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모어 레너드의 원작

서부극을 대표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

로버트 듀발의 조연 출연

이만한 수준이면 분명히 뭔가 대단한 작품이 될 것 같다는 기대를 갖게 되지만 아쉽게도 ‘조 키드’는 안정적인 완성도를 보여주는 작품일지는 몰라도 기대감을 채워줄 수 있는 수준의 결과물은 아닌 것 같다.

기대감이 너무 컸기 때문인지도 모르고,

그냥 일반적인 완성도를 보여주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언제나처럼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제멋대로 행동하고 자기가 만들어낸 규칙에 따라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잔뜩 찡그린 표정으로 불만으로 가득한 반영웅의 모습을 보여준다.

더하지도 못하고, 덜하지도 않은... 그가 이전에 보여주었던 모습들을 다시금 보여주고 있을 뿐이라 별다른 고민 없이 그리고 노력 없이 자신에게 지나칠 정도로 어울리는 등장인물을 연기하고 있다.

로버트 듀발의 악역은 비열함을 잔뜩 살려내지도 않고 있고, 생각보다 강력함이나 강렬함을 만들어내지도 않고 있는 심심한 수준이기 때문인지 그의 연기는 딱히 기억날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애초부터 서부극에 어울리지 않는 배우였을지도 모르고... 혹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에 대항할 수 있을만한 역할을 만들어내기에는 많이 부족한 등장인물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범죄소설의 제왕 중 한명인 엘모어 레너드의 원작 자체가 덜 매력적인 작품이었을지도 모르고. 

읽어보질 않아서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겠지만... 어쩐지 그럴 것 같다.

그렇기 때문인지 작품에 대한 이런 저런 모양새에 대해서 핀잔을 주거나 비판을 하기 보다는 그럭저럭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이야기 진행을 따라가며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게 될 뿐이었고, 재치 있고 영리한 그리고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조 키드라는 주인공의 매력에(그리고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매력에만) 의지하고 있을 뿐인 작품인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그것 말고도 조금은 여러 생각들을 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기도 하다.

불량스럽고 일반적인 규칙과 법을 따르지 않고 자신방식의 삶을 살아가려는 조 키드와 (백인) 이민자들에게 빼앗긴 땅을 되찾기 위해서 폭력을 동반한 저항 활동을 하는 멕시코 토착민들, 훔쳐냈다고 말할 수 있는 땅을 지켜내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들을 증오하고 위협하는 토착민들을 소탕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이용하면서 각자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내려고 하는 모습들과 서로에게 공격하고 보복하는 모습들과 그 과정으로 인해서 변화되는 대립관계의 변화는 흥미로웠고, 그런 과정으로 인해서 생겨난 원한과 땅-토지를 둘러싼 갈등은 여러 방식으로 모습을 달리하지만 자본주의가 정착되는 과정 속에서 일어나는 가장 우선적인 대립-갈등이었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되었다.

또한 정의와 안정을 추구한다는 법과 질서는 특정한 누군가에게 유리한 입장 속에서만 다뤄지기 때문에(언제나처럼 대부분 힘 있는 자들에게 유리하다) 과연 법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정의와 안정이라는 것은 또한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누구를 위한 질서인 것인가?

마을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되도록 모든 것을 모르는 척하고 있고, 외면하고 있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거나(혹은 지나친 욕심으로 가득하거나), 멕시코 사람들이 살아가는 마을처럼 나약하고 핍박받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으로 다뤄지고 있고, 마을 바깥에서 살아가는 조 키드나 저항하는 멕시코 인들은 마을 내부의 사람들과는 달리 좀 더 강인한 모습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평범한 방식으로 내부와 외부에 대한 일반적인 구분을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구성에 비해서는 인상적인 점이 될 것 같다.

또한, 저항하는 멕시코 인들의 지도자가 자신에 대한 비난에 대해서 변명과 자기 정당화를 내놓는 장면에서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순교를 강요하고 순교를 미화시키려고 하는 장면은 여러모로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들이 될 것 같다.

아쉽게도 서부극 특유의 여러 총격전들이 멋진 장면을 보여주지 못하고 긴장을 자신 있게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어서 몰입하게 되진 않고 있고, 몇몇 순간들에서는 서로에 대한 겨눔이 변화되면서 흥미를 끌게 되기도 하지만 너무 예상대로 진행되고 있고 그 예상대로 진행되는 과정을 매력적으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서 아쉬움이 많이 남게 되는 작품으로 완성되는 것 같다.

결국 무난한 방식으로 완성된 서부극이라는 평가에서 벗어나질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