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다거나 멋지다는건

늘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인듯 하다.

어떤때는 정말 아름다운 풍경을 만났음에도 쉬이 잊혀지는데

어떤때는 그리 멋진 풍경이 아님에도 오래 기억에 남아

그곳을 그리게 되기도 한다.

안동에서 예안을 지나 도산까지 이르는 길은 참으로 아름답다.

그 길이 아름다워 가끔 한번씩 산책을 하기도 하는데

어느 가을날 그 길에서 동간재 고택을 만났다.

고택앞에 자리잡은 작은 별채가 먼저 반긴다.

 

별채에서 조금 더 들어서면

안동예안동간재고택(安東禮安洞澗齋宗宅 경상북도민속자료 제5호)이다.

가을길이 아름답기도 하거니와 먼 길에서는 안동호를 바라보며 섰는

이 고택이 아스라히 그림같이 아름답게 보인다.

그래서 찾아보려 하면 가까운길에서는 아래로 살짝 숨어있어 지나치기 일쑤다.

그리 긴 길이 아님에도 굽이 돌아 숨은듯한 풍경을 찾아내는 기분이 절로 든다.

안채를 살짝 돌아들어섰다.

그리고 바람막이 판을 여기저기 두른 사랑채의 모습이 드러난다.

사람이 살고 있어 온기가 절로 풍기지만...

안동호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살아가자면 이런 모습일수 밖에 없을지도~

오랜만에 지나가는 객이라고

주인내외분 무척이나 반갑게 맞아주신다.

사랑채 마루끝에 앉아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아름다움 풍경을 칭찬했다.

그러나 주인내외분은 고택을 지키며 사는 고달픔을 이야기해 주셨다.

물이차면 마당앞까지 찰랑이는 물결이 아름답고

사계절 다 멋진 풍경이지만

겨울의 그 바람과 추위는 힘겹다 하셨다.

그래서 사랑채의 모습이 어쩔수 없이 이렇게 되어가고 있다 하신다.

사랑채에서 바로본 안채의 모습이다.

이곳은 조선 헌종10년(1844)에 건립되었으며

주인이 여러차례 바뀌다가

1940년대에 현재 소유주의 소유가 되었으며

선천의 아호를 따서 동간재(東澗齋)로 이름지었다 한다.

그리고 1975년 안동댐 건설로 인해 예안에서 이곳으로 이건 되었다 한다.

사람사는 일은 어디라도 비슷하고

고택의 삶도 그리 다를것이 없다한다.

이런 멋진 풍광에 그림같은 집이라 한번 살아보고 싶다 했더니

이런곳에서는 사람이 가장 그립다고 하시며

젊은 사람들이 살기에 그리 호락하지 않을거라 하신다.

직장따라 떠난 자제분들이 세워두고간 차가

외로움을 덜어준다 하셨다.

집은 온기가 있어야 더 아름답지만

그곳을 지켜내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은가 보다.

외로움과 한적함을 지키기위해 개를 두마리 키운다 하시며

개가 무척 사나워 혹시나 우리에게 해를 끼칠까 염려된다면

개를 잡아 놓을테니 얼른 가라 손짓하신다.

돌아나오는 길에 만난 가을단풍은 눈부시게 빛났지만

내게 따라온것은 두분의 따뜻한 인정과 온화함이였다.