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을 앞둔 ‘산드라’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회사 동료들이 그녀와 일하는 대신 보너스를 받기로 했다는 것. 하지만 투표가 공정하지 않았다는 제보 덕분에 월요일 아침 재투표가 결정된다. 일자리를 되찾고 싶은 산드라는 주말 동안 16명의 동료를 찾아가 설득하려 하지만 보너스를 포기하고 자신을 선택해 달라는 말은 어렵기만 하다. 각자의 사정이 있는 동료들.

마음을 바꿔 그녀를 지지해주는 동료도 나타나지만 그렇지 않은 쪽의 반발도 거세지는데…”

참고 : http://movie.naver.com/movie/mzine/read.nhn?office_id=140&article_id=0000026587

버텨, 울면 안 돼

우리 잘 싸웠지?

나 행복해

다르덴 형제의 작품은 기껏해야 ‘더 차일드’와 ‘자전거 탄 소년’ 정도만을 보았기 때문에 그들의 작품에 대해서 그리고 그들의 성향이나 입장에 대해서 딱히 알고 있다고 말할 것은 없을 것 같다.

무척 정치적인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는, 

그게 아니면 그들만의 특징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볼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말을 꺼내게 되기보다는 그들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이 시대를 말할 수 있는 혹은 좀 더 보편적으로 생각할만한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고 있다는 말로 대충 얼버무리게 될 것 같다.

그럴 정도로... 그들에 대해서는 무척 빈약한 이해만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나마 ‘더 차일드’와 ‘자전거 탄 소년’을 통해서 그들만의 접근방식을 (조금이나마) 알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장식 없이 무척 단단하고 건조하게 다뤄내고 있는 ‘내일을 위한 시간’을 부담스럽지 않게 즐길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켄 로치가 만들어냈다면 과연 어떤 식으로 풀어냈을까? 라는 궁금증을 느끼게 될 정도로 다르덴 형제의 작품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느끼게 만들면서도 어쩐지 조금은 (그들과는) 다른 끝맺음을 생각하게 되기도 하는, 아마도 켄 로치였다면 좀 더 긍정적인 방식의 마무리를 보여주었겠지만 다르덴 형제의 결말이 오히려 좀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내일을...’은 바로 지금의 시대가 안고 있는 문제를 과감하게 다뤄내고 있으면서도 다르덴 형제만의 접근 방식을 혹은 그들만의 (지나칠 정도로 덧붙임이 없기 때문에 앙상하게 느껴지게 될 정도의) 단순함과 간결함을 잃지 않으면서 쉽지 않은 이야기를 서툴지 않게 풀어내고 있다.

우울증으로 인해 잠시 휴직을 했던 산드라가 겪게 되는 그녀의 삶에서 가장 끔찍한, 그리고 가장 절박한 주말을 다루고 있는 ‘내일을...’은 한편으로는 다르덴 형제의 말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탁월한 연출에 감탄하게 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마리옹 꼬띠아르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작품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도 들게 되는 작품이었다.

그만큼 그녀의 중요성이 컸던 작품이고, 전적으로 그녀의 연기에 모든 것을 의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될 정도로 중심을 잡고 있다.

생각 이상으로 마리옹 꼬띠아르 연기에 의존하고 있는 부분이 컸는데, 한편으로는 다르덴 형제가 어째서 저런 선택을 했을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되지만 아마도 배우에 대한 깊은 신뢰와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랬을 것 같기도 했다.

철저할 정도로 통제하기 보다는 자신의 연기를 자연스럽게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의도했던 것은 아닐까? 그만큼 마리옹 꼬띠아르의 연기는 모든 것을 압도하고 장악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마도 배우가 충분히 자신들이 바라고 있는 수준까지 보여줄 수 있으리라는 믿음과 그런 절대적인 믿음에 부합되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음으로 인해서 완성될 수 있었던 작품인 것 같다. 

서로가 서로를 믿으면서 자신들이 해낼 수 있는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가 상대방에게 기대했던 것들을 남김없이-부족함 없이 채워주고 있었던 것 같다.

일종의 (더하고 덜할 것도 없이) 복직을 위한 투쟁이라고 말할 수 있는 (몸부림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수 있는) ‘내일을...’은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함께 근심하고 괴로워하며 내가 저런 입장이었다면? 이라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질 것 같고, 아마도 그 질문에 쉽사리 대답하기 어려운 곤혹스러움 속에서 지켜보게 될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내일을...’을 통해서 많은 생각들을 해보게 될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생각하기 싫어서 외면하고 싶어질지도 모르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가장 날카로운 질문들을 찔러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단지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혹은 불평등과 불공정함으로 가득한 세상에 대한 비난과 비판으로 채워진 작품이라고 말하기도 머뭇거려지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

재투표를 위해서 주말에 직장 동료들을 찾아나서 그들을 설득하고 자신에 대한 하소연으로 가득한 이야기인 ‘내일을...’은 철저할 정도로 단순하고 간결한 방식으로 연출함으로써 배우들의 연기를 최대한도로 끌어내고 있으면서도 작품을 담아내는 방식 자체는 다르덴 형제 특유의 접근법을 잃지 않으면서도, 어떤 덧붙임 없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주인공 산드라의 절박함과 절망감, 좌절과 안타까움, 두려움과 분노, 하지만 결국 자신감을 잃고 꼬꾸라지다가 다시금 일어서게 되는 과정까지를 능수능란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저런 불만스러움을 찾고 싶다가도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다르덴 형제의 탁월함에 감탄하게 되어버린다. 

다르덴 형제가 어떤 방식으로 세상에 대한 관심을 자신의 작품에 끌어들이고 있는지를,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면서도 갈등하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그 힘겨운 상황들을 어떤 식으로 이해하려고 하는지, 받아들이려고 하는지를 잘 살펴주고 있으면서, 삶의 터전을 지켜나가기 위한 애처로운 노력(들)을,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다.

한편으로는 다 저런 것만은 아니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도, 저런 극단적인 상황에서 내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그런 극단적인 상황이야말로 지금 시대의 시대정신-사고구조를 가장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기 위해서 자신의 동료들을 설득하게 되고

그런 산드라의 부탁을 매몰차게 거절하면서 결국 그들 또한 자신의 삶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것을 계속해서 말해야만 하는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해야만 하는) 지금 시대의 사회구조는 과연 어디서부터 어떻게 되어버린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도 그런 생각과 함께 내 자신이라면 어땠을까? 라는 질문에 단호하게 어떤 대답도 내세우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별다른 동정심 없이 산드라의 주말을 지켜보고 있는 (혹은 그녀를 따라 주말 내내 악전고투의 과정을 쫓아다니는) ‘내일을...’은 마리옹 꼬띠아르의 연기 덕분이 더욱 풍성하고 사실감이 가득해지면서 그녀가 자신의 간절함을 말하면서도 상대방의 이유들에 어쩔 수 없이 반박하지 못하는 모습을 통해서(산드라 자신 또한 그러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진한 괴로움을 느끼게 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괴롭고 힘겹기만 한 빠듯한 삶을 마리옹 꼬띠아르는 부족함 없이 보여주고 있고, 온몸으로 이겨내려고 하면서도 좌절하고 패배감으로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무척 빼어나게 연기하고 있다.

그녀가 없었다면 ‘내일은...’은 지금과는 다른 작품처럼 느껴졌을 것 같다.

삶을 지켜내는 것을

어떤 식으로 자신의 삶을 존중할 수 있는지를

다른 사람이 아닌 스스로를 위해서 품위를 지켜내는 것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는 ‘내일을...’은 수많은 노력 끝에 결국 쓰디쓴 절망을 맛보게 되지만 그럼에도 자신만을 위해서 자신 이외의 것들을 모르는 척 하려고 하지 않는, 올바른 모습이면서도 그 누구도 쉽게 그 모습을 보여주기 힘든 모습을, 과연 저런 선택을 쉽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되는 모습을 보여주며 우리가 무엇을 잃고 있고 잊고 있는지를 자기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세상과의 긴장감을 어떤 식으로 받아내고 이겨내는지를, 조화를 만들고 화해를 하게 되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다.

별 것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너무 교과서 적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과연 이런 작품을 누가 만들어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이런 작품을 접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다르덴 형제의 능력에 또다시 감탄하게 되는 것 같다.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패배를 말하게 되는,

그렇지만 자존감을 잃지 않고 자신의 삶을 긍정하려고 하는 그 모습을 그 누가 쉽게 담아낼 수 있었을까?

그 마지막 장면 덕분에 앞선 모든 내용들이 더 깊은 감동을 만들어내고 한없는 여운을 안겨주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