 해온다. 과연 아벨은 자신의 신조대로 정당하게 사업을 이어갈 수 있을까?”

J.C. 챈더는 ‘마진 콜’과 ‘올 이즈 로스트’와 같은 우수한 작품들을 만들어내고 있음에도 다른 감독들에 비해서 부각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모스트 바이어런트’ 또한 꽤 흡족한 완성도와 인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는 것을 본다면 (특별한 화제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을 본다면) 어째서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일까? 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에는 약간은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일까?

그게 아니면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내용을 다뤄내지 않고 있기 때문에?

혹은 좀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작품에서는 어떤 특별함이 부족하기 때문인가?

어떤 것이 제대로 된 대답이 되었든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감독이면서도 다른 이들에 비해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을 것 같다.

마치 ‘마진 콜’을 1981년 뉴욕을 배경으로 (‘대부’를 비롯한 온갖) 갱스터 영화를 버무려서  새롭게 만든 느낌의 ‘모스트...’는 추운 겨울의 뉴욕을 배경으로 야심과 야망으로 가득하고 성공에 대한 신념으로 가득한 (자신의 일에 대한 긍지를 갖고 있는) 주인공이 어떻게 몰락을 이겨내려고 하는지를, 암울하고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필사적으로 위기를 벗어나려고 하는지를, 성공의 과정 속에서 좀 더 거물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어떤 식으로 자신이 지켜내려고 했던 것들을 하나씩 어겨가기 시작하는지를, 이미 그렇게 되어버렸지만 그렇게 되지 않으려는 노력들이 무너져내려가는 과정을, 더러운 방식에 대해서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피하던 사람이 결국에는 스스로 행하게 되어가는 모습을, J.C. 챈더가 생각하는 현실의 비정함과 (과거와는 달라진) 극심해지고 치열해진 상황 속에서 살아남는 것을, 어떤 식으로 버텨내고 살아가는 것인지를 무거운 시선 속에서 지켜보고 있다.

J.C. 챈더는 무척 인상적인 방식으로 (주인공을 비롯한) 여러 등장인물들을 만들어내고 있고, 그들을 통해서 냉혹함으로 가득한 세계를 잘 살펴보고 있는데, 묵직하고 견고하게 완성된 결과물은 성장담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고, 일종의 갱스터 장르라고 말할 수도 있는 혹은 온갖 경영학원론이나 성공에 관한 사례들보다 좀 더 현실적이고 교훈적인 이야기를, 영화가 아닌 사실 속에서 다뤄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봤자 영화겠지만.

결국 ‘모스트...’는 주인공 아벨 모랄레스가 어떤 식의 위기를 겪게 되고 그걸 이겨내게 되는지에 관한 작품이고, 그 과정 속에서 경험하게 되는 여러 상황들과 사건들 그리고 인간관계의 비정함을 통해서 시대에 관한 풍경을 그리고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담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너무 아는 척하지도 않고, 너무 모르는 척하지도 않는 적절한 균형감각 속에서 그걸 해내고 있다.

주인공 아벨 모랄레스는 ‘모스트...’의 모든 것의 중심이며 무척 공들여서 만들어낸 등장인물인데, 지금껏 접해왔던 여러 등장인물들에 비해서 유달리 눈에 들어오거나 무척 개성으로 가득한 인물까지는 아닐지라도 인상적인 모습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게 만들고 있다.

오스카 아이삭은 여러 영화들을 참고하면서(개인적으로는 대부 시리즈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벨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무척 인상적이고 개성 있다고 말할 수 없겠지만 충분히 뛰어나고 부족함 없다는 말을 해주게 된다.

뛰어났다.

본인의 (필사적인) 노력을 통해서 지금의 위치에 올라선

그리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서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자기 관리에 뛰어나고 자신의 감정을 잘 통제하는 인물이며

신사적이고 어떤 순간에도 되도록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그 시대에 어떤 식으로 본인만의 노력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는지는 약간의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아무튼 그의 성공에 대해서 의심을 하거나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인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아벨의 모습은 그 위치에 올라설만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쉽게 설득되게 만들고 있고 그가 더 거대한 야망을 갖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를 시켜주고 있다.

그의 곁에 있는 사람들도 어째서 그렇게 그 스스로 만든 원칙을 고집하는 것인지 

그리고 더 거대한 야심으로 가득한 것인지 의문을 보여줄 때가 있기도 하지만 

아벨은 그 시대와는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신사적인 모습과 철저한 자기 관리를 보여주며 성공의 과정을 밟았었고 생각지도 않은 위기에 빠져들게 된다.

그의 모습은 한편으로는 시대와 어울리지 않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그 시대를 이겨내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하게 만든다.

무리한 사업 확장과 여러 복잡한 상황들이 한꺼번에 벌어지면서 아벨의 빼어난 통제능력이 발휘될 수 없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는 ‘모스트...’는 계속되는 범죄에 관한 온갖 뉴스들과 공권력이 아무런 통제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던 1980년대의 뉴욕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 당시의 시대를 보여줌과 동시에 마찬가지로 공권력이 전혀 통제를 못하고 있는 지금 현재의 모습도 잠시 엿보게 되는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고(게다가 아벨의 사업은 기름-석유와 관련되어 있으며, 그의 이름부터 아벨이라는 카인과 아벨에 관한 내용을 잠시 떠올리게 만드는 효과를 불어넣고 있기 때문에 여러 중의적인 느낌 속에서 바라보게 만들고 있다. 그게 실제로 의도한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국에는 돈과 관련된 최악의 상황 덕분에 벌어지는 내용들 때문인지 단순히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은 쉽게 들지 않게 되는 것 같다.

그의 아내 안나와 변호사 앤드류 그리고 몇몇 직원들을 통해서 주변 인물들을 만들어내고 있고, 경쟁사 사람들과 흑인 검사를 통해서 외부를 만들어내고 있는 ‘모스트...’는 아벨에게 닥쳐진 내부적인 그리고 외부적인 위협과 더불어 공적이고 불법적인 위협이 겹쳐지면서 벼랑 끝에 몰려진 사람이 어떤 식의 행동을 하게 되는지(물론, 아벨은 최악의 행동을 보여주진 않고 있다. 그는 그 나름대로의 품위와 원칙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 점이 무척 인상적인 것 같다. 근데, 실제로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과연 그런 모습을 보일까? 한국의 경우는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는 위협과 함께 조금씩 조여들어오는 압박과 불길함, 그리고 여러 위협과 위기 속에서 어떤 식으로 험난한 세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생각하고 변해버린 세상을 어떤 식으로 이해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모습, 대물림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과 결국에는 이어받게 되는 과정을, 살아남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게 되고 버텨내는 것에 대해서, 그런 여러 가지를 어렵지 않게 하나의 이야기 속에 엮어내고 있고 멋지게 완성시켜내고 있다.

은근히 여러 이야기들을 뿌려놓고 있고, 복잡함을 어렵지 않게 다뤄내고 있기 때문에 쉽게 느껴질 수 있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느슨한 진행 속에서 많은 것들이 다뤄지고 있기 때문에 여러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으며, 그 과정 속에서 삶을 그리고 세상의 비정함과 현실을 잠시 지켜볼 수 있게 해주고 있어서 (알려주고 있어서) 무척 단단하게 완성된 작품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여러 이야기들 속에서 은근슬쩍 다뤄지고 있는 내용들과 잠시 언급되는 내용들이 무척 의미심장한 느낌을 갖게 만들기도 하는데, 그런 내용들을 많이 다뤄내지 못하고 있어서 약간의 아쉬움을 찾을 수 있었으나 생각해보면 그런 것까지 전부 다 다뤄냈다면 너무 길어졌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 아무래도 이런 완성이 가장 알맞을 것 같다.

아마도 그랬다면 거추장스러웠을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도 J.C. 챈더는 더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가장 좋은 결과물이 어떤 것인지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는 이번에도 성공한 것 같다.

하지만 사람들에 따라서 특별한 갈등의 부각과 폭발적인 상황이 없기 때문에 아쉬움을 말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이전 작품들에서도 그는 되도록 영화적인 순간들을 만들어내기 보다는 적절한 흐름 속에서 시작과 끝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강렬한 순간들을 의식적으로 만들어내기 보다는 전체적인 완성도와 짜임새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덜 영화적일지는 모르겠지만 좀 더 현실적인 느낌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어떤 것이 더 괜찮은 방식인지는 모르겠지만 J.C. 챈더의 결과물을 생각한다면 이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멋진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