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 blur 가 아닌

고릴라즈 Gorillaz 도 아니고

더 굳 더 배드 앤 더 퀸 The Good, the Bad & the Queen 에서도 벗어난

데이먼 알반이 온전히 자신(만)을 내세워서 발표한 (아마도 그의 두 번째) 앨범 Everyday Robots 은 지금까지의 데이먼 알반을 알던 사람들은 당연히 찾게 되었을 것이고, 아마도 그를 몰랐던 사람들은 쉽게 손이 가지는 않게 되는 앨범일 것 같다.

그렇다고 앨범의 완성도가 만족스럽지 못하고 부족하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약간은... 그런 느낌이 없지는 않지만... 심각할 정도는 아니다.

그것 보다는 너무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 앨범이 꾸며져 있어서 우중충한 분위기의 앨범-음악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혹은 밝고 활기찬 데이먼 알반의 모습을 많이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조금은 얼떨떨한 기분을 느낄 것 같다. 

앨범 표지의 허전하게만 느껴지는 옅은 회색 빛 벽이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위축된 모습의 데이먼 알반의 모습이

이 앨범의 분위기를 솔직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Everyday Robots 을 (이미) 들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어쩐지 흥겹고 소란스러운 분위기의 (데이먼 알반 특유의) 팝송을 이 앨범을 찾게 된다면 무척 힘겹게 앨범을 듣게 될 것 같고, 그나마 차분하고 가라앉은 분위기의 음악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 그리고 그런 음악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나직하게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는 데이먼 알반의 모습을 그럭저럭 받아들이게 될 것 같다.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느슨하고 지친 느낌이 들기 때문에 앨범을 작업하던 당시의 기분이 어땠을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저런 음악 작업을 하다가 누락된 곡들을 추려서 앨범으로 꾸민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게 된다.

전체적으로는 비슷한 정서와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고, 그래서인지 자주 찾게 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데이먼 알반의 열렬한 팬들은 어떤 생각일지 궁금하다.

조금은 그답지 않은 앨범이지만...

달리 생각한다면 어쩌면 그 자신의 모습을 너무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의 팬이었다면,

그리고 그의 음악을 믿고 있는 사람이라면 다소 실망감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여전히 그가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고 들려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여전히 무언가를 들려주려고 애쓰고 있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간결하면서 되도록 쓸쓸한 분위기로 채워진 Everyday Robots 은 때때로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허전한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밴드가 아닌 홀로 만들어낸 음악이라는 것을 숨김없이 알려주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래서인지 그만의 색다른 무언가를 들려주지 않는다는... 뭔가 아쉽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하지만 데이먼 알반의 고독을 혹은 쓸쓸한 분위기 속에서 나직하게 무언가를 들려주는 또다른 습들을 확인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냥 이런 음악 또한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무척 마음에 든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아주 별로인 것 같다는 말은 꺼내기 싫은...

아직도 무언가를 들려줄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다는 말이 가장 어울릴 것 같은 앨범이었다. 조금은 조용해지고 많이 가라앉아 있지만... 그래도 괜찮다.

그도 이제는 늙었으니까.

그걸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들려주고 있을 뿐이다.

다른 이들의 평가처럼 지극히 개인적인 음악을 들려준 것 같다.

참고 : 13 앨범 말고 그가 이렇게 서글픈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